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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發 ‘남혐’ 논란은 비정상적 ‘메갈 찾기’ 편집증”

[노정태의 뷰파인더㉝] 젊은 남자의 억울함이라고?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GS25發 ‘남혐’ 논란은 비정상적 ‘메갈 찾기’ 편집증”

  • ● ‘숨겨진 기호 찾았다, 너희는 惡’
    ● 네티즌이 찾아낸 남혐의 상징?
    ● ‘숨은 일베 찾기’와 다른 까닭
    ● 폐쇄된 메갈리아가 공론장으로
    ● 헛소동을 의제화한 정치와 언론
뷰파인더는 1983년생 필자가 진영 논리와 묵은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써 내려가는 ‘시대 진단서’입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4주기를 맞은 지난해 5월 17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피해자에 대한 추모 메시지들이 붙어있다. 메갈리아는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의 페미니즘이 잘못됐거나 혹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인터넷 상의 움직임이 결집된 현상이었다. [뉴스1]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4주기를 맞은 지난해 5월 17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피해자에 대한 추모 메시지들이 붙어있다. 메갈리아는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의 페미니즘이 잘못됐거나 혹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인터넷 상의 움직임이 결집된 현상이었다. [뉴스1]

편의점 GS25의 각종 홍보 자료에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온갖 기호가 담겼다는 논란이 발생했다. GS25 측의 사과와 해명이 나왔지만 네티즌들의 여론은 쉬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내용을 정리해보자. GS25가 지난 5월 1일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린 홍보용 웹 포스터가 문제가 됐다. 포스터 속에는 갓 구워서 김이 나는 소시지를 손가락으로 집는 모양이 그려져 있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그것을 ‘메갈리아’(여성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 되돌려준다는 ’미러링‘을 운동 전략으로 삼았던 인터넷사이트로 2017년 폐쇄)의 상징인 손 모양과 같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한번 ‘해석’이 시작되자 ‘패턴’을 찾는 눈길이 이어졌다. 포스터 속 영어 문구를 이렇게 저렇게 읽으면 ‘megal’이 된다고 하지 않나, 포스터에 그려진 텐트가 남성 성기를 연상시킨다고 하지 않나, 심지어 이미지 속 별자리의 위치까지 운운하며 ‘이 배후에는 메갈이 있다’고 소리치는 격이다.

네티즌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GS25가 국방부와 협업해 내놓은 포스터에도 남성 혐오의 상징이 있다고 한다. 그게 뭔가 했더니 비둘기 옆에 그려진 월계수 잎사귀. 메갈리아의 로고에 등장하는 월계수 잎사귀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온갖 GS25 포스터를 뒤지고 있다. 엄지와 검지로 무언가를 집는 모양이 발견될 때마다 ‘메갈’을 외치는 셈이다.



숨은 그림 찾기와 어떤 게임

논란이 된 GS25 이벤트 홍보 포스터. 일부 네티즌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결국 이 포스터는 삭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논란이 된 GS25 이벤트 홍보 포스터. 일부 네티즌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결국 이 포스터는 삭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것은 병적인 증상이다. 비하나 매도의 뜻이 아니라, 그냥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편집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람이 가벼운 물건을 집어 들면 나오는 자연스러운 손동작을 두고 어떤 음모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방부 협업 이벤트 포스터에 월계수 나무 가지가 등장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비둘기와 월계수는 평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메갈리아 이전에 국제연합, UN에서 월계수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썼다는 것을 설마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지만 일단 뭐라도 찾아서 ‘남혐 논란’을 일으키고 싶다는 욕망에 사리 분별이 잘 되지 않는 걸까.

