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호

정진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한국이 미국 배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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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9-11-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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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이 이상한 짓 하는 게 현재 상황

    • 9·19 군사합의는 일방적 무장해제

    • 核 가진 北 재침 시 독자적으로 막을 수 있나

    • 독일 프랑스 영국도 전작권 없어

    • 중국 견제 구도서 한국만 다른 쪽에 서 있어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정진태(85)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10월 중순 병원에 입원했다. 스트레스가 심해 병을 앓았다. 나라 걱정 탓이다. 정 전 부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수학했다. 국군정보사령관, 수도군단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냈다. 매헌윤봉길의사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일했다. 

    해리 해리스 한국 주재 미국대사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국군 원로들을 이따금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면서 의견을 청취한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 태평양사령부(현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군 출신이다. 정진태 전 부사령관도 해리스 대사를 수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다. 

    11월 13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KDVA) 주관으로 한미연합사사령관-부사령관 포럼이 열렸다. 1부에서는 한미동맹의 과거와 현재, 2부에서는 미래를 논의했다. 한미동맹 약화론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논의됐다. 한미동맹의 중추(中樞)가 주한미군이다.

    “북한은 병사 하나 손댄 일 없어”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사령부. [동아DB]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사령부. [동아DB]

    한미연합사령관은 유엔사로부터 전시작전권을 위임받아 행사한다. 유사시 국군과 미군 63만 명을 지휘한다.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미군 대장, 부사령관은 국군 대장이 맡아왔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한미연합군사령부가 전작권을 행사한다. 미래사 부사령관은 미군 대장이 맡는다. 

    정진태 전 부사령관은 “6·25전쟁 때 자국의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며 한국을 구제(救濟)한 미국을 한국이 배신하고 있다”면서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번영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한국이 함께 중국을 봉쇄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돼 있는데 한국이 이상한 짓을 하는 게 현재의 상황”이라고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가 정착되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책임 있는 발언이 아니에요. 돌아가신 분 말씀하기가 안 됐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북한은 결코 핵을 개발하지 않는다’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핵 개발을 했어요? 안 했어요? 어떻게 책임졌습니까. 노무현 정부는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무력화하려고 했습니다. 어선이 들어와 고기잡이를 해라? NLL은 방어선이에요.” 

    - 남북 간 9·19 군사합의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9·19 군사합의 실체에 대해 잘 알면서 왜 물어봅니까. 한마디로 일방적 무장해제예요. 쌍방간 균형과 조화가 이뤄진 합의가 아닙니다. 게다가 이북은 병사 하나 손댄 일이 없는데 이쪽에서만 병력을 감축합니다. 군축은 상호 균형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북한이 군사력 감축을 한 것이 있는지 아는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한국은 2022년까지 3년간 상비 병력을 8만 명 감축하기로 했다. 상비전력은 현재 58만 명 수준이다. 

    - 군에서는 9·19 군사합의 때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군이 다른 의견을 낼 수가 없죠. 군 통수권자가 대통령입니다. 통수권자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국방부 장관이 어떻게 존재합니까.” 

    그가 덧붙여 말했다. 

    “1970년대 말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려고 할 때 싱글러브 장군을 비롯해 카터의 주한미군 정책에 반대한 이들이 노(NO)라고 말한 후 군복을 벗었습니다.” 

    미8군 참모장이던 존 싱글러브 소장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정면으로 카터를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이 재침하면 독자적으로 막을 수 있나”

    -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1898~1958)의 공적을 언급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김원봉은 1919년 의열단을 결성했으며 1938년 조선의용대를 창설했다. 광복 후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했다. 북한에서 국가검열상, 노동상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봉의 공적을 언급한 후 서훈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불거졌다. 

    “이념적으로 나뉘어 갈등한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나이 아흔에 가깝게 살면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간혹 전향한 사람도 있으나 이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김원봉이 생전에 이념의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습니다.” 

    -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합니다. 

    “왜 그렇게 하려는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6·25전쟁을 회상해봅시다. 기록상으로는 서울을 사흘 만에 빼앗겼는데, 실제로는 이틀 만인 것으로 압니다. 개전 이틀 만에 북한군 선발대가 서울에 들어와 공화국기를 게양합니다. 이튿날 후속 부대가 서울에 들어왔고요. 그다음 어떻게 됐습니까? 두 달 만에 낙동강까지 밀려납니다. 미군이 신속하게 증원군을 보내 인천상륙작전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미군과 16개국으로 이뤄진 유엔군의 참전과 증원 덕분에 나라를 지켜냈습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지켜낸 게 아니에요. 북한이 재침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국군이 독자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봅니까.” 

    - 한미상호보호조약이 체결돼 있습니다. 

