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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패션 강점은 기술력·이노베이션… 디자이너 김민주·이상봉에 관심”

패션계 ‘미다스의 손’ 나탈리 뒤푸르 안담 설립자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한국 패션 강점은 기술력·이노베이션… 디자이너 김민주·이상봉에 관심”

  • ● 안담 성공 비결은 파격적 지원과 비즈니스 멘토링
    ● 안담패션어워즈로 디자이너·브랜드에 성공 기회 제공
    ● 멋지게 차려입은 한국 소년·소녀 개성 표출 놀라워
    ● 평생 배워라, 먼저 행동해라, 포기하지 마라!
나탈리 뒤푸르 안담 설립자가 2023 S/S 서울패션위크를 참관하러 한국을 찾았다. [홍태식 객원기자]

나탈리 뒤푸르 안담 설립자가 2023 S/S 서울패션위크를 참관하러 한국을 찾았다. [홍태식 객원기자]

10월 11일부터 닷새간 열린 2023 S/S 서울패션위크에 특별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 패션계를 쥐락펴락하는 나탈리 뒤푸르(Nathalie Dufour) 안담 설립자가 그 주인공이다. 안담(ANDAM·Association Nationale des Arts de la Mode)은 프랑스예술패션개발협회의 약칭이다. 프랑스 및 각국 젊은 디자이너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를 마련해 주는 단체다.

파리를 패션 1번지로 만든 안담의 힘

안담이 1989년 프랑스 문화부 지원을 받아 제정한 ‘안담패션어워드’는 ‘패션계의 오스카상’으로 통한다. 수상자에게 파격적인 상금과 함께 다양한 협찬과 멘토링을 지원해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안담패션어워드는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파리패션위크로 직행할 수 있는 디자이너 등용문이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가 세계 패션 1번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파리패션위크와 안담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안담패션어워드의 첫 수상자는 벨기에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다. 이후 수상 리스트에 오른 장 투이투, 빅토&롤프, 크리스토프 르메르, 제러미 스콧, 앤서니 바카렐로, 아미 파리, 코페르니, 비앙카 사운더스, 에곤랩, 보터, 로버트 운, 불르마블, 돌리 코헨 등 많은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가 세계적 명성과 영향력을 갖게 됐다. 안담은 지난해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5개 회사에 역대 최다 액수인 62만 유로의 상금과 브랜드 발전을 위한 비즈니스 멘토링을 제공했다.

이 상금은 프랑스 정부의 지원금과 세계적 브랜드가 기탁한 기부금으로 조성된다. 안담의 활동을 돕는 후원자는 발렌시아가, 샤넬, 클로에, 피에르 베르제 재단-이브생로랑, 갤러리 라파예트, 에르메스, 인스타그램, 케어링, 구글 프랑스, 라코스테, 롱샴, 엘브이엠에이치, 로레알 파리, 마이테레사, 오티비, 프리미에르 클라스, 생로랑, 스와로브스키, 투모로, 프랑스 문화부, DEFI(프랑스 패션산업 진흥 및 개발 위원회)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나탈리 뒤푸르 안담 설립자가 안담패션어워드 수상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안담]

나탈리 뒤푸르 안담 설립자가 안담패션어워드 수상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안담]

섬세함에 담긴 한국인의 미적 감각

나탈리 뒤푸르는 프랑스 문화부 조형예술단 패션부문장으로 근무할 때 문화부 장관 잭 랭과 프랑스 의류산업 진흥위원회를 이끌던 피에르 베르제 이브생로랑 회장의 지원을 받아 1989년 안담을 설립하고 33년간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하며 세계적 브랜드의 후원을 이끌어냈다. 서울패션위크 주최 측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를 10월 12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신동아’가 단독으로 만났다. 금발의 자연스러운 웨이브 머리와 가죽 재킷이 잘 어울리는 늘씬한 미인이었다.



한국을 찾은 건 처음이다. 첫인상이 어땠나.