의문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왜 한국의 네티즌들은 이런 편집증적인 ‘음모 찾기’를 일종의 놀이처럼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둘째, 인터넷 일각에서 벌어질 뿐인 논란이 왜 언론을 통해 공론장으로 소환되고 있는 것일까? 셋째, 이번 ‘포스터 논란’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 소란의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일간베스트’, 일명 ‘일베’가 등장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것을 자신들의 집단적 정체성의 일부로 삼고 있던 일베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행동 양식이 지금껏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베 사용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노무현에 대해 다소 광기 어린 집착을 하고 있다. 아무 맥락 없이 노무현의 얼굴을 합성하거나,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집어넣거나, 노무현을 상징하는 밀짚모자 같은 것을 합성한 이미지를 생산하며 즐기고 있다. 그런 이미지 가운데 일부가 방송이나 언론 등을 통해 등장하고 발견되는 일이 몇 차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 사이에 새로운 행동 유형이 자리 잡았다. 그것을 일종의 ‘게임’이라 부르기로 하자. 그렇다면 그 게임의 이름은 ‘숨은 일베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일베 회원이 사회 각지에 숨어들어 있다고 전제하고, 일베 회원들이 퍼뜨리는 일베의 숨은 기호와 이미지를 찾아내 공론화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일베로부터 지킨다는 그런 규칙을 지닌 게임이다. 반대로 일베는 그런 감시망을 뚫고 자신들의 은밀한 기호를 최대한 널리 퍼뜨리는 게임을 하고 있다.
일베는 오랜 세월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폐쇄되지 않았다. 지금껏 잘 유지되고 있다. 그렇게 여러 차례 ‘숨은 일베 찾기’를 경험하다보니, 사람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이미지 너머에 어떤 ‘조직’과 ‘의도’가 있다고 전제하고 해석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번 메갈리아 논란 역시 같은 패턴이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자신들이 아는 메갈리아의 기호를 최대한 많이 찾아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고 사람들의 호응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나 또한 惡 찾아낼 수 있다’

인간에게는 무작위적인 대상으로부터 패턴을 찾아내는 본능이 있다. 우리는 임의의 대상에서 어떤 유의미한 패턴을 찾아낸다.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동물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나뭇결의 무늬에서 예수의 얼굴을 보기도 하며, 커피를 마시고 잔의 바닥에 남은 찌꺼기의 모습을 통해 오늘 하루의 운세를 점치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지만 그것이 꼭 옳다는 말은 아니다. 수없이 다양한 기호와 상징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해로울 때도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로 대표되는 몇몇 인물들은 ‘욱일기’ 무늬를 찾아낸 후 그것을 이유로 불매운동을 하겠다며 나서기도 한다.

일본의 식민지배는 우리의 아픈 역사다. 인류 보편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식민지배는 옳지 않다. 하지만 ‘방사형 무늬’를 볼 때마다 일본의 극우세력을 떠올리는 것은 상식의 범주를 넘어서는 일이다. 욱일기에 쓰인 햇살 무늬는 태양이 떠오르며 빛이 쏟아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제와 무관하게 다방면에서 흔히 사용하는 패턴으로, 그만큼 자주 보일 수밖에 없다.

‘숨은 일베 찾기’와 ‘숨은 메갈 찾기’, 그리고 ‘욱일기 찾기’는 모두 유사한 행위 패턴을 보여준다. 이런 식이다. ‘어떤 사악한 세력이 인터넷에 숨겨놓은 신호가 있다’ ‘스마트폰 하나밖에 가진 게 없는 나 또한 그 악을 찾아내고 고발하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니 방사형 무늬를 볼 때마다 ‘욱일기’를 외치는 것, 엄지와 검지로 무언가를 집어 드는 손동작을 볼 때마다 ‘메갈’을 외치는 것은 모두 정당한 일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건전하다고 이야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편집증적 집착은 사회 전체의 인식을 병들게 만든다. 일부 인터넷 사용자들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겠지만, 정상적인 사회라면 공론의 장에 오가는 담론은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움직여야 마땅하다. 애석하게도 우리 사회의 현주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억울한 남자’ 대변인 행세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선거 직후 정치권에서는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이 당락에 미친 영향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동아DB]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선거 직후 정치권에서는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이 당락에 미친 영향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동아DB]

일베는 ‘숨은 일베 찾기’를 지속할 만한 동력을 지니고 있다. 일베라는 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합성하고 이상한 말투로 조롱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왜 저러나 싶은 짓이지만 자기들끼리는 재미있다고 느낀다. 일종의 ‘인사이더 조크’다. 인류학적으로 말하면 사용자끼리 동질감을 확인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부족적 행위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에 대한 맥락 없는 언급과 조롱은 적어도 그들 내부에서는 의미를 지닐 것이다. 따라서 일베가 남아있는 한 노무현 합성은 꾸준히 재생산될 테고 일베 바깥으로 퍼지기도 할 것이다.

