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호

2019 경제위기說

‘초저성장 시대 재테크’ 노하우

똘똘한 안전자산에 집중하라

  • 김경필 경제교육컴퍼니 ‘플랜앤하우투’ 대표 lcgoodjob@naver.com

    입력2018-11-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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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통의 시기가 시작됐다”

    • 투자 실탄 만들고 도끼날 벼려라!

    • 종잣돈 만드는 저축 요령

    • 약세장에 5년 만기 적립식 펀드 가입

    • 부동산, 지금껏 오른 게 또 오른다

    • 배당금 잘 주는 주식 노려라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대혼란 상황임에 분명하다. 주가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국내 경기 부진과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미뤄온 한국은행도 더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가 1500조 원에 달하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게 자명하다. 또 금리 인상은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에 투자한 많은 사람에게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그나마 나쁘지 않던 부동산 경기에도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어려움이 조금만 참고 견디면 지나갈 겨울 같은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혹한을 견뎌내야 하는 빙하기의 시작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당분간 고통을 겪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때로는 휴식이 최고의 투자

    가장 먼저 말할 것은 때로는 전략적 휴식을 갖는 게 최고의 투자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재테크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언가 하지 않고 있으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여기는 강박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많다. 물론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재테크는 상대적인 것이라 예컨대 내 자산이 1억 원 늘어나는 동안 다른 모든 사람 자산이 1억5000만 원 늘어나면 내 자산은 5000만 원 줄어든 셈이 된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자. 어떤 투자를 하든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은 불확실성의 시대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현재 자산을 그대로 지키는 게 상대적으로 더 훌륭한 재테크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마냥 쉴 것인가. 아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은 첫째, 투자를 쉬는 동안 실탄(종잣돈·seed money)을 만드는 것이다. 필자가 매월 진행하는 재테크 세미나 참석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면, 관심 있는 투자대상 1위는 늘 부동산이다. 우리나라 과거 부동산 상승률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선택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지금 당장 부동산에 투자할 만한 목돈을 가지고 있는지’ 물으면 열에 아홉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목돈을 만들고자 현재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답은 역시 대부분 부정적이다. 그러니까 돈이 없어 투자를 쉴 수밖에 없는 시기에 투자를 준비하지 않고 그저 성공만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먼바다에 나가 거친 파도와 싸우며 물고기를 잡는 어부도 태풍이 오고 날씨가 궂으면 항구에 정박해 쉰다. 일반적 투자자와 다른 점은, 어부는 그 시간 동안 망가진 그물을 꿰매고 다음 출항을 준비한다는 점이다. 당신은 어떤가. 금리가 낮다는 핑계로 목돈 모으기에 소홀하지는 않은가. 우리나라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인 3228만 원(2017년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취업 직후부터 월급의 약 40%(113만 원)를 7년간 모으면 1억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도 1억 원을 모으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투자를 생각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저축 습관을 세워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투자 시장에 불확실성이 증대된 시기에는 목돈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저축은 어떻게 해야 하나.



