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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T 클래식 슈트, 10년 젊게 입기

  • 글·루엘 패션에디터 이혜진 eternits@hanmail.net/ 사진제공·루엘

SUIT 클래식 슈트, 10년 젊게 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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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이너 토미 힐피거가 이렇게 말했다. “슈트를 입은 남자는 정중해 보인다. 슈트는 그 사람의 지위와 인격, 그리고 스타일을 대변한다.” 하지만 그의 이 말이 슈트를 입은 모든 남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남자가 가장 친숙한 옷차림으로 슈트를 꼽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소홀히 접근하는 아이템이 바로 슈트인 탓이다. 어떤 패션 아이템보다 당신의 가치를 높여줄 ‘품위의 상징’ 슈트를 좀더 스타일리시하게, 그리고 한층 젊어 보이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을 공개한다.
SUIT 클래식 슈트, 10년 젊게 입기
강력한 트렌드의 물결에 휩쓸리기보다 묵묵히 자기 역할에 충실한 아이템이 있다. 거친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아이템, 바로 슈트다. 스타일 변화에 근원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남자들이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건 그 때문이다. 문제는 슈트가 상대에게 신뢰감, 개성, 당신의 지위까지 알려주는 복합적인 성분의 패션 아이템이라는 점이다. 기본적인 룰 하나만 삐끗해도 자칫 안 입느니만 못한 느낌을 전달하기 일쑤다. 잘 재단된 슈트를 고르는 것만큼 감각적인 스타일링이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슈트의 매력은 입는 사람의 체형과 딱 맞아떨어질 때 훨씬 커진다. 하지만 대한민국 남자들은 슈트를 어떻게 선택하는가. 언젠가 사석에서 어느 스타일리스트가 “‘국’ 자가 붙는 나라 중에 제일 옷을 못 입는 나라가 한국이고, 그 대표 아이템이 슈트”라고 말했을 때 동석한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 일이 있다. 그건 멋에 대한 철없는 욕구만 앞세워 자신의 체형도 고려하지 않고 아무 고민 없이 슈트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한국 남자를 두고 한 얘기였다.

비싼 값에 구입한 폼 나는 슈트를 두고 “조카가 삼촌 옷 빌려 입은 꼴”이라는 품평을 듣는 것만큼이나 억울한 일이 있을까. 그런 점에서 지난해 브라운관을 강타했던 ‘하얀 거탑’, 그리고 최근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열연 중인 김명민은 모르긴 몰라도 가장 대중적인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슈트에 관한 가장 나쁜 학습교재 중 하나로 TV를 꼽는 내게 김명민의 슈트 차림은, 이대호의 홈런에 열광하는 롯데 팬의 심정을 알게 해줄 정도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드라마 속 남자 배우들은 헐렁한 재킷과 팬츠, 손등을 덮는 셔츠 등 잘못된 슈트 스타일링을 전도했다. 반면 김명민은 잘 빚어진 항아리처럼 정교하게 피트된 슈트는 물론 베스트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어 일급 학습교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슈트의 첫째 매력은 ‘완벽한 피트’다. 아무리 멋지고 근사한 슈트라도 자신의 체형에 맞지 않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건,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룰이다.

SUIT 클래식 슈트, 10년 젊게 입기
1 타이 딤플(타이 매듭 아래 파인 주름)을 한쪽으로 치우쳐 매듭을 짓는다. 타이 뒷자락 역시 슬쩍 밖으로 빼내어 연출한다.



2 슈트 라펠의 단춧구멍은 본래 꽃을 꽂는 용도로 쓰였다. 꽃 대신 브로치나 배지 등을 달기도 한다.

3 슈트엔 무릎까지 오는 블랙 양말을 신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릴 것.

이탈리안 트위스트 스타일 엿보기

평소 밋밋한 슈트 스타일링에서 벗어나 색다르고 멋진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을 땐 이탈리아 남자들의 패션 센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고리타분한 룰에 자신의 감각을 볼모로 잡히지 않는 존재들 중 가장 뛰어난 사례가 바로 그들 아닌가. 그들의 재기발랄한 스타일링은 소소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면 평범한 플라스틱 단추가 달린 재킷 대신 반짝이는 금장 단추가 달린 스리 버튼 네이비 재킷을 고르는 것처럼.

이탈리아 멋쟁이들이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멋스럽게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자유로운 컬러 선택과 캐주얼 콤비네이션에 있다.

이탈리아 멋쟁이들을 언급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트위스트 스타일’이다. 말 그대로 정형화된 룰을 과감히 깨뜨린다는 의미다. 타이를 스카프처럼 묶기도 하고 포켓 스퀘어를 꽂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특히 슈즈와 양말을 매치하는 감각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언젠가 밀라노 거리에서 브라운 옥스퍼드 슈즈(끈으로 매는 구두)에 와인 빛깔 스트라이프 양말을 갖춰 신은 한 노 신사의 모습을 발견하곤 황급히 셔터를 눌러댄 적도 있다.

이쯤에서 일본 남자들 얘기를 빼먹을 순 없다. 이탈리안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는 일본 남자들은 아시아 남자들의 슈트 피트에 관한 한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도쿄 어느 거리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타이트한 슈트에 클레릭 셔츠를 갖춰입고 플라워 패턴 타이를 매며 슈트 팬츠는 발목이 드러날 정도로 짧게 입는다.

이탈리아 슈트 브랜드 Z제냐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브루스 몽고메리와 인터뷰했을 때 그가 이런 지적을 했다. “20~30대 한국 남자들이 스타일 변신에 과감한 한편, 40대는 매우 보수적이며 클래식한 의상을 선호한다. 극명한 대조다. 이탈리아 남자는 연륜이 묻어날수록 밝은 색상의 캐주얼 룩으로 젊게 입으려 노력한다.”

거기에 덧붙인 그의 스타일 팁들. 슈트를 입을 때는 두 가지 이상의 색상을 섞지 않아야 한다. 한 가지 컬러는 반드시 블랙이나 그레이 등의 단정한 모노톤을 선택한다. 슈트를 멋스럽게 보이게 하려면 한 치수 작게 입어라. 마지막으로 벨트와 구두, 양말 이 삼형제는 패턴과 소재까지 맞춰 입어야 한다.

세상 사람이 속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탈리아 남자는 스타일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틀린 생각이다. 그들은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어떤 옷을 입을까 궁리하고 장소와 상황에 맞게 연출하려고 노력한다. 타고난 센스보다 자신의 스타일에 심취하고 고민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탈리아 남자들의 매력적인 스타일링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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