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근의 힘’과 관련해 더욱 주목되는 것은, “안 비서관이 정부 각 부처 장관의 평가에 관여하면서 영향력을 급회복했다”는 설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점이다. 청와대는 지난 4월부터 문체부를 통해 각 부처의 홍보 실적을 매달 평가해 순위가 적힌 성적표를 나눠준다고 한다. 이 평가와 관련해 문체부는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실과 상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관심 사안과 관련해 문체부가 같은 위치의 각 부처를 평가하면서 청와대에 보고해 검토를 받는 것은 청와대와 부처 간 업무 프로세스상 자연스러운 일로 비치기도 한다. 대통령이 홍보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는 상황에서 각 부처의 홍보 성적은 곧 각 부처 장관의 성적표로 인식되기 쉽다. ‘안봉근이 장관 성적을 매긴다’는 여권 일각의 이야기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부처 평가에 대한 박 대통령의 관심도 대단하다. ‘정책 반, 홍보 반’을 언급한 사회보장위원회 회의에선 “정책을 만드는 게 10이라면 제대로 되는지 점검하는 게 90”이란 의미로 ‘10대 90’ 원칙을 얘기했다고 한다. 정책 점검은 곧 그 정책을 추진한 부처에 대한 평가를 의미한다.
‘박 대통령 터전’ 달성으로?
박 대통령이 크게 신경 쓰는 정책홍보와 정책 점검의 청와대 실무책임자가 안 비서관인 만큼 그에게 힘이 실리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박 대통령이 ‘미래 권력’이던 의원 시절에 수행을 담당한 안 비서관의 권한은 꽤 컸다. 웬만한 중진 의원들은 박 대통령과 통화하려면 그의 손을 거쳐야 했다. 지금은 근접수행 임무를 정호성 비서관에게 내줬지만 또 다른 위치에서 박 대통령의 손과 발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안 비서관의 내년 4·13 총선 대구지역 출마설도 여전히 유효하다. 청와대는 민경욱 전 대변인 등이 출마를 위해 사퇴한 뒤 현직 참모의 추가 출마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11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한 이후 현직 참모 추가 차출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안 비서관은 경북 경산이 고향이지만 대구 달성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그는 1990년대 달성에 지역구를 둔 김석원 당시 의원의 수행비서로 일했다. 그러다 1998년 김 의원이 사퇴하고 보궐선거가 실시돼 박근혜 후보가 출마하자 박 후보의 수행비서로 합류한다.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계기다. 박 대통령에게서 달성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종진 의원은 ‘유승민 파동’ 때 어중간한 자세를 취했다가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진다.
새누리당의 친박계 중진 의원은 “안 비서관이 오래전부터 달성 선거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박 대통령도 오랫동안 자신을 위해 헌신해 온 안 비서관에게 달성을 맡길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비서관과 함께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안 비서관은 현장정치를 할 스타일이 아니다. 청와대 안에서 ‘순장(殉葬)조’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인사는 “어쨌든 안 비서관은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거취를 정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