    목돈을 만드는 시기

    필자는 ‘푼돈을 모으는 저축 말고 목돈을 만드는 저축을 하라’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소액 적금 계좌를 여러 개 만든다. 이렇게 하면 투자 재료가 되는 목돈이 생기기보다, 흐지부지 소비로 부서질 수 있을 정도의 푼돈만 모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월 10만 원, 20만 원, 30만 원짜리 정기적금을 뚜렷한 목적 없이 가입하면 1년 만기가 됐을 때 각각 121만 원, 242만 원, 363만 원을 받게 된다. 이것은 투자에 쓰이기보다 소비의 제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투자 맞춤형 저축을 하려면 시작할 때부터 월 불입액보다 만기 금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컨대 적금 월 납입액을 42만 원, 83만 원, 124만 원으로 정하면 1년 후 각각 500만 원, 1000만 원, 2000만 원을 손에 쥐게 된다. 이렇게 만든 돈은 진정한 투자 재목(材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목돈을 만드는 방법으로 정기적금 말고 적립식 펀드를 선택하는 사람도 적잖다. 적립식 펀드는 간접투자의 한 형태다. 금액을 일정 간격으로 나눠 투자하는데 대체로 주가가 급등했을 때 적립식 펀드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주가가 오르면 정기적금만 고집하던 사람도 펀드로 분산 투자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주가가 급등하는 시기라면 이후에도 주식을 평균가보다 비싸게 계속 사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가입 후 한 번이라도 큰 조정 장세를 만나면 전체 수익률이 하락한다. 따라서 적립식 펀드는 약세장에 시작해 꾸준히 저가 매수하다 강세장이 됐을 때 환매 타이밍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또 적립식 펀드라면 수익률이 좋다고 해도 최장 5년 내에는 환매하고 새로운 펀드로 다시 가입할 것을 권한다. 많은 사람이 주가가 급락하면 적립식 펀드 월납입을 중단하고 잔액은 그대로 유지하는 선택을 하는데 이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금액 비중을 줄이려면 주가 하락기에는 오히려 월 납입 금액을 계속 유지하고 거치돼 있는 목돈을 단계적으로 환매하는 편이 수익률 개선에 더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적금이든 펀드든 결국 저축하는 원금이 수익이나 이자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수익률의 높고 낮음에 앞서 꾸준히 돈을 모으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투자를 쉬는 동안 목돈(실탄)을 만드는 것은 투자를 위한 준비이자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이미 그것 자체로 최고의 투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한국 경제를 덮친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두 번째 일은 시장에 대해 관조적(觀照的) 시각을 갖는 것이다. 바둑이나 장기를 두다 보면 대국에 몰두한 당사자에게는 절대 안 보이는 묘수가 옆에서 지켜보며 훈수를 두는 사람에게는 훤히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시각 차이 때문이다. 싸움 한가운데 있는 당사자는 상대방 외에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야가 좁고 우발적인 행동을 할 개연성이 높다. 내가 투자를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라면 바둑에서 훈수를 두는 것처럼 시장 상황을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자세다. 그동안은 주식이나 부동산 개별 종목에 집중해 미시적인 정보만을 봐왔을 것이다. 투자 휴식기에 시장 전체를 차분하게 관조하는 훈련을 지속하면, 향후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시기가 됐을 때 뛰어난 안목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그 훈련은 어떻게 하면 될까. 필자는 먼저 매일 금리, 환율, 주가 등 3대 경제지표를 기록할 것을 권한다.


    금리, 환율, 주가 기록의 효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9월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9월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AP=뉴시스]

    조선 초기 계유정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관상’을 떠올려보자.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김내경(송강호 분)은 이렇게 말한다. 

    “난 사람의 모습만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파도를 넘어 바람, 나무를 넘어 숲을 보는 안목은 투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매일 달라지는 시장금리, 그중에서 국고채 금리(3년물)를 보자. 이에 더해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및 코스닥지수를 기록해보자. 이런 지표는 당장 내 자산과 경제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쌓여 경제 흐름을 좌우한다. 지루하더라도 한 달만 꾸준히 기록해보면 어느 순간 이 세 가지 지표 간 상관관계가 보일 것이다. 

    이 훈련에 익숙해지면 이제 경제 뉴스를 ‘팩트 체크’ 해볼 차례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 기업 주식은 주로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거래된다. 이 시장의 큰손은 외국인 투자자다. 미국인 처지에서 환율이 오르면, 즉 달러 가격이 오르면 한국 주식을 사는 게 좋을까. 아니면 달러(현금)를 그대로 보유하는 편이 좋을까. 반대로 달러 가격이 낮아지면, 즉 환율이 낮아지면 어떨까.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환율과 국내 주식 가격이 반비례 경향을 띠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말하자면 ‘환율 상승(달러화 가치 상승) →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 → 국내 주가 하락’ 흐름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경제 현상이 늘 수학 공식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환율이 상승 국면인데도 주가가 오르거나 주가가 많이 하락하는데도 환율이 크게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매일 경제지표를 기록하며 그 이유를 ‘팩트 체크’해보는 훈련을 지속하면 궁극적으로 투자에 대한 넓은 시야와 깊은 통찰력을 갖게 될 것이다. 나무꾼이 잠시 도끼질을 멈추고 쉬면서 도끼날을 더욱 예리하게 가는 일과 같다.

    초저성장 시대의 투자

    한국 경제를 덮친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세 번째 일은 초저성장 시대의 달라지는 트렌드를 이해하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은 2019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발표했다. 현대경제연구소(2.6%), LG경제연구소(2.5%) 전망은 더욱 어둡다. 이러한 성장 둔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반도체 산업 성장률 저하와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과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소비 감소 등이다. 이런 초저성장 시대에는 안전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과 양극화 트렌드가 나타난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자산에 대한 요구수익률(required rate of return)이 극도로 낮아진다. 예를 들어 필자는 사무실 임차료로 월 650만 원을 낸다. 1년이면 7800만 원이다. 건물주가 이 공간에 투자한 돈이 19억 5000만 원이라면 임대수익률은 정확히 연 4%가 된다. 그런데 얼마 전 건물주에게 새로운 제안이 왔다. 3년 계약해주면 월 임차료를 500만 원으로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건물주의 임대수익률은 연 3%로 낮아진다. 건물주가 본인의 연간 요구수익률을 낮추면서까지 왜 이런 제안을 한 것일까. 미래에 발생할 소득 안정성이 높아지면 요구수익률 저하는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초저성장 시대의 비밀이 있다.

