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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ㅣ글로벌 경제위기와 한국

‘월가의 구원투수’ 웰스파고의 ‘기본중시경영’

“우리는 월스트리트의 유행에 관심 없다”

  •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glee@hankyung.com

‘월가의 구원투수’ 웰스파고의 ‘기본중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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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밀집한 이 지역의 영업을 총지휘하는 32세의 한국계 교포 조안나 박 지점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기자에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실제 업무 강도는 상당하다. 오전 9시 영업시간 전에 미팅을 갖고 하루 영업계획을 세세하게 점검한다. 전날 영업 결과와 함께 이날 하루 동안의 고객 면담 횟수와 상품 판매 계획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오후 2시에는 오전 실적을 평가한 뒤 마케팅을 독려한다. 오전에 고객과 만난 내용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영업 방향을 조언하기도 한다.

영업 성과에 대한 측정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인당 상품 판매 수, 1인당 수익, 교차판매 실적 등 개인 성과를 바탕으로 지점당 수익을 월 단위로 점검한다. 게다가 지역본부에서 수시로 창구영업의 서비스 수준을 점검하기 때문에 일선 영업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고객이 창구를 방문해 3분 이상 대기할 경우 아무리 다른 서비스가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만점을 받을 수 없다.

‘월가의 구원투수’ 웰스파고의 ‘기본중시경영’

웰스파고 본점 내부. 은행을 상징하는 서부개척시대의 역마차(stage coach)를 배경으로 직원들이 창구업무를 보고 있다.

매주 화요일 지점별로 서비스 점검 결과를 통보하고 이는 지점의 예산과 성과급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곳은 토요일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문을 연다. 관광객이 많아 주말에도 인근 레스토랑이 붐비기 때문이다. 경쟁 상대인 BOA나 워싱턴 뮤추얼의 지점은 오후 1시까지만 문을 열지만 잔돈을 바꾸기 위해 오는 식당 주인들을 위해 영업시간을 연장했다. 대형 슈퍼마켓 내 지점은 일요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한다.

커뮤니티 뱅킹 비중 34%



세일즈 컨설턴트이자 지역 담당 매니저인 레이먼드 킴은 “웰스파고의 기본 영업전략은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창업을 하기 전 상권 분석과 대출 상담을 해주고, 실제 가게를 개점한 뒤에는 영업시간에 맞춰 잔돈을 교환해주는 일부터 세금정산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재무 서비스를 제공한다. 종업원 한 명에 대한 임금 지급과 사회보험료 납부까지 대신해준다.

지역 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열성적이다. 학교에서 여는 저축 강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택 구입 세미나도 참가비를 받지 않고 수시로 연다. 지역 상권이 커지면서 은행도 같이 크는 식이다. 이 같은 커뮤니티 뱅킹은 웰스파고의 주요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맞춤형 서비스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뱅킹 사업 비중이 전체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웰스파고가 다른 은행과 달리 지점을 확대해 온 것도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웰스파고의 총 매장 수는 5964개로 미국 내 1위다. 모기지 상품만 취급하는 지점도 2300여 개, 슈퍼마켓 내 매장도 537개에 달한다. ATM은 6900대로 미국 내 3위다. 강력한 서비스 마인드와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전략이 웰스파고 경영전략의 핵심인 셈이다.

웰스파고 고객담당 부서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은 고객에게 모기지(mortage)를 판매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이 집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뮤추얼 펀드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노후 보장을 돕고 자녀교육과 새로운 사업의 출발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웰스파고가 미국은행 중 모기지 판매 순위 1위라는 점이다. 하지만 웰스파고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충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모기지 대출을 받은 고객이 800만명에 달하고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에서도 개인 대상 모기지가 3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웰스파고보다 많은 자산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소매금융에 나섰던 와코비아가 웰스파고에 전격 인수된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웰스파고는 이에 대해 고객의 신용도가 다른 은행에 비해 월등히 높고, 위험한 투자는 결코 하지 않는 리스크 관리 문화를 그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모기지 신용등급 평가회사인 피코(FICO)에 따르면 웰스파고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725점으로 프라임(prime)급 이상이다. 660점 이하가 서브프라임 고객으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도가 월등히 높은 고객층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가계자금 대출 고객의 평균 FICO 점수도 735점일 정도로 우량고객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다. 무담보 신용대출도 신용점수가 최소한 680점은 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서브프라임급 고객은 웰스파고와 거래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상품 ‘판매업자’ 자처

이 은행 고객의 높은 신용도와 낮은 연체율은 은행의 수익성을 올리고 있다. 이는 다시 은행의 신뢰도와 신용등급 향상으로 이어져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실제로 웰스파고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평가에서 미국 은행 중 유일하게 최고 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다.

