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 고등군사법원과 고등군사검찰청.
동국대 법대 교수인 방 변호사는 지난 8월 국방부 고위직인 법무관리관 공모에 지원해 ‘합격’ 통보를 받고 9월4일로 잡힌 행정안전부(중앙인사위원회)의 역량평가를 앞둔 상태였다. 행정안전부의 역량평가는 고위공무원 임용 절차의 마지막 단계다.
방 변호사를 찾아온 김 서기관은 “인사권자의 지시로 이번 (공모) 절차가 없던 일이 돼버렸다”며 “(법무관리관 공모) 지원을 철회한다는 사퇴서를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방 변호사는 “하다 말면 그만이지, 뭔 사퇴서냐”고 거부했다.
“김 서기관에게 ‘내게 부적격 사유가 있느냐’고 물으니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국방부 내부 사정이 복잡하다’면서 ‘인사권자가 적합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인사권자가 누구냐’고 물으니 ‘고위층’이라고 했다.”
김 서기관이 돌아간 후 그의 상급자가 방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와 비슷한 취지의 말로 양해를 구했다. 방 변호사에 따르면 이 상급자는 “어젯밤에 장관이 ‘덮어라’고 지시했다”며 지시의 주체를 ‘장관’으로 명확히 밝혔다는 것이다.
오후 4시쯤 방 변호사는 행정안전부 인사평가팀 관계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다음날 있을 역량평가에 대한 안내였다. 이 관계자는 방 변호사에게 시간과 장소, 복장, 준비물 등에 대해 일러줬다. 방 변호사가 “국방부가 (임용절차를) 취소한 사실을 모르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깜짝 놀라며 “알아보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하도 황당해서 군 사정을 잘 아는 예비역 장성에게 물어봤다. 그는 ‘무슨 인사를 그따위로 하느냐’며 ‘분명 부정한 요소가 개입했을 것’이라고 했다.”
방 변호사의 증언대로라면 민간 공모직인 국방부 법무관리관 인사에 뭔가 문제가 있는 듯싶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취재 결과 국방부의 행위는 개방형 고위공무원 인사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의심받을 만했다.

10월6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이상희 장관.
국방부는 올해 세 차례 법무관리관 공모를 실시했다. 1, 2차 공모 때는 후보를 선발해놓고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국방부는 지난 9월 실시된 3차 공모를 통해 법무관리관을 뽑았다. 신임 법무관리관은 1차 공모에 지원했다가 중도하차했던 조동양 전 고등군사법원장. 고등군사법원장은 법무병과 소속의 육군 준장 보직이다. 10월8일 전역한 조동양씨는 다음날 법무관리관에 취임했다.
법무관리관은 군 사법 운영 및 제도 개선을 총괄하고 군 사법조직을 지휘·감독하는 국방부의 고위직이다. 국방부 장관의 법률참모로 불리기도 한다. 원래는 현역 장성의 보직이었는데, 노무현 정부 시절 개방형 공모직으로 바뀌어 민간인 자리가 됐다.
법무관리관은 계약직 고위공무원이다. 공모에 응한 후보자들의 1차 관문은 국방부 선발시험위원회. 선발시험위원회는 5명 이상으로 구성되는데, 민간위원이 50% 이상이다. 위원장도 민간위원이 맡는다. 선발시험위원회는 2~3인의 복수 후보를 선발해 국방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장관은 추천받은 복수 후보에 대해 순위를 정한다.
이어 후보자들은 국정원 등 관계기관의 신원조사와 행정안전부의 고위공무원 역량평가를 받는다.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 임용심사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하면 장관은 후보자와 임용계약을 체결한다. 이러한 채용절차는 ‘개방형직위 및 공모직위 운영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근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