반면 메갈리아는 2017년에 폐쇄됐다. 엄지와 검지를 가볍게 모은 손가락 모양을 인사이더 조크로 계속 사용하고 있는 커뮤니티가 이 넓은 인터넷 공간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베처럼 잘 알려진 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는 않다. 정확한 집계를 확정짓기는 어렵지만 2021년 현재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중 일간베스트는 언제나 ‘베스트 10’ 안에 속하는 반면 메갈리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새삼스럽게 '숨은 일베 찾기'처럼 ‘숨은 메갈 찾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최근 몇몇 사건과 함께 생각해보면 그 연원을 더듬어나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론 때문이다.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의 마음을 읽기 위해 남자들이 많이 있다고 여겨지는 남초 커뮤니티의 동향에 언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탓이다. 한낱 헛소동으로 취급돼야 할 ‘메갈의 숨은 기호’ 운운하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것은 언론의 실패이자 정치의 실패라고 보아야 한다. 양자가 서로를 부추기면서 나쁜 방향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중이다. 정치권이 ‘젊은 남자의 억울함’을 이야기하자 언론이 그 의제에 걸맞은 기사거리를 찾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스쳐 지나가는 이상한 논의를 발굴해 크게 띄운다. 정치권에서 ‘억울한 남자’의 대변인 행세를 하며 조명을 받고 있는 몇몇 인물은 그런 기사를 인용하며 ‘내가 활동하고 있는 덕에 이런 보도가 나온다’고 으쓱거린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있지도 않은 메갈리아의 흔적을 쫓으며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과연 이런 논란이 젊은 남성들에게 도움이 될까?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지난 4월 28~29일 한국리서치가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를 힘들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20대 남녀 중 42.7%가 ‘양극화 사회’를 첫 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특정성별 우대정책’이 문제라는 사람들은 고작 7.3%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의 언론과 정치는 대체 누구를 위해 논쟁을 벌이고 있는가.

병적인 집착과 모욕

‘메갈리아가 숨어 있다!’ ‘일베가 감춰져 있다!’ ‘존 레넌의 아들이 욱일기를 옹호한다!’ 같은 호들갑을 잠시 내려놓고 생각해보자. 무언가가 ‘감춰져 있다’는 것만으로는 논란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 각각이 왜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못되었는가?

이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세 가지 사항은 각기 다르다. 일단 욱일기. 방사형 무늬는 일본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에서 오래도록 사용해온 도안 중 하나일 뿐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욱일기 사냥’을 하는 것은 일제의 강압적 통치에 대한 우리의 역사적 기억과 항변을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만들 뿐이다.

일베는 여성, 장애인, 호남, 세월호 희생자 등 수많은 소수자를 거리낌 없이 모욕하는 것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삼는 인터넷 유저의 모임이다. 지금껏 동일한 사이트를 근거지 삼아 잘 유지되고 있다. ‘숨은 일베 찾기’는 일베가 살아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일베 사용자들은 노무현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며 계속 합성 이미지를 만들고 퍼뜨릴 테니 말이다. 따라서 ‘숨은 일베 찾기’의 해결을 위해서라면 일베 사용자들에 대한 치료적 접근을 고민하는 편이 옳겠다.

메갈리아는 어떨까. 그들이 스스로를 정의했던 바에 따르면, 여성혐오를 있는 그대로 고발해도 사회가 귀를 기울이지 않기에 남성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방법을 택한 여성들의 모임이다. 요컨대 2015년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조현병 진단을 받은 김성민(당시 34세)이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서초동의 노래방 화장실에서 불특정한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의 페미니즘이 잘못됐거나 혹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인터넷 상의 움직임이 결집된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이 경우는 ‘숨은 메갈 찾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메갈리아에 대해, 더 나아가 2015년 이후의 페미니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질문해야 한다. ‘숨겨진 기호를 찾았다, 너희는 악이다’ 같은 식의 여론몰이는 정당하지 않다. 그런 행동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진지하게 페미니즘을, 다시 한 번 토론해야 하지 않을까.

#GS25 #메갈리아 #남혐 #신동아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신동아 2021년 5월호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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