“서울패션위크가 열린 이곳뿐만 아니라 서울의 여러 곳을 다니며 젊은 세대, 특히 어린 소년 소녀들이 멋지게 차려입은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 여자들은 아름다웠고, 남자들은 멋있었다. 그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다. 한국의 건축물도 놀라웠다. 프랑스에는 역사가 담긴 건물이 많은데, 서울의 건축물은 초고층에 현대적이며 섬세한 디테일까지 신경 쓴 점이 이채로웠다. 그런 섬세함에 한국인의 미적 감각이 드러나는 것 같다.”

10월 1일 파리 트레이드쇼에 이어 서울패션위크에서 한국 브랜드 무대를 접했다. 감상평을 듣고 싶다.

“프랑스에서는 규모가 크고 세련된 럭셔리 브랜드 위주로 쇼가 펼쳐진다. 파리패션위크도 이미 자리 잡은 브랜드들이 주류를 이룬다. 서울패션위크는 신진 브랜드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행사여서 신선하고 흐뭇했다. 쇼를 떠나 서울패션위크에 참석한 여러 패션 피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프랑스와 달리 어린 소년 소녀가 다양한 머리색과 본인의 개성을 패션으로 표출하는 점이 새롭고 놀라웠다.”

패션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는 분야가 있나.

“한국 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최고의 인기를 얻은 ‘기생충’과 그전에 개봉한 ‘살인의 추억’ 두 작품 다 봤다. 한국 사회를 잘 반영해 담아낸 듯하며 영화의 강한 느낌이 기억에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봉준호 감독은 예술가로서 장인이라 할 만하다. 그 외에 한국의 건축물에 반했다. 서울 어디를 가든 놀라운 건축물과 매장이 있었다. 피터 마리노(Peter Marino)의 분더샵(Boon The Shop), 이상봉 디자이너의 본관, 현재 서울패션위크가 진행 중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 추가로 한국의 여러 박물관과 갤러리를 다니며 도자기에 많은 관심이 갔다. 패션은 의류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와 예술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기에 이런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신기했다.”

한국이 최근 문화적인 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안담 같은 후원 단체가 한국에도 있으면 패션 산업에 도움이 될 듯하다.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한다.

“안담의 강점 중 하나는 프랑스 문화부와 산업부 관계자, 배우 등 패션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키 멤버들을 한자리에 모은다는 데 있다. 다양한 정부기관의 도움을 받고 시너지와 협업이 가능한 산업체와 민간 패션 기업을 연계해 후원 및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안담과 같은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방법으로 국제 바이어와 언론의 관심을 높여 인지도를 키우면 한국 패션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멈추지 말고 고집스럽게 가라

안담패션어워드 상패. [안담]

안담패션어워드 상패. [안담]

한국의 강점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겠는가.

“한국에 와서 뛰어난 기술력과 이노베이션(혁신)에 강점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섬유와 소재 관련 분야에서 앞서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브랜드들이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 면에 관심을 집중하는 점도 눈에 띄었다. 리사이클 소재로 만든 옷, 다양한 커팅과 프린트를 입힌 옷을 보고 흥미로웠다. 이러한 것이 한국의 경쟁력 이라고 생각한다.”

안담을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

“대학에서 예술사(Art History)를 전공한 후 프랑스 문화부에서 일했다. 그 시절엔 패션을 문화의 일부로 보지 않았다. 내 생각은 달랐다. 패션업계가 막 성장하는 단계여서 패션도 예술과 문화 영역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반영한 제안서를 작성해 당시 문화부 수장인 잭 랭(Jack Lang)에게 제출했다. 그의 승인과 함께 이브생로랑 창립자인 피에르 베르제의 도움으로 안담이 태어났다. 베르제는 내게 멘토이자 스승 같은 존재다. 선생님처럼 그동안 내게 많은 도움을 줬고, 생전에 쭉 안담을 지원하며 운영에 큰 힘을 썼다. 내가 운이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안담패션어워드 수상자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자 많은 상금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브랜드 성장에서 중요한 것이 뭔가.

“안담은 지난해 총 62만 유로 상당의 지원금을 제공했다. 물론 이러한 상금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멘토링이 정말 중요하다. 다른 기업과 디자인,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할 기회를 제공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비즈니스가 진행되는지 조언을 해주며 모든 수단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브랜드 성장을 도와주는 요소다.”

