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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록, 그 진실과 왜곡 사이 - 마지막 회

인간이기에 틀릴 수 있다

오류는 나의 것!

  • 오항녕 │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hallimoh@hanmail.net

인간이기에 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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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기에 틀릴 수 있다

‘사통(史通)’. 중국 당나라 때 사관(史官) 유지기가 저술한 세계 최초의 역사학개론이자 체계적인 역사비평이론이다.

유지기의 비판은 사건의 전후 맥락, 다른 전거(典據) 등을 통해 증거를 제시하고, 그에 입각해 합리적 추론을 전개하는 사료 비판의 전형을 보여준다. 경전의 문장에도 이치상 이해하기 어려운 데가 있고 여러 학자의 다른 견해가 신빙성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연구,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고(疑古)’는 ‘서경’을 중심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기술을 지적했다. ‘서경’의 ‘요전 서’에 “장차 제위를 물러나려고 순임금에게 양보했다”고 했고, 공안국(孔安國)의 주에서는 “요임금은 아들 단주(丹朱)가 불초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선위(禪位)하려는 뜻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급총쇄어’엔 “순은 요를 평양으로 추방했다”고 했고, 어떤 책에는 “어떤 곳에 성이 있는데, 이름을 수요(囚堯)라고 불렀다”고 했음을 들어 ‘서경’의 말에 의심을 표현했다. 수요란 요임금을 가뒀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의심나는 점 10조목을 지적했다.

‘의고’에서 비판 대상이 ‘서경’이었다면, 유지기가 ‘혹경(惑經)’에서 비판했던 대상은 ‘춘추’다. 공자가 편수한 역사서가 ‘춘추’인데, 검토해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대표적인 기사가 열두 군데 이상 있다. 그런데도 ‘춘추’의 실제를 탐구하는 사람은 적고 명성만 따르는 사람은 많아 서로 부화뇌동하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공자가 ‘춘추’를 편수할 때 다만 이미 각국의 완성된 기록을 조금 다듬었을 뿐인데도, 사마천은 공자가 ‘춘추’를 편찬할 때 기록해야 할 사실은 모두 쓰고 깎아야 할 사실은 모두 깎았으므로 글에 뛰어났던 자유나 자하 같은 제자들도 여기에 한 마디도 가감할 수 없었다고 칭찬했다.

내가 바로 오류의 출발이다

유지기는 반고의 ‘한서’ ‘오행지’를 집중 분석해 오류를 밝혔다. 그것은 크게 책을 인용할 때 적절하지 않은 점, 기사 서술이 이치에 맞지 않은 점, 재해에 대한 해석이 터무니없는 점, 고대의 학문에 정통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유지기는 이 오류의 네 범주에 세세한 항목을 나누고 같은 부류끼리 구분해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관의 기록과 ‘좌씨전’이 섞인 경우, ‘춘추’와 사관의 기록이 섞인 경우, 서술에 일정한 스타일이 없는 경우, 역사서 인용에 범례가 없는 경우, 단서만 꺼내놓고 징험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 서사에 수미가 없는 경우, 논란만 제기하고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경우, 서사가 조리 없이 섞여 있는 경우, 연호 표시에 기준이 없는 경우 등이다.



역사서의 수준 차이, 역사서에서 발견되는 사료 선택부터 해석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오류와 착오, 의문 등을 논의한 뒤, 유지기는 ‘암혹(暗惑)’ 편에서 사실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상식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상식이라는 말처럼 모호한 말도 없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논의를 통해 이런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첫째, 어떤 측면에서 보면 구조적으로 논리가 오류인 논의라도 모든 점에서 오류인 건 아니다. 인생사가 그렇듯이 복잡한 사건에 대한 탐구나 논쟁은 숱한 추리가 체인을 이룬다. 몇몇 체인이 잘못됐다고 전체가 잘못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남의 말 중 어딘가 틀렸다고 해서 모두 듣지 않는 것, 오히려 그것이 오류다.

둘째, 구조적으로 어떤 측면 또는 모든 점이 오류라고 하더라도, 사실의 측면에서 결론이 오류인 건 아니다. 추론과 전제가 그르더라도 사실은 참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탐구나 논쟁에서 발견되는 오류는 저자가 지닌 악덕이 밖으로 표현된 게 아니다. 유능한 역사가도 오류를 저지른다. 아니, 유능한 역사가일수록 작품을 많이 남기므로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 그가 독자를 속이려 했는지 수사하는 건 역사학의 몫이 아니다. 속였으면 속였다고 적고, 속인 듯하면 속인 듯하다고 적고, 정황이 없으면 안 적으면 그뿐이다.

넷째, 오류가 없는 사유만 건강한 사유는 아니다. 명제만 있는 사유는 골동품이다. 질문하는 사유, 의심하는 사유, 창조하는 사유가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가. 오류를 피하는 게 좋지만, 오류를 피하려고 풍요로움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다섯째, 오류는 특정한 목적이나 전제와 독립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비논리적 오류의 형태는 언제나 특정한 논리적 목표나 전제와 연결돼 있다. 이들이 분리돼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사사로운 의도의 개입을 의심해야 한다. 언제나 오류가 생기고 누구나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해서 오류가 자의적인 건 아니다.

공감과 연대감

역사 공부의 효용까지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친구나 연인이 처음 만나 친해질 때, ‘호구 조사’부터 하는 이유가 곧 역사 공부의 효용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에 대한 공유와 이해를 통해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 공감과 연대감, 편안함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굳이 덧붙이자면, 다 변한다는 사실이다. 인생이 변하듯이, 때가 되면 죽듯이, 민주주의도 자본주의도, 곁에 있는 가족도 역사적이다. 언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서로 살만하게 만들고, 수명이 다할 때 다시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말이다. 이런 역사성을 인식할 때 역사 공부가 가슴에 다가올 것이다.

인간이기에 틀릴 수 있다
오항녕

1961년 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 동 대학원 석·박사

국가기록원 팀장

현 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저서: ‘조선의 힘’ ‘기록한다는 것’, ‘조선초기 성리학과 역사학’ 등


내가 한 말이, 쓴 글이 사는 데 도움이 될까. 늘 이게 고민이고 걱정이다. 도움이 되는 배움은 설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반성을 통해 이뤄진다. 혹여 내가 설교 비슷하게 말했어도 시민 여러분께서 반성의 계기로 승화시키리라 믿는다.

신동아 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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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항녕 │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hallim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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