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호

美 유니콘 기업 꿈꾸는 제2 쿠팡을 찾아라!

쿠팡이 튼 나스닥 물길, 스타트업 등용문 되나

  • 박원익 더밀크코리아부대표

    wonick@themiilk.com

    입력2021-04-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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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IT기업 IPO 역대 3위로 나스닥 데뷔

    • 네이버 시가총액 61조, 쿠팡 68조

    • 미국 시장 한국 IT스타트업에 관심

    • 마켓컬리·야놀자·두나무도 美 상장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쿠팡은 3월 11일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동아DB]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쿠팡은 3월 11일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동아DB]

    한국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쿠팡이 3월 11일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한 이후 이른바 ‘쿠팡 이펙트(effect·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현지 시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보수적인 미국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공부하고, 먼저 투자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멀고 어렵게 느껴지던 미국 증시 상장이 ‘해볼 만한 도전’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마켓컬리·야놀자·두나무 등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미국 증시를 노크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VC)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쿠팡, 역대 테크 IPO 3위로 뉴욕 증시 데뷔

    쿠팡은 공모금 46억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조달하며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 IPO(기업공개) 규모 1위에 올랐다. IPO는 기업이 증시 상장을 앞두고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절차를 말한다. 최초로(Initial) 회사 정보를 공개하고, 다수 일반에 주식을 판매(공모·Public Offering)한다는 뜻에서 IPO라고 한다.

    쿠팡이 세운 신기록은 인기 데이팅 앱 ‘범블(Bumble)’이 지난 2월에 세운 기록(21억5000만 달러)의 배 이상이며 2020년 IPO 최대어로 꼽히는 에어비앤비(Airbnb, 35억1000만 달러)의 기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페이스북(2012년, 160억 달러), 우버(2019년, 81억 달러)에 이어 역대 테크 IPO 3위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규모였다.

    쿠팡은 한국에서만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사실상 미국 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생소한 회사가 미국 증시에 상장해 거액을 끌어모은 셈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쿠팡의 기업가치는 약 600억 달러(약 68조 원). 쿠팡 IPO는 아시아 기반 기업 중에선 알리바바(2014년 주식예탁증서 상장) 이후 최대였다.



    달라진 시선

    미국 증시 역대 IT기업의 IPO 규모를 나타낸 그래프. 쿠팡은 페이스북, 우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비주얼캐피털리스트 제공]

    미국 증시 역대 IT기업의 IPO 규모를 나타낸 그래프. 쿠팡은 페이스북, 우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비주얼캐피털리스트 제공]

    쿠팡이 ‘깜짝 잭팟’을 터뜨리자 미국 투자자의 시각도 바뀌었다. 평균 소득이 높고, 통신·인터넷 등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가 많다는 ‘한국의 장점’이 부각된 것이다. 특히 이런 특성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음식 배달, 여행·숙박, 핀테크(금융+기술) 분야 비즈니스에 유리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쿠팡의 빠른 매출 성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미국 투자 정보 회사, IPO 전문 미디어 등이 한국 시장에 대한 미국 투자자의 달라진 시각을 반영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IT 관련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더제너럴리스트(The Generalist)에서 활동하는 벤처투자가 데이비드 앰브로즈는 “쿠팡은 아마존, 인스타카트(미국 식료품 배달업체), 도어대시(미국 음식 배달업체), 페이팔(결제 서비스업체)을 조금씩 섞어 혼합한 회사다.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아 배송이 쉽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96%에 달하는 이상적인 전자상거래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벤처캐피털(VC)에 직접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공동대표는 “쿠팡 IPO 이후 몇몇 해외 지인에게서 연락이 오고 있다”며 “한국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며 ‘미팅(call)’을 하자고 제안하는 미국 투자자도 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와 한국에서 활동하는 허진호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쿠팡 상장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IPO 물꼬가 터졌다는 것. 허 파트너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쿠팡 상장은 2014년 알리바바 상장과 비교할 수 있다”며 “2018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듀오듀오(Pinduoduo)가 설립 3년 만에 미국 증시에 상장했는데, 이는 미국 자본시장이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 커머스 시장을 한 차례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인 드레이퍼 아테나(Draper Athena)의 페리 하(Perry Ha) 대표 역시 “한국에서 더 많은 창업자가 나오려면 훌륭한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더 많은 창업자가 생기고, 미국 시장 상장에도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 타자는?…1순위 ‘마켓컬리’

    쿠팡의 배턴을 이어받을 다음 주자는 누가 있을까. 업계에서는 미국 증시 상장에 도전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법인명 컬리)를 꼽고 있다. 쿠팡과 비슷한 전자상거래 사업을 하고 있고, 높은 충성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작동하는 효율적 물류체계 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11일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올해 내 뉴욕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마켓컬리는 현재 기업가치를 8억8000만 달러(약 1조 원)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1조 원 수준으로 2019년(4289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마켓컬리는 아직 적자를 보고 있지만, 적자가 미국 증시 상장을 막는 걸림돌은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IT기업의 수익보다 성장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평가한다. 해당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뒤에는 대폭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 쿠팡 역시 적자 상태에서 상장했다.

