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의 격정토로

“해군 3함대사 목포 이전과 작전사 부산 이전은 미친 짓”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입력2009-04-07 1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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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양해군의 기치를 올렸던 안병태 전 총장이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이뤄진 해군 3함대사의 목포 이전과 해군 작전사의 부산 이전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목포기지는 도저히 대양해군을 수용할 수 없는 곳이고, 부산기지는 해군의 핵심 부대인 작전사가 포진할 곳이 못 된다며 두 부대 이전을 결정한 전임 해군 수뇌부를 맹공격했다. 3함대사와 작전사 이전은 해군판 제2롯데월드 사건으로 비화할 것인가.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의 격정토로
    17 대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2007년 11월15일 해군은 부산에 있던 제3함대 사령부를 목포로 옮기고, 12월2일에는 진해에 있던 작전사령부를 부산으로 옮겼다. 당시 해군은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부대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해군본부의 조정계획에 따라 두 부대를 옮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해군에서만 내연(內燃)해오던 두 부대 이전에 대해 ‘대양해군’의 기치를 내세워 한국 해군의 대형화를 주도했던 제20대 해군참모총장 안병태 예비역 대장(70·해사 17)이 공개적으로 통렬한 비판을 퍼부었다. 안 전 총장은 “목포로 3함대를, 부산으로 작전사를 옮긴 것은 국가 보위를 무시하고 정치 놀음에 따라 이뤄진 미친 짓”이라고 공박하며 “국가 보위를 생각한다면 국민과 정부는 두 부대를 원 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안 전 총장의 주장에 대해 13대 해군 총장을 지낸 이은수 예비역 대장(79·해사 6기) 등 일부 해군 전략가들이 동조하고 있다. ‘통일한국의 해군전략론’과 ‘나라와 바다의 전략’ 등을 펴내 손꼽히는 해군 전략가란 평판을 듣는 강영오 전 해군 교육사령관(74·해사 13기)도 “작전사와 3함대사를 이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한 개악(改惡)이다”는 요지의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좁고 긴 목포항 수로

    안 전 총장을 인터뷰한 기자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해군본부 측에 해군본부의 의견을 대변할 이와도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해군본부는 “전 총장과 다투는 모양을 보이는 것 같아 곤란하다. 나설 형편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다음은 안 전 총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안 전 총장이 격앙돼서 이야기했기에 일부 표현은 다듬었음을 밝혀둔다.



    ▼ 3함대가 옮겨간 목포기지는 어떤 특색을 갖고 있습니까.

    “서해는 얕은 바다이기에 서해의 항구는 공통적으로 수심이 얕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심이 낮은 곳이 목포항과 붙어 있는 목포기지예요. 목포기지에는 1200t급 초계함까지만 댈 수 있습니다. 1800t급 호위함은 한 척을 계류시킬까 말까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해군은 주력 함정을 3500t이 넘는 구축함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3500t급의 KD-Ⅰ과 소말리아로 파병하는 4500t급의 KD▼ Ⅱ, 이지스 체계를 갖춘 9500t급의 KD-Ⅲ 구축함이 중추를 이룹니다. 1만8000여t의 대형상륙함인 독도함도 실전배치했습니다.

    목포기지에는 이러한 배들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는 시기에 이러한 군함이 들어올 수 없는 곳으로 3함대 사령부를 옮긴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함대 사령부를 설치하는 기지에는 그만한 부대를 수용할 시설과 부지도 갖고 있어야 하는데, 목포기지는 그런 조건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 외해(外海)에서 목포항을 잇는 수로(水路)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목포항 수로는 빠져나오는 데만 한 시간 반이 걸릴 정도로 깁니다. 어선처럼 작은 배야 상관없겠지만 덩치 큰 군함은 이 수로로만 다녀야 좌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목포항 근처 수로에는 아주 좁고 조류가 빨라서 특별히 ‘목포구(口)’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유사시 기지에 있던 군함은 재빨리 외해로 나가 작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좁고 긴 목포구가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적이 비밀리에 목포구에 기뢰를 부설하거나 행해 장애물을 설치하면 모든 군함이 다니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목포기지는 완전 폐쇄돼, 3함대는 더 이상 작전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염려 때문에 해군은 목포에서 한참 앞에 있는 흑산도에 고속정 부대를 전진 배치했던 것입니다.

