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07년 “핵테러는 현 시대 가장 심각한 위협 중의 하나”라며 “단 한 번의 핵 테러도 대량살상과 엄청난 고통과 원치 않는 변화를 영원히 초래할 것이다. 이런 재앙을 방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불법거래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1993년 이후 핵 물질과 방사능 물질에 대해 1773건의 도난·분실·탈취·불법거래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도 이러한 사례가 매년 평균 2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로 2011년 6월 몰도바의 수도인 키시네프에서 핵분열 물질 밀매 시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1㎏당 2000만 달러에 우라늄-235를 밀거래하려던 일당 6명이 체포됐다. 충격적인 사실은 용의자들이 북아프리카 지역의 이슬람 세력에 우라늄을 넘기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07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무장괴한 4명이 1만V가 흐르는 전기 철조망과 경보시스템을 뚫고 ‘펠린다바’ 원자력연구센터에 침입한 사건이 꼽힌다. 연구센터 안에는 핵무기 25∼30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 고농축우라늄(HEU) 750㎏이 보관돼 있었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이 사건은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이 사건들은 핵물질이 소홀히 관리될 경우 쉽게 탈취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핵물질 도난만이 문제가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새로운 유형의 핵 테러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 사고는 자연재해에 의해 일어났지만, 원전 등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도 테러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계기가 됐다.
핵 테러 위협은 가상현실이 아니다

2001년 9월 11일 순항 속도인 시속 800여㎞로 날아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리는 여객기. 원자력발전소의 격납용기도 항공기가 시속 800㎞ 이상으로 날아와 들이받으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3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9·11 테러의 주모자 모하메드는 초기 목표가 원자력발전소에 비행기를 충돌시키는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1년 5월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알카에다 등 이슬람 급진세력이 서방국가에 보복하기 위해 핵물질을 테러에 악용하거나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9·11테러 이후 핵물질을 확보하려는 알카에다의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현재 31개국이 436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고, 2만 기 이상의 핵무기와 12만 기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의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산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관리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핵물질은 국제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지경이다.
핵무기나 핵물질이 테러조직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1990년대 이전에 발생한 테러는 정치적 성향이 강했다. 그런 만큼 공격대상도 제한돼 있었다. 테러조직은 공격대상을 선정함에 있어서 상징성과 대표성을 가졌는지 여부를 고려했다. 살상과 파괴의 범위를 한정함으로써 대량살상을 피했다. 최종 목적이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켜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테러행위는 무차별적이고, 잔인하며 파괴적으로 변했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수단, 즉 화생방 무기를 테러에 쓰기 시작했다. 일본 도쿄의 지하철 독가스 테러가 대표적인 사례다. 테러조직은 대량살상 테러를 자행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어떻게 하면 적에게 더 큰 충격과 공포를 줄 수 있는지만을 생각할 뿐이다.
테러범들이 핵무기 획득에 혈안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적으로 ‘공포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쉽고 강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테러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핵테러는 파괴력도 엄청나지만 폭발 뒤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지속적인 피해와 그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10kt급 핵무기가 뉴욕 맨해튼에서 폭발한다면 10만 명이 죽고 70만 명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되며, 폭발 반경 0.5마일(800m) 안의 모든 것이 파괴될 것이라고 한 연구 결과는 두려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