웰스파고의 리스크 관리는 특히 지난해 미국 금융산업이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확연히 드러났다. 미국 5위권 은행 중 웰스파고가 가장 높은 순이익 증가율(10%)을 기록한 것이다. BOA(-12%)와 시티(6%), JP모건체이스(4%) 등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탁월한 성적이다.

인터뷰/ 웰스파고 CEO 존 G 스텀프

“잘 아는 분야에 역량 집중하는 게 전략”


“월스트리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관심 없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전략으로 성공했다.”

존 G 스텀프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는 샌프란시스코의 은행 본점 21층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금융산업 내의 유행이나 변화는 관심 밖”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잘 알고, 잘 하고 있는 분야에 비즈니스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웰스파고의 전략”이라며 강조했다.

실제로 웰스파고는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미국의 주류 금융계와는 반대로 움직이며 미국 내 랭킹 3위(자산규모)라는 지금의 입지를 굳힌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JP모건체이스와 BOA 등 경쟁 은행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울 때도 “규모의 경제를 믿지 않는다. 몸집을 부풀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혹평,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웰스파고의 사령탑에 앉은 스텀프 회장도 인터뷰 내내 ‘웰스파고 웨이(Way)’를 강조했다.

IB(투자은행)가 대세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IB 업무는 변화가 심하고, 우리가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도 아니다”라면서 “무엇보다 기존 고객과의 호환성이나 시너지 효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글로벌 IB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거나 해외 은행의 M&A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해외 진출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미국 내 톱 5 은행 가운데 BOA와 시티가 각각 10% 안팎씩, 웰스파고를 포함해 나머지 3개 은행을 합쳐 모두 45%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며 “웰스파고는 아직 미국 내에서의 성장 여지가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월가의 구원투수’ 웰스파고의 ‘기본중시경영’
그는 은행의 규모에 관해서 “클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좋을수록 커진다”는 웰스파고의 신념을 강조했다. 그는 “크기보다 고객의 가치(value)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객이 은행에 기대하는 것은 자신의 삶과 꿈, 미래에 대한 관심이며, 웰스파고는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스텀프 회장은 그 예로 1980년대 후반 거의 모든 애널리스트가 주택담보대출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할 때 오히려 투자를 늘린 사실을 들었다.

“당시 모기지 사업의 확대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었다. 고객은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의 자산이며,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월스트리트가 무슨 소리를 하든 우리는 관심이 없다.”

이 결정을 계기로 웰스파고는 미국 내 모기지 2위 은행으로 성장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1990년대 중반 경쟁 은행들이 붐을 타고 비용 절감을 위해 지점을 축소할 때 오히려 지점을 늘려 수신 기반을 확충하면서 점유율을 높였다.

스텀프 회장은 “우리는 은행업계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없다. 반짝하는 유행이나 변화는 우리의 관심 밖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전략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고, 또 성공해왔다”고 강조했다.

웰스파고가 IT(정보기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도 ‘고객친화적’ 관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스텀프 회장은 강조했다. 웰스파고는 미국 은행 중 가장 먼저 온라인 뱅킹 시스템을 도입했고, 웰스파고 고객 3명에 2명꼴인 950여만명이 온라인 뱅킹을 이용하고 있다.

은행의 미래에 관한 스텀프 회장의 철학은 확고했다.

“은행 간 통합이 활발해지면서 은행의 숫자는 줄어들고 규모는 커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최종 목표는 고객에 대한 금융 서비스의 통합에 있다.”


웰스파고의 리스크 관리문화는 신용카드 영업에서도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신용점수가 720점 이상인 고객에 한해 신용카드를 발급할 뿐만 아니라 고객이 자발적으로 원할 경우에 한해 카드 고객으로 가입시키고 있다. 웰스파고 고객의 27%만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웰스파고 직원이라도 신용기록이 충분치 않은 신입사원에게는 카드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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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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