안담패션어워드는 패션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린다. 수상자로 선정되면 ‘성공의 지름길’이 보장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동감한다. 패션 분야의 국제적인 상 가운데 가장 권위 있으며 우승하면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기에 브랜드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신생 브랜드 디자이너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

“한계를 정하지 말고 문화와 예술의 다양한 영역에서 영감을 받아라. 좌절을 맛보더라도 뜻한 바를 포기하지 말라. 가던 길을 멈추지 말고 고집스럽게 파고들어야 한다.”

안담패션어워드는 ‘창의성’을 중시한다. 어떤 기준으로 창의성을 평가하나.

“창의성의 영역은 풍부하고 다양하다. 내 안의 세계관(우주)을 표현해야 비전이 보인다. 그것이 디자이너의 작업에 드러난다.”

나탈리 뒤푸르 안담 설립자는 “K팝 열풍에서 한국 패션의 비전을 느꼈다”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나탈리 뒤푸르 안담 설립자는 “K팝 열풍에서 한국 패션의 비전을 느꼈다”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K팝, K패션에도 영향 줄 것

블랙핑크 리사를 2021년 안담패션어워드의 심사위원으로 초청한 바 있다. 한국의 K팝에 흥미를 갖고 있나.

“물론이다. K팝은 K패션에 영향을 끼칠 만큼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젊은 층의 넘치는 에너지가 전달되는 K팝이 요즘 모든 세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K팝스타가 럭셔리 브랜드 쇼에 초청받거나 앰버서더로 발탁되는 일이 조금도 놀랍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졌다. 리사가 안담패션어워드 심사위원으로 초청됐을 때 인스타그램 친구들과 모든 매체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요즘 젊은 세대가 깊이 빠져 있는 K팝이기에 패션에도 좋은 영감을 줄 것이 분명하다.”


9월 파리패션위크 중 트라노이 쇼에 참가한 한국 브랜드들이 ‘신상’을 선보이고 있다.[ 안담]

9월 파리패션위크 중 트라노이 쇼에 참가한 한국 브랜드들이 ‘신상’을 선보이고 있다.[ 안담]

그동안 안담패션어워드 후보 가운데 한국 브랜드도 있었다. 어떤 면이 부족해 탈락한 건가.

“아직 한국 브랜드를 잘 모르기도 하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을 때 파리패션위크를 진행할 만한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확신하지 못했다.”

리사에 이어 올해는 모델 수주가 심사위원이 됐다.

“안담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해 심사가 국제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가수나 모델뿐만 아니라 사진가, 작가 등 직업은 상관없다. 패션에 관심이 있고 자기 분야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면 모두 심사위원으로 발탁될 수 있다.”

많은 성공한 디자이너를 보면서 직접 패션 디자인을 해보고픈 욕심이 들진 않던가.

“패션과 디자인 둘 다 너무 사랑하지만 패션 디자인보다는 재능 있는 젊은이들에게 성장의 발판을 제공해 주는 일이 더 의미 있고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이나 즐겨 입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꼽는다면.

“생로랑(Saint Luarent)과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를 좋아한다.”

평소 관심 있게 보는 한국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있나.

“김민주, 이상봉과 시스템 스튜디오다.”

떡잎부터 달랐던 소녀 나탈리

어릴 때부터 남다른 기질을 갖고 있었을 것 같다.

“소녀 나탈리는 자유분방하며 호기심이 많았다. 인생은 짧고 하고 싶은 것은 많기에 매번 밖에서 다양한 분야의 취미를 찾았다. 어린 시절 해변가 인근에 살았다. 아크로바틱, 아쿠아로빅, 수영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 외에 옷 만들기나 아틀리에도 하며 다양한 예술에 취미를 가졌다.”

미술과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왜 하필 패션 쪽을 파고들었나.

“여러 분야와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패션을 선택했다. 패션 커뮤티니 멤버들이 친절하고 편해서 좋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나침반이 돼주는 인생 좌우명이 뭔가.

“평생 배워라, 호기심을 가지고 먼저 행동해라, 그리고 포기하지 마라!”



신동아 202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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