    목포구 일대의 조류가 6노트 정도(시속 11km 정도)로 매우 빠르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썰물 때 목포구를 거슬러 목포항으로 들어가는 군함은 6노트 더 달릴 수 있는 힘을 내야 원하는 속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순조(順潮) 때는 훨씬 약한힘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만 이때는 키를 조절하는 효과인 ‘타효(舵效·rudder effect)’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5~9월에 특히 짙게 끼는 안개도 문제입니다. 유사시 짙은 안개 속에서, 적이 기뢰를 부설해놓지 않았을까 염려하면서, 좁고 긴 수로를 달리는 것은 정말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의 격정토로

    목포항은 항구 앞에 섬이 많고 좁고 긴 수로가 있어 대양해군 작전에 적합하지 않다.

    목포기지 대형함 수용 못해

    ▼ 그러한 제약 조건이 있는데도 오래전부터 해군이 목포를 기지로 활용해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일(對日) 항쟁기 때 일본은 호남에서 수탈한 쌀을 목포항에서 일본으로 실어갔으니 그때부터 목포는 중요한 항구라는 인식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광복 직후 생겨난 해군의 전신인 ‘해방병단(海防兵團)’도 목포에 기지를 설치했습니다. 이것이 발전해 해군의 목포경비사령부 및 제3해역사를 거쳐 목포방어사령부(목방사)로 변천했습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북한은 흑산도 추자도 등 서남해의 섬 근처를 통해 자주 간첩선을 침투시켰는데, 이것을 막으려면 해군은 목포에 기지를 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흑산도와 추자도 등에는 전진기지를 두고 목포는 이들을 지원하는 기지로 활용하게 된 것입니다. 목방사는 목포는 물론이고 흑산도 추자도 등에 나가 있는 작은 함정을 정비하고 교육 훈련시키는 기지 구실도 했습니다.”

    ▼ 안개는 5~9월 사이 목포뿐만 아니라 서해 전체에 심하게 끼지 않습니까. 서해를 방어하는 2함대 사령부가 있는 평택항의 수로는 문제가 없습니까. 독도함은 평택항에 접안하지만, 이지스 구축함은 접안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평택항도 수심이 낮아 준설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현재 이지스 구축함은 평택 외항에 닻을 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지스 구축함은 독도함보다 작지만 흘수가 깊어 더 깊은 수심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준설은 항구와 수로에 쌓인 토사와 쓰레기를 걷어내는 것으로 세계 거의 모든 항구에서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평택항도 수로를 더 준설해 내항에 이지스 구축함을 계류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목포기지의 얕은 수심은 준설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목포만큼이나 수로가 좁고 긴 곳이 인천항입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해군은 인천기지에 있던 2함대 사령부를 평택으로 옮겼습니다. 평택항의 수로는 좁지도 길지도 않기에 평택기지에 있는 함정은 유사시 바로 외해로 나가 작전할 수 있습니다. 함대사령부가 있는 곳은 유사시 많은 전투물자를 들여놓을 수 있도록 넓은 배후지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진해기지는 800만평(2645만㎡), 평택기지는 130만평(429만여㎡)의 배후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목포기지의 배후지는 그리 넓지 못합니다.

    안개는 5~9월 서해 전역에서 심합니다만, 특히 목포 쪽이 심합니다. 안개 낀 날 목포수로와 목포구를 거슬러 올라가본 뱃사람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예산도 없이 화원반도로 옮기나

    ▼ 요즘은 전자산업이 발달해 웬만한 자연조건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대형 함정은 외해에 나가 있고 목포기지의 3함대 사령부는 C4I 체계를 이용해 이들을 지휘하면 되지 않습니까.

