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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돌이 특훈’ 경찰대생 현장 실습 동행취재

살인현장 방문·부검 참관·인질범 상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

  • 이설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포돌이 특훈’ 경찰대생 현장 실습 동행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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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돌이 특훈’ 경찰대생 현장 실습 동행취재

경찰대 3,4학년 학생들은 방학마다 희망 연고지의 경찰서에서 현장 실습을 해야 한다.

직원을 기다리는 동안 형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통신수사는 수사의 편리성과 개인정보의 중요성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함께 녹아 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현장에서 절절히 다가왔다.

CCTV 화면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돈을 인출한 사람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다. 일단 줄무늬 운동복에 유모차를 끌고 있었다는 피해자부터 찾기로 한다. 현금인출기를 사용하는 수십명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길 40분. 드디어 피해자가 나왔다. 자, 이제 뒷사람이다. 그가 피해자의 돈을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주위를 살피던 뒷사람은 피해자의 돈만 가지고 떠났다. 골치 아프게 됐다. 은행 거래를 하지 않았으니 그의 인적사항을 추적할 길이 없다.

“너 같으면 어떻게 할래?” 형사가 물었다. 통화 추적? 화면에서 범인은 통화를 하는 중이었는데, 그 시간에 근방 400m에서 전화통화한 사람은 수백명이 넘을 거라고 한다. 본인 명의가 아닌 경우를 고려하면 추적 대상은 수천명으로 늘어난다. 아무래도 마땅치 않다. 빤히 얼굴은 아는데 단서는 없는 상황. 약만 오른다.

“잡기 힘들 것 같다”는 나의 답변에 형사는 “큰 사건보다 이런 사건이 더 복잡하고 품이 많이들뿐더러 해결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비밀번호를 읽는 기계로 훔친 카드의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현금을 인출해가는 범죄가 기승인데, 모자와 장갑에 선글라스까지 끼면 범인이 누군지 알 길이 없다는 어려움도 들려줬다.

“‘내 이름은 000입니다. XX경찰서 협상가로서 당신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습니다’로 시작한다. 가명을 쓰는데, 도중에 실수로라도 본명을 말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 관련되어 있는지를 파악한다. 사건의 동기를 파악하되 속단하지 않는다. 인질범이 협상가의 계획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를 몰아붙여서도 안 된다. 오히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척 어수룩하게 구는 전술이 유리할 수 있다.



‘협상의 기술’

‘포돌이 특훈’ 경찰대생 현장 실습 동행취재

경찰관에겐 다양한 자질이 요구된다. 경찰대 학생들은 4년간 경찰학, 법학, 무도, 사격, 외국어 등 경찰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뒤 인질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요구를 한다. 인질강도 체포에 나선 경찰은 경광등이나 경적을 사용해선 안 된다. 경찰 제복과 순찰차도 상황에 맞게 위장해야 한다. 지구대 순찰차는 현장 포위와 범인의 도주로 차단을 맡는다.…”

인질강도 사건이 발생했다. 어디선가 본 인질범 대응 매뉴얼을 떠올린다. 팀원들은 범인이 전화를 건 공중전화 번호를 신속하게 추적한 뒤 곧장 그곳으로 내달렸다. 실제 상황은 아니었다.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연출한 모의훈련이었다.

범죄는 다양하다. 아무리 매뉴얼을 숙지해도 위급한 상황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잘못된 대응이 나올 수 있다. 긴장하면 손발 척척 맞던 팀워크도 어긋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작전 수행시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인질강도 사건은 흔하진 않지만 한번 일어나면 피해가 크기 때문에 평소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팀장이 말했다.

일상이 일탈로 얼굴을 바꾸는 금요일 저녁, 거리에는 취객과 이들을 노리는 절도범이 넘쳐난다. 금요일 당직을 서는 경찰로서는 이날이 ‘대목’이다. 새벽 2시, 형사분들과 함께 술집과 호텔 주변으로 순찰을 나갔다. 치기범들은 보통 대리운전을 가장해 새벽녘에 어슬렁거린다.

동행한 팀장님은 잠시 현장을 둘러본 뒤 치기범들을 솎아내는 신기를 발휘했다. “경찰간부는 세상 물정을 알아야 해. 그렇지 못하면 그냥 도장만 찍고 돌아다니는 어설픈 간부밖에 안 되거든. 현장을 모르면 아랫사람 마음도 헤아릴 수 없고.”

팀장의 말에 다른 무리를 관찰하던 중 무전기 연락이 왔다. 만취한 취객의 지갑을 훔쳐 돈만 꺼낸 뒤 지갑을 버리려던 범인을 다른 형사가 현장 검거한 것이다. 피해자와 피의자를 태우고 경찰서로 향했다. 만취한 피해자를 차에 싣느라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

피해자를 깨우는 것은 더 난감한 일이었다. 집으로 가겠다는 것을 음료수를 먹여가며 달래고 달래 겨우 조서를 받았다. 조서를 꾸밀 때는 쉬운 용어와 문구를 사용해야 한다. ‘강취했습니까’ 보다는 ‘빼앗았습니까’를, ‘폭행 사실이 있습니까’보다는 ‘때린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좋다. 별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말 한마디에 마음이 얼어붙기도 풀어지기도 하는 게 조사받는 사람의 처지라고 했다. 최근에는 ‘~바 있다’ ‘~함에 따르면’과 같은 호흡이 긴 문장보다는 단문 사용을 선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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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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