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호

‘엄마는 산티아고’ 작가 원대한

  • 글·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2014-07-23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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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산티아고’ 작가 원대한
    “아들, 이번 봄에 엄마랑 산티아고 걸을래?”

    군대를 막 전역한 까까머리 아들과 50대 어머니의 산티아고 여행은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서울대 디자인학부 4학년 원대한 씨는 최근 어머니와 산티아고를 여행한 기록을 담은 ‘엄마는 산티아고’를 펴냈다. 모자는 보통 완주하는 데 40일 정도 걸리는 800km 여정을 지난해 봄과 가을, 두 차례에 나눠 천천히 걸었다.

    “5년 전 어머니 화장대 위 노란 저금통에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어요. 저금통이 다 차면 산티아고 카미노 길을 걷겠다는 거예요. 제가 커갈수록 한없이 작아지는 엄마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어린 아들’로서 엄마와 하는 마지막 여행이 될지 모르니.”

    여행에 익숙지 않은 어머니와 순례자의 고행길을 걷기란 쉽지 않았다. 원씨는 “여행자 대부분이 하루에 30km를 걷지만 어머니는 10km밖에 못 걸었다. 치열한 경쟁에 익숙한 나로서는 매일 수백 명의 여행자가 나를 앞지르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100명이 한방에 자는 여행자 숙소에서 어머니는 밤새 뒤척였다. 그럼에도 모자는 발맞춰 걸었다. 의족을 한 할아버지, 어린이, 중년 여성 등 천천히 걷는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교사로서 열정이 있었지만 육아 때문에 직업을 포기해야 했던 그의 어머니는 산티아고에서 야생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씨는 어머니의 그림을 모아 조만간 작은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엄마가 ‘산티아고 걷기’라는 꿈을 이룬 후 허탈해하실 줄 알았는데 ‘지금도 꿈속에 살고 있다’며 좋아하세요. 여행 처음에는 엄마의 보호자, 짐꾼, 가이드로서 엄마를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길이 끝날 즈음에는 엄마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됐습니다. 다른 분들도 한번 떠나보세요. 엄마랑 발맞춰 걷기에 참 좋은 계절이니까.”



    He & S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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