    “함정이 매일 작전만 합니까. 교육도 하고, 정비도 하고, 훈련도 하고, 검열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큰 배는 목포항에 들어오지 못하니, 교육과 정비와 훈련과 검열을 받으려면 다른 기지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3함대 사령부는 자기 배가 입항한 기지를 찾아가 교육과 정비와 훈련과 검열을 하는 팀을 만들어 순회시켜야 합니다. 이게 무슨 함대사령부입니까.”

    ▼ 그래서 목포에서 훨씬 앞으로 나온 화원반도에 3함대 기지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말 자체가 목포항은 군항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요. 목포기지가 좋으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겠습니까. 화원반도에 만드는 목포신항에 3함대 기지를 건설하는 데는 5000억~6000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거 낭비 아니가요? 화원반도에 3함대 기지를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3함대를 목포기지로 보낸 것을 비판하니까 해군본부가 급하게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에요.

    임기응변으로 내놓은 것이라 계획도 잡혀 있지 않고 예산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지금 큰돈을 들여서 제주도에 기동함대를 위한 기지를 짓고 있는데, 제주에서 멀지 않은 화원반도에 또 거액을 들여 해군기지를 짓는다면 국민이 이를 인정할 수 있겠어요? 국민 혈세를 이렇게 펑펑 써도 되는 겁니까?”

    ▼ 수로가 하나뿐인데 목포항의 어선들은 어떻게 다닙니까.

    “어선은 작잖아요. 조금만 나가면 굳이 수로로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설사 썰물 때 갯벌에 걸린다 하더라도 배 밑이 편평하니 밀물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나 군함은 밑이 뾰족해서 수심이 깊은 수로가 아니면 다닐 수가 없습니다. 만에 하나 썰물 때 갯벌에 걸리면 쓰러져 버립니다.”

    해군기지 지역안배는 바보짓

    ▼ 해군의 작전사령부는 진해, 3함대사령부는 부산에 있었으니 해군은 경상도 쪽에 치우쳐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호남에도 해군 주요 기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해군기지는 지역안배가 아니라 가상 적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란 작전 차원에서 배치해야 합니다. 서남해의 해군기지 문제는 제주기지를 보며 풀어가야 합니다. 호남보다 훨씬 앞에 나가 있는 제주도에 기동함대 기지가 완공되면 서남해 방어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 그것은 지금 관점의 이야기고 과거 관점에서 보면 다른 얘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목포보다는 여수나 광양이 항구로서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해군은 3함대 사령부를 여수나 광양으로 옮길 수는 없나요.

    “여수나 광양에 해군기지를 만들지 않은 것은 두 곳 모두 해군의 중심인 진해에 가깝게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수나 광양에서 출동하나 진해에서 출동하나 별 차이가 없기에, 과거 해군은 그곳에 기지를 두지 않았습니다.

    해군이 세 개 함대를 두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1980년대 초입니다. 그때 가장 심각하게 토론한 것이 부산기지의 이전 문제였습니다. 해군은 부산 내항에 4000평 정도 되는 기지를 갖고 있었는데, 부산항이 커짐에 따라 작전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해, 이 기지 이전을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의 격정토로

    부산기지는 바로 외해로 연결된다는 것이 장점이나 방어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오른쪽) 부산 장자산에 있는 오륙도 SK뷰 아파트 단지에서는 해군부산기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아래)

