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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폭 행보’ 박근혜의 대권 계산법

  • 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광폭 행보’ 박근혜의 대권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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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요즘 조용하다. 조용한 가운데 스스로를 ‘리모델링’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미지 정치’ ‘영남’ ‘당내 소수계파’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변신을 차분히 준비 중이다.
‘광폭 행보’ 박근혜의 대권 계산법

9월2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한나라당 보건복지가족위 위원들이 먹을거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 박근령씨가 10월13일 서울 여의도 KT 컨벤션 웨딩홀에서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 자리에 박 전 대표와 남동생 박지만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결혼 자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송파구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있었다. 점심을 국감장에서 해결한 그는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박근령씨 결혼식이 시작된 시각인 오후 4시를 조금 넘어 일어섰다. 박 전 대표는 이후 한 행사(결혼식과 관련 없는)에 참석한 뒤 지인들과 저녁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 결혼식이 있던 이날도 박 전 대표는 평상시 일정을 소화했다. 박 전 대표의 일상은 조용하고 평범하다. 낮에는 정기국회가 소집돼 있는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국정감사 피감기관에서 의정 활동에 열중한다. 공식적인 일과가 끝나면 이런저런 모임에 적극 참석한다. 국회의원의 통상적인 활동 같지만 박 전 대표가 그렇게 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정가에서는 “박근혜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20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패배 이후 1년여 만에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꼬박꼬박 정책 질의에 몰두”

대선후보 경선 이후 대선 본선과 4·9 총선을 거치는 ‘정치의 계절’에도 박 전 대표는 밖으로 드러나는 활동은 최소화했다. 대선 때는 매우 제한적인 이명박 후보지원유세를 했고, 4·9 총선이 한창일 당시에는 당 안의 ‘친박’과 당 밖의 ‘친박’을 아우르기 위해 스스로를 자제했다. 총선이 끝난 뒤에는 당 밖의 친박 의원들을 일괄 복당시키느라 몇 가지 승부수를 띄워 성공시킴으로써 당내에 ‘박근혜계’를 안착시켰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거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형식으로 ‘메시지 정치’를 했을 뿐이다.



그런 그가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각종 공·사 모임에 적극 참석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에 꾸준히 나가는 것은 기본이다. 박 전 대표는 이전부터 철저한 의회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일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당 대표와 대선 경선후보를 지낸 4선 의원이면서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서 초·재선 의원처럼 행동한다. 다른 중진 의원들은 국감장에 잠시 머물다 슬그머니 사라져야 ‘체면’을 지키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는 되도록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보건복지가족위 박근혜 전 대표는 꼬박꼬박 국감장을 찾아 ‘정책질의’에 몰두하고 있다.”(‘연합뉴스’ 10월 12일 보도)

피감기관은 박 전 대표의 핵심을 찌르는 질의에 애를 먹는다. 10월13일 국민연금관리공단 국정감사에선 “국민 67%가 공적연금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모자란다(2050년 연금수급자들의 평균 급여액은 최저생계비의 20%에도 미치지 못함)”고 밝혔다. 그는 “재정예상 결과, 노후보장 실태, 향후 전망을 공개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삶의 문제 찾기 위해…”

일부 언론에서는 그를 ‘국감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언론이 선정하는 ‘국감 인물’은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초·재선의 소장파지, 박 전 대표와 같은 거물급은 드물다.

“…오늘의 국감인물은 어떤 분인가요. … 보건복지가족위원으로 첫 국감에 나선 박근혜 의원입니다. 박 의원은 ‘중국산 식품의 멜라민 파동과 관련해….”(‘극동방송’ 10월 6일 보도)

“국감인물 박근혜 : 나직하면서도 강직한 목소리로 송곳 같은 질의를 쏟아냈다. 흡사 초선 시절로 되돌아간 듯 보였다. 바른 국감의 귀감을 보여줬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활용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서울신문’ 10월 9일 보도)

박 전 대표의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의 중요한 문제를 찾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보건복지가족위를 택했다. 국감 준비에 열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달라진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식적 의정활동과는 별개의 모임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대구 껴안기’ 행보가 눈에 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9월2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08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한 뒤 경기를 관람했다. 이어 25일에는 대구지역 공무원들과 점심을 겸한 2시간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자리는 박 전 대표가 대구지역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 이뤄졌다. 앞서 23일에는 서울에서 김범일 대구시장과 한나라당 대구 출신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심사 과정에서 대구 지역 현안 사업에 필요한 국고지원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기 위한 대책회의 성격이었다. ‘전국구’ 정치인인 박 전 대표는 그동안 대구지역 당정회의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은 4시간 30분 동안 자리를 지켰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지원 문제 등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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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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