    경제성장률이 3%가 안 되는 초저성장 시대에 자산 가격은, 그 자산이 미래에 얼마나 많은 소득(미래 현금흐름)을 올려주는지에 좌우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소득이 얼마나 안정적인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미래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면 앞의 건물주처럼 본인의 요구수익률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럼 요구수익률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요구수익률이란 투자자가 투자자산에 대해 기대하는 최소한의 기대수익률을 말한다. 오늘 어떤 사람이 1억 원을 예금하러 은행을 찾았다고 하자. 금리가 2%라면, 1억 원을 맡기고 받을 이자가 200만 원이다. 이 사람이 이렇게 낮은 수익률에도 은행에 1억 원을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람의 해당 투자에 대한 요구수익률이 2%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다시, 이렇게 낮은 요구수익률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예금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은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고라도 리스크가 적은 안전자산으로 향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5%, 혹은 그 이상이던 시절에는 1억 원을 이렇게 낮은 금리에 저축하는 사람이 적었을 것이다. 성장률이 5% 이상이라는 건 해당 금리 수준보다는 높은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이고,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가 시장에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률이 3% 이하로 매우 낮은 상황에서는 미래 수익이 확실하다고만 판단되면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수익률을 낮춰서라도 해당 자산을 보유하려 한다.


    토지보다 상가, 상가보다 주택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풍경.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풍경.

    이런 현상은 초저성장 시대가 시작되는 지금, 어디서든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 서울 강남 한 아파트가 3.3㎡당 1억 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강남아파트 가격 폭등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임은 분명하다.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인데 부동산, 그 가운데 아파트, 그중에서도 유독 강남 아파트는 왜 이처럼 천정부지로 오른 것일까. 필자는 2009년 한 강연에서 “강남아파트 가격이 조만간 3.3㎡당 5000만 원을 넘길 것이다”라고 했다가 “제정신이냐?” “투기를 조장하는 것이냐”라는 항의를 받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예측은 생각보다 더 빨리 현실이 됐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상가나 빌딩은 공실이 생겨 월세가 끊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주택은 절대 공실이 생길 일이 없다. 특히 모든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좋은 주거지는 더욱 그럴 것이다. 앞에 언급한 아파트의 요구수익률을 계산해보자. 월세와 거래가격을 조사해보니 거래가격이 26억7000만 원. 최고 임대료는 보증금 3억 원에 월 400만 원이었다. 즉 이 아파트 소유자의 1년 수익은 월세 4800만 원과 보증금 3억 원의 이자수익 600만 원을 합쳐 5400만 원이 된다. 요구수익률은 은행 금리 수준인 2.02%에 불과하다. 1년에 고작 5400만 원이라는 수익을 얻고자 무려 26억7000만 원이라는 엄청나게 큰 금액을 기꺼이 지불하는 투자자가 시장에 존재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부동산에서 아파트, 그것도 선호 지역 아파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최근의 강남 부동산 가격 폭등 현상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비단 아파트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경제성장률이 5%를 넘나들던 시절에는 시장의 거의 모든 주식이 동반 상승하거나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제는 오르는 주식만 오르는 극심한 개별 종목 장세가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미래 수익이 크지 않더라도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주식은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사두겠다는 쏠림 현상의 결과다. 미국 아마존 주식의 경우 (2018년 3/4분기까지) 1주에 190달러를 오가며 시가총액 100조를 돌파했다. 그런데 이 주식의 주당 순이익은 1.7달러에 불과했다. 연간 수익률이 0.89%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아마존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적잖은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대로 미래 수익이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요구수익률은 금리 이하로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닥도 천장도 없는 시장

    이러한 트렌드를 이해한다면, 현명한 투자자는 당분간 안전자산(요구수익률이 낮은)에 자금을 집중하며 기다리는 게 바람직하다. 기본 경제 원리 가운데 ‘위험과 수익의 상충관계(Risk Return trade off)’라는 게 있다. 리스크가 높으면 보상이 높고 리스크를 낮추면 보상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경제 고속 성장기에는 리스크가 높아도 보상이 높은 자산을 택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이 극도의 저성장 시기엔 반대로 보상이 적더라도 리스크가 낮은 자산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여기 수익이 월 200만 원 수준인 자산 네 종류가 있다. ①S전자 주식 4000주 시가 1억6800만 원 상당(주당 순이익 1년 6000원, 매년 2400만 원의 수익 발생<*주당순이익이 100% 배당된다는 가정하에 계산>), ②임대료가 월 200만 원인 서울 홍대 앞 시가 6억2300만 원짜리 상가, ③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40만 원인 시가 8억7500만 원짜리 서울 아파트, ④은행권 정기예금 12억 원(금리 연2% 상품에 가입하면 1년 후 이자는 2400만 원) 등이다. 모두 수익이 월 200만 원씩 발생하는 자산인데 가격은 왜 이렇게 천차만별일까.