    그리하여 부산 외항에 해당하는 신선대(神仙臺) 쪽과 목포·광양을 놓고 고민하다, 제일 먼저 광양을 포기했습니다. 광양은 해군기지가 없었던 곳이라 그곳에 3함대가 기지를 짓는다면 큰돈이 들어갈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목포와 부산을 놓고 고민하다, 목포는 앞에서 밝힌 것처럼 대양해군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부산 외항인 신선대에 3함대 사령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신선대 쪽, 정확히 말하면 ‘백운포’ 지역에 마침 해군 숙소와 부지가 있었습니다. 정부도 신선대에 컨테이너 부두를 만든다고 했으니 백운포 쪽은 3함대 기지를 만들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다만 파도가 높은 것이 문제였는데, 정부가 컨테이너 부두를 만들면서 그 앞에 방파제를 쌓기로 해 이 문제도 쉽게 풀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를 위협할 해상세력이 동해쪽에 몰려 있다는 것도 3함대 사령부를 부산에 두게 된 한 이유입니다. 북한 해군의 주력은 동해에 있습니다. 원산 부근의 퇴조항은 유명한 북한의 잠수함 기지입니다. 러시아의 태평양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도 동해 쪽에 있으니 우리는 동쪽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동해 시에 1함대를 두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니 부산에 남해를 관장하는 3함대사령부를 두기로 한 것입니다.

    이러한 3함대사령부를 목포로 옮기면 동해 쪽에는 1함대만 남게 돼 동해 쪽 방어가 약해집니다. 반면 서해 쪽에는 평택의 2함대, 목포의 3함대, 그리고 해군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제주기지의 기동함대가 몰려 있게 됩니다. 서해에 중국 해군이 있다고 치더라도, 해상 위협은 동해 쪽이 훨씬 큽니다. 앞으로는 제주기지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니 목포기지의 가치는 점점 떨어집니다.”

    부산기지 넘어다보는 아파트

    ▼ 부산 3함대사령부가 있던 곳의 우측인 ‘이기대(二妓臺)’가 있는 장자산 자락에는 ‘오륙도 SK뷰’라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이 단지의 아파트 중 일부에서는 3함대사령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해군 기지가 있었던 백운포 뒤쪽의 신선대 자락에 극동정유 소유의 땅이 있었고 신선대 중턱에는 천주교 묘지가 있었습니다. 이기대 쪽에는 나환자촌이 있었고요. 처음 해군의 계획은 이 땅을 모두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입이 불가하면 수용이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설명 드리기 힘든 사정이 있어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이기대에 있던 나환자촌이 이전하자 그곳에 3함대사령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이것이 백운포에 새로 지은 부산기지의 약점입니다. 하지만 이 기지는 외해를 마주하고 있어 10만t이 넘는 미국 항공모함이 바로 부두에 접안할 수 있습니다. 방파제만 빠져나오면 수심이 깊은 외해이니 해군 함정은 유사시 바로 작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부산기지는 항구로서 아주 좋은 곳인데 이곳으로 작전사령부를 옮긴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요.

    “좋은 지적입니다. 작전사령부는 옮기고 싶어서 옮긴 게 아닙니다. 3함대 사령부를 목포기지로 옮기는 바람에 부산기지를 비워두게 돼, 할 수 없이 작전사령부를 부산으로 옮겼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전략기지인 작전사령부는 아무 데나 둬서는 안 됩니다. 가장 안전한 곳에, 해군을 효율적으로 지휘통제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합니다. 부산기지와 진해기지를 놓고 봤을 때, 입지조건이 좋은 곳은 진해기지입니다. 그래서 3함대사령부를 목포로 옮긴 것보다, 작전사령부를 부산으로 옮긴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진해기지는 깊숙이 들어와 있는 진해만 안에 있기에 방어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작전사령부는 전체적인 해군 작전계획을 짜는 곳입니다. 작전사령부가 어떤 작전을 기획할 때는 실제로 그 작전을 맡아서 해야 할 부대와 충분한 의견 교환을 해야 하므로 예하부대 사람을 불러 회의를 합니다.

    해군의 예하부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진해기지입니다. 그곳에는 기뢰전 부대, 구축함 부대, 호위함 부대, 잠수함 부대, 상륙함 부대, 특수전 부대가 있습니다. 작전을 하려면 보급과 정비가 중요한데 진해에는 군수사령부와 정비창이 있습니다. 훈련과 교육도 필요한데 그곳에는 훈련단도 있습니다. 진해만에는 천혜의 훈련구역도 있습니다.