    미국 시장에 상장하면 한국 시장보다 기업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에 비해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1월 15일 발표한 ‘G20 주요국의 증시평가지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5.4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주식시장 평균 PER는 23.7, 일본은 23.6, 중국과 독일은 각각 16.4와 16.3을 기록했다. 실제로 국내 IT업계 대장주로 꼽히는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약 61조 원으로 시가총액 68조 원을 기록한 쿠팡보다 적다.

    야놀자·두나무도 대기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 최대 여행·숙박 플랫폼 야놀자 역시 한국 코스피 시장 및 미국 증시에 이중상장(dual listing)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증권투자업계에서는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야놀자는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 IB(투자은행) 모건스탠리로부터 비공식 자문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건스탠리는 시티그룹, JP 모건, 크레딧 스위스 등과 함께 활발히 상장 주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예약 거래액 2조 원, 월간 평균 이용자수(MAU) 200만 명을 달성했다. 매출은 3000억 원을 돌파했고, EBITDA(법인세,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야놀자는 미국 여행·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상장하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종종 동종업계 다른 기업을 산정 기준으로 삼는다. 4월 1일 기준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은 1128억 달러(약 127조 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역시 미국 상장을 준비 중이다. 미국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4월 14일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고 온라인 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이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하는 등 업계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는 2012년에 설립된 암호화폐 거래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100개국에 걸쳐 약 4300만 명의 인증 사용자, 헤지펀드 등 7000개 기관, 11만5000개의 생태계 파트너(협력 기업 및 단체)를 보유하고 있다. 두나무는 지난해 1668억 원의 매출과 95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왜 지금인가?…IPO 열기+스팩 주인 찾기

    미국 증시 역대 IT기업의 IPO 규모를 나타낸 그래프. 쿠팡은 페이스북, 우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나스닥 홈페이지]

    미국 증시 역대 IT기업의 IPO 규모를 나타낸 그래프. 쿠팡은 페이스북, 우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나스닥 홈페이지]

    미국 증시의 특수한 상황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S&P 500 지수가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돌파하는 등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 지난해부터 IPO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 리서치 시스템스(Factset Research Systems)는 “저금리 시대 높은 기업가치를 노린 창업자, 벤처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IPO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IPO 시장이 커진 것은 시장 상황이 좋으면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스닥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증시 IPO 건수는 471건으로 1996년(667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IPO로 조달한 공모금 총액도 1550억 달러(약 175조 원)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한 상장이 248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다. 투자금을 모아 페이퍼 컴퍼니를 먼저 상장시킨 후 실제 상장을 원하는 기업을 M&A로 집어삼킨다. 실체를 나중에 확정(M&A)한다는 의미에서 ‘백지수표 회사(blank check companies)’로도 불린다. 좋은 회사를 발견해 M&A에 성공하면 스팩 설립을 주도한 스폰서와 스팩 주식을 산 일반 투자자들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부터 스팩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8년에는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이 총 46건이었지만 2019년 59건으로 13건 늘었다. 2020년에는 248건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공급(비상장 우량 회사)에 비해 수요(스팩)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그만큼 M&A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쿠팡의 상장, 스팩 붐 등이 맞물리며 미국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스팩 스폰서(sponsor·발기인, 전문 투자자) ‘긱 캐피털’의 CEO 라루카 디누는 미국 금융투자정보 업체 피치북과의 인터뷰에서 “스팩은 시간제한이 있는 체스 게임(chess game with a clock)이다. 정해진 시간 내 목적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상장은 끝이 아닌 시작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시장의 상장 심사 요건은 한국보다 덜 까다롭지만, 공시나 회계 기준 준수, 주주 및 투자자 보호 등에 관한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소액주주 집단소송 등도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실수를 막으려면 비싼 수임료를 내고 변호사, 회계사를 고용해야 한다.

    공매도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공매도 관련 전문 리서치 회사도 있기 때문에 허술한 면을 드러내면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에도 미국 전기트럭 업체 로즈타운 모터스가 공매도 전문 회사 힌덴버그 리서치의 표적이 돼 주가가 급락했다. 데이비드 리 테일러투자자문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증시는 상장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 공시, 실적 발표 등 상장 유지를 위한 필수 사안을 꼼꼼히 챙기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쿠팡 #마켓컬리 #야놀자 #두나무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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