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호

박수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 입력2012-06-21 09:0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행사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초호화 행사였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영국 국민은 여왕에게 무한한 환호와 애정을 보냈다.

    영국 왕실은 왕자들이 군에 자원입대하는 등 국가에 헌신하는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왕실 위상이 추락하는 위기 땐 왕실 브랜드를 지켜냄으로써 능력을 증명했다. 여왕은 고령에도 한 해 400여 건의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이와 같이 신뢰, 능력, 감동을 보여줄 수 있는 대통령이라면 임기 말에도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신뢰받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된 정치구조에서 역대 대통령은 자신과 측근을 위해 정치적 힘을 남용해왔다. 행정부는 물론이고 사법부, 공기업, 언론에 이르기까지 요직은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다. 이렇다 보니 국정은 특정계파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국민은 대통령의 진정성에 의심을 갖는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특권의식을 버리고 인터넷 표현의 자유, 오픈프라이머리,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고 국민에게 정치를 되돌려주어야 한다.

    세종대왕이 역대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지배계층이 누리던 문자(文字) 특권을 백성에게 돌려주고자 노력했던 데 있다. “어린 백성이 니르고저 할빼이셔도 마참내 제 뜻을 능히펴지 못할 놈이 하니다.” 이런 애민정신으로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을 섬겨야 할 때다.

    능력 있는 대통령은 시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국가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는 확고한 비전으로 혼란에 빠진 미국을 구해냈다. 그의 분명한 신념 덕분에 노예는 해방됐고 미합중국은 분열되지 않았다. 여기서 그의 비전은 그가 직접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고민하면서 얻은 것이지 순간적 인기를 위해 즉흥적으로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대선이 다가오면 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해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공약들을 쏟아낸다. 그러다 보니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지킬 수 없는 공(空)약이 되어버린다. 국가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비전을 제시할 뿐 아니라 검증단계에서부터 자신이 내놓은 신념과 공약에 대해 철저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감동을 주는 대통령은 국민과 시대가 아파하는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지도자다. 2012년 한국 사회가 갈망하는 것은 분열을 넘어선 화합이다. 빈부·지역·세대 간의 갈등의 골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빈부격차 문제는 특히나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대적 빈곤율은 14.3%에서 15%대로 높아졌다. 양극화의 심화는 경제발전에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공정경쟁과 분배정의 실현을 통해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경제민주화를 이뤄나가야 한다. 또한 사회통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남북통합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 레이건은 총 한 발 쏘지 않고 냉전을 종식시키고 베를린 장벽까지 무너뜨렸다. 새 대통령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평화적 통일을 주도해야 한다.

    박수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김혜진<br>1988년생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4년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의 열렬한 지지와 기대를 업고 청와대에 입성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청와대를 나올 때쯤이면 가장 욕을 많이 먹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대통령 본인의 잘못이 가장 크다.

    단임제를 연임제로 개정하자는 논의가 종종 나오고 있지만 현 상태에서 연임제는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연임에 성공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임기 말이면 쏟아지는 대통령에 대한 온갖 험담은 이제 지겹고 듣기 거북하다. 다음 대통령은 국민에게 미움 받지 않도록 기득권을 내려놓고, 분명한 비전을 보여주고,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나가야 할 것이다.

    청와대에서 나올 때 박수 받는 대통령, 동방신기나 소녀시대보다 더 큰 사랑을 받는 대통령을 기대해본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