    부산기지는 이러한 부대가 모여 있지 않을뿐더러 바로 외해로 연결되기에 방어가 힘들고 보안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작전사령부는 안전한 진해기지에, 3함대사령부는 그보단 못하지만 대양해군이 머물수 있는 부산기지에 두는 것이 적합합니다.”

    아파트에서 작전사 촬영한다면…

    ▼ 요즘 교통수단이 얼마나 발달했습니까. 헬기를 이용하면 예하부대 사람들도 금방 부산기지의 작전사령부로 날아와 회의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헬기를 타고 진해서 부산까지 오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답니다. 헬기 운항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일기가 나쁘면 자동차로 와야 하는데 그때는 도로 사정에 따라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집니다. 왜 시간과 돈을 낭비합니까. 전시에는 공황 상태가 되므로, 헬기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작전사가 진해기지 안에 있다면 기지 안은 해군에 의해 통제되기에 안전하게 관계자들이 모여들 수 있습니다. 왜 그런 곳을 버리고 부산으로 옮깁니까.”

    ▼ 몇 년 전 진해 작전사령부에 가보니 한반도 수역에 떠 있는 배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KNTDS 전광판이 있더군요. 부산기지의 작전사령부도 이러한 C4I 체계로 전체 해군작전을 지휘할 수 없나요.

    “작전사령부와 함대사령부는 격이 달라요. 작전사가 대학이라면 함대사는 고등학교입니다. 작전사가 깨지는 것과 함대사가 깨지는 것은 그 여파가 다릅니다. 함대사라면 부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가 가까이에 있어도 되지만, 작전사는 그런 곳에 두면 안 됩니다.

    아무리 C4I 체계가 발전해도 구수(鳩首)회의와 작전회의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전사 회의를 위해 외부에서 오는 사람과 그들이 타고 온 차량과 헬기를 아파트에 숨어 있는 누군가가 전부 망원렌즈로 촬영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 해군의 작전 장교 전원에 관한 파일이 적의 수중에 들어갑니다.”

    ▼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의 미 7함대 모항을 가봤는데 경계가 삼엄하지 않던데요. 7함대 모항 옆엔 러일해전에서 승리한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를 기리기 위해 그가 탔던 전함 ‘미가사’함을 전시하는 등, 관광지 분위기도 났습니다.

    “미 7함대는 대표적인 기동함대입니다. 7함대를 지휘하는 작전사령부는 ‘블루리지함’이라고 하는 대형 상륙함을 타고 있습니다. 따라서 블루리지함이 진해항에 들어오면 7함대 사령부가 진해에 있는 것이 됩니다.

    요코스카에는 7함대를 지휘하는 시설이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사람은 육지에 발을 디디지 않을 수 없고 가족들이 살 공간도 필요하니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해놓은 것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강한 함대는 대서양의 2함대(버지니아 주 노퍽)와 태평양의 3함대(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인데, 그곳에는 육상에 작전지휘하는 시설이 있습니다. 노퍽과 샌디이에고 기지에는 미 해군의 많은 부대가 들어와 있어 2함대와 3함대 사령관은 쉽게 작전회의를 열 수 있습니다.”

    ▼ 작전사 벙커와 함대사 벙커는 규모가 다른가요.

    “다르지요. 함대사 벙커로는 작전사의 지휘통제 시설을 수용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부산기지로 이전한 작전사령부는 새로운 벙커를 만들어야 합니다. 진해기지 안에는 KNTDS 등 모든 지휘통제 시설이 구비된 작전사 벙커가 있는데, 이를 놔두고 부산기지 안에 새로 작전사 벙커를 짓는 것이 경제적이고 합리적인가요.

    미군과의 연합작전도 문제입니다. 7함대가 블루리지함에 지휘통제시설을 싣고 다닌다고 해도 육상에는 이를 지원해주는 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미 7함대는 진해기지 안에 지하 ○층 지하○층의 작전지휘시설을 최근 완공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설이 완공돼갈 무렵 우리 작전사는 부산으로 가버렸어요.