    경제가 5% 이상 성장하고 경기가 좋으면 사람들은 월 200만 원의 수익을 위해서 ① 또는 ②의 방법 즉, 적은 돈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려 한다(요구수익률이 높다). 하지만 초저성장 시대에는 ③ 또는 ④ 같은 방법을 선호한다. 그리고 지금 바로 ③, ④를 가진 사람이 유리해지는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라면 상가, 건물, 오피스텔, 주택 중 무엇이 미래현금흐름이 가장 안정적인지 생각해보라. 요구수익률이 높은 것은 미래 소득이 가변적이란 뜻이고, 요구수익률이 낮은 것은 안정적이란 뜻이다. 앞으로 당분간은 자산 중 요구수익률이 낮은 자산에 머무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부동산 쪽에서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있어야 할 자산은 주택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요구수익률은 ‘토지> 상가건물 > 주거용 오피스텔 > 아파트’ 순이다 (*개별 물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수십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대형 정보통신기업보다, 영업이익은 그보다 훨씬 적어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여겨지는 제약 및 바이오시밀러 관련 기업 주가가 더 많이 오르고 있다. 이제 미래 수익의 크기보다 안정성이 확보된 똘똘한 안전자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저성장 시대에는 주택가격 양극화도 심화한다. 요즘 투자 시장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이 ‘바닥’이다. 과거에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가격이 급락할 때 바닥이라고 불리는 나름의 지지선이 존재했다. 시장에서 이 정도 떨어졌으면 이제 정말로 바닥이라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쯤 되면 시장에 매수하려는 사람이 생겨나며 자연스레 반등의 계기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떨어지는 것에 날개가 없다’는 말처럼 과거 바닥이라 여겨졌던 바닥을 뚫고 내려가 지하 세계까지 도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이제 ‘꼭대기’라는 말도 쉽게 하면 안 된다. 희한하게도 가격이 너무 올랐다 싶은 자산이 천장을 뚫어버리듯 더 높이 올라가는 일이 많다. 과거에는 너무 떨어진 것은 바닥에서 반등하고, 너무 오른 것은 꼭대기를 찍고 내려왔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서로 보조를 맞춰가던 현상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일이 드물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부동산 칼럼을 본 일이 있다. ‘소형 평형 지고 대형 평형 뜬다’는 기사였다. 그 칼럼을 쓴 사람은 뚜렷한 논거를 대지 않고 ‘상반기에 25~30평형대 아파트 상승률이 너무 높았으니 앞으로는 상승률이 낮았던 대형 평형이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의 단순 논리가 재테크 시장에서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필자는 오히려 당분간은 지금까지 상승률이 높았던 자산이 다른 자산에 비해 상대가치가 더 좋을 것이라고 확언한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장률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면 끝없이 오르고 안전성에 약간이라도 의심이 생기면 끝 모를 추락이 반복될 것이다. 시장의 자산 가격이 이제 더는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쳇말로 ‘되는 놈만 된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


    저위험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 재편

    22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 2000선이 붕괴된 10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모니터에 코스피 지수와 원 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22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 2000선이 붕괴된 10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모니터에 코스피 지수와 원 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주식투자자는 꾸준히 배당하는 주식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과거 배당을 안 하기로 유명했다. 많은 수익을 올려도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나눠주기보다는 오히려 유보자산을 늘려 성장가능성 높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하는 재원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적극적으로 배당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회사가 배당을 많이 하면 유보자산이 줄어 주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년 꾸준히 배당하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은 투자자 처지에서 안정적으로 이자를 받는 것 같은 효과다. 이처럼 꾸준히 배당을 실시하는 회사 주식은 투자자에게 위험자산이 아니라 채권처럼 인식된다. 채권은 예금처럼 무위험자산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므로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 낮다. 초저성장 시대에는 위험자산이 거래되는 주식시장에서조차 수익이 적더라도 안전해 보이는 배당주들이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초저성장 시대는 이제 현실이 됐다. 길든 짧든 재테크 시장에 겨울이 시작됐다. 당신이 과거처럼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에 골고루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면, 이제 저위험 자산에 좀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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