    “한미동맹에서 가장 중요한 게 유사시 미군의 증원 전력입니다. 육군, 해군, 공군의 증원 전력이 다 계획돼 있어요. 북한이 재침했을 때 독자적으로 국가 수호가 가능하다면 증원군이 필요 없습니다. 북한은 핵을 갖고 있고, 우리는 핵이 없습니다. 6·25 때와 마찬가지로 미군이 필요합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도 독자적으로 방어 안 해”

    -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안보 주권은 되찾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현직에 있을 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 초청을 받아 미국과 유럽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은 물론이고 독자적으로 자국을 방어하는 나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아이젠하워 장군이 연합군 총사령관,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버나드 몽고메리(1887~1976) 장군이 군 경력과 나이가 훨씬 많은 전략가였으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890~1969) 장군이 연합군 총사령관을 맡았다. 

    “몽고메리가 아이젠하워보다 훨씬 선배였는데도 미군 장군이 지휘권을 가졌습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전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미군이 외국군 지휘관 아래에 있었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 

    미군이 타국군의 지휘를 받지 않는 것을 ‘퍼싱 원칙’이라고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강국들은 나토사령관인 미군 대장에게 전작권을 위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전작권 전환을 요구하지 않는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미래사가 신설된다. 미래사 사령관은 한국군 대장, 부사령관은 미군 대장이 맡는다. 한국군 대장이 주도적 지위, 미군 대장이 지원적 지위다. 주도와 지원이 명확하게 분담돼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 자주국방에서 ‘자주’에는 ‘동맹’도 포함된 개념이라고 봐야 할까요. 

    “혼자 국방을 하는 나라가 없어요. 주한미군이 한국만 지원하고자 주둔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른 전초(前哨)의 일부로서의 역할도 합니다.” 
     
    - 중국도 견제하고요. 

    “그렇죠.”

    “중국 견제 구도에서 한국만 다른 쪽에 붙어”

    정진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북한과 중국 쪽을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영철 기자]

    정진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북한과 중국 쪽을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영철 기자]

    그는 “평화협정의 의미도 고찰해봐야 한다”고 했다. 

    “베트남의 전례를 보면 평화협정 체결 후 미군이 철수합니다. 평화협정이 맺어졌으니 주둔 명분이 사라져 떠난 겁니다. 미군이 최신 무기를 남베트남에 넘겨주고 철수해요. 남베트남군이 세계 7대 군사강국으로 꼽혔습니다. 결과는 어땠습니까. 미군 철수 후 2년 만에 사이공이 함락됩니다. 평화협정과 미군 철수가 베트남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 북한이 지금과 같은 경제력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미국이 견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현대사를 집약적으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이 일제에서 해방을 시켰으며 독립국가로 승인했습니다. 6·25전쟁 때는 자국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며 한국을 구제(救濟)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어떻습니까. 한국이 이른바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일곱 번째 회원국입니다.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국이 그 같은 성취를 독자적으로 이뤄냈다고 생각합니까. 한국이 지금 미국을 배신하고 있습니다. 극동에서는 러시아, 중국을 한국, 미국, 일본이 견제하는 구조예요. 그런데 한국만 다른 쪽에 붙어가지고는 배신하고 있는 게 엄연한 사실 아닌가요.” 

    - 한국은 중국 포위가 목적인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이 배신하는 바람에 배제된 겁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논란인데 한국이 미국의 세계전략에 기여해온 바가 그간 적지 않습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미국, 일본, 한국이 함께 중국을 봉쇄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돼 있는데 한국이 이상한 짓을 하는 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동북아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낙후하고 빈곤한 나라에서 5만 명 넘는 미국 젊은이가 희생됐습니다. 대한민국을 건국할 때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인지 줄 알아요. 45달러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셜 플랜’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미국이 전승국뿐 아니라 세계를 먹여 살렸습니다.” 

    마셜 플랜은 1947~51년 미국이 서유럽 16개 나라에 행한 대외 원조 계획이다 

    “전승국들과 패전국인 독일,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도 미국이 먹여 살렸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원조액이 확정될 때까지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던 나라였습니다. 미국이 원조한 저개발국 가운데 가장 발전하고 번영한 나라가 한국입니다. 똑같이 원조했는데 수혜국의 태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겁니다.” 

    그는 “다수의 안보 전문가가 금세기까지는 미국이 패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면서 “북한과 중국 쪽을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동아 12월호]



    송홍근 편집장

    송홍근 편집장

    Alex's husband. tennis player. 오후햇살을 사랑함. 책 세 권을 냄. ‘북한이 버린 천재 음악가 정추’ ‘통일선진국의 전략을 묻다’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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