    유사시 한미연합이 승전을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는데, 해군본부는 미 해군과 협의도 하지 않고 덜컥 작전사령부를 부산기지로 옮긴 것입니다. 우리 해군이 전쟁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군대라면 절대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외부에서 압력을 받았거나, 판단력이 마비됐기에 그렇게 한 것이지….”

    합참 계획에도 잡혀 있지 않아

    ▼ 외부 압력이란 무엇인가요. 오래전부터 목포 쪽에서는 큰 해군부대가 들어와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이 있었고, 지난 정권의 실세들도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정치인은 표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고, 군인은 전쟁에 대비하는 사람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치인이 압력을 가하더라도 군인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 그 압력에 굴복하면 안 됩니다. 군인이라면 직을 걸고 바른 말을 했어야 합니다.

    함대사령부를 수용할 수 없는 목포기지로 3함대를 보내고, 비게 된 부산기지로 작전사령부를 보낸 것은, 국토방어를 정치 놀음에 맡긴 처사입니다. 우리 해군은 절대 이런 길로 가서는 안 됩니다.”

    ▼ 부대 이전은 합참의 부대계획에 따라 하는 것이지요.

    “바로 그것이 문제입니다. 합참의 부대계획은 언제 어느 부대를 어디로 옮기고, 해체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계획에 따라 국방부가 필요한 예산을 마련해줍니다. 그러나 3함대사의 목포 이전과 작전사의 부산 이전은 합참 부대계획에 잡혀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두 부대의 이전은 국방부 예산을 받아서 하지 못하고, 해군 예산으로 했습니다.

    군 구조 개혁의 대강을 마련한 것은 2005년 발표한 ‘국방개혁 2020’인데 여기에도 3함대사를 옮기거나 작전사를 이전한다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두 부대는 황급히 옮겨졌습니다. 그것도 17대 대통령선거(2007년 12월19일) 직전에…. 이러니 두 부대 이전엔 정치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3함대와 작전사 이전은 외부 요구에 의해 이뤄진 것이 분명합니다. 이 압력이 내려왔을 때 총장 이하 해군 수뇌부는 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유사시를 대비해야 하는 해군으로서는 그렇게는 못 합니다’하며 버텼어야 합니다. 작전사를 부산기지로, 3함대를 목포기지로 옮긴 것은 한 마디로 미친 짓입니다. ”

    제2롯데월드보다 더한 문제

    ▼ 어찌 보면 해군본부는, 14년 동안 반대해오던 제2롯데월드 건설을 총장이 바뀐 후 허가 쪽으로 기운 공군본부와 유사한 행동을 한 것이네요.

    “제2롯데월드는 서울공항에 있는 비행단(15혼성비행단) 하나의 문제지만, 작전사 이전은 해군 전체에 영향을 주는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제2롯데월드는 공군 전체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공군 작전사에 영향을 주진 안찮습니까.

    두 부대를 이전하기 전 해군 수뇌부는 전임 총장들에게만 장교를 보내 경위를 설명하고, 함께 해군력을 건설해온 전체 예비역에게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부대 이전을 공표해 공론에 부친 바도 없습니다. 이는 당시의 해군 수뇌부가 단독으로 부대 이전을 결정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두 부대 이전으로 인한 해군력 왜곡은 이를 결정한 당시의 해군 수뇌부와 압력을 넣은 정치인들이 져야 합니다.”

    ▼ 그러나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기 힘듭니다. 목포에서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차원에서 3함대가 오는 것을 절대적으로 소원했기에 3함대를 빼가면 큰 반발이 일어날 것입니다. 부산 시민들도 해군 작전사가 부산에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두 부대를 원 위치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자기 이기주의에 빠지면 누가 국가를 지킵니까. 지도자와 국민은 이 나라를 보위하기 위해서는 해군을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좋은지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주시길 바랍니다. 이 노병(老兵)은 이전처럼 작전사는 진해로, 3함대는 부산으로, 목포에는 방어사령부를 두는 것이 국가 보위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을 간곡히,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국방부는 해군이 결정했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 한해서는 개입해줄 것을 고대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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