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병식 등장한 KN-08·KN-14는 모조품
- 실질적 이동식 ICBM 개발까지 난제 산적
- 전력화해도 ‘극히 제한적인’ ICBM 될 듯
- 고추력 로켓 ‘새로 개발해야’ 美 타격 가능
3월 15일엔 장거리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환경모의시험 광경을 공개하며 ICBM의 재진입체(RV, Reentry Vehicle) 기술을 확보했다고도 주장했다. 핵과 미사일 기술을 단계적, 의도적으로 노출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고 나선 것이다.
3월 24일 북한 매체는 고체 추진제를 사용하는 고체 로켓모터의 지상연소시험 및 단(段)분리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고체 추진제 로켓은 액체 로켓과 달리 발사 직전 추진제를 주입할 필요가 없어 상시 발사준비가 돼 있는 미사일 제조를 가능케 한다.
4월 9일엔 신형 ICBM 고추력 액체 로켓엔진의 지상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2기 묶음형’ 엔진으로 판단된다. 엔진이 짧고 직경이 커 기존의 스커드나 노동 엔진이 아닌 R-27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엔진의 파생형으로 보인다. 또한 연소 가스의 색깔을 보면 성능 증진을 위해 등유 계열이 아닌 고에너지 추진제를 사용한다.
‘개발 중’인 미사일
북한이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는 고정식 발사대에서 발사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이는 발각되기 쉬워 선제 타격에 취약하다. 대포동 2호는 현대화한 ICBM에 비해 전장이 너무 길어 차량이나 열차, 잠수함 등의 이동수단은 물론 지하 격납고에 숨기기도 어렵다. 무기로서의 이용 가치가 낮다는 얘기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중·단거리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이동식 발사대에서 ICBM을 쏠 수 있다. 북한이 KN-08 혹은 KN-14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동식 미사일의 기동성, 신속성, 비닉(秘匿)성, 생존성 등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KN-08, KN-14 등의 이름은 북한 무기체계가 서방에 노출된 순서대로 미국 국방부가 명명한 것이다.
이동식 ICBM KN-08의 모조품 모델이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에서 첫 선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선 개량형 KN-08의 형상을 공개했다. 모조품 형상만 공개한 것이라 미사일이 실존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최근 미국 국방부는 개량형 KN-08 ICBM을 KN-14로 바꿔 명명했다.
〈사진 1〉은 KN-08이 8축의 중국제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차량에 실려 옮겨지는 광경이다. 〈사진 2〉는 개량형 KN-08로 불리다 KN-14로 바꿔 불리는 ICBM의 모습이다. KN-14는 KN-08에 비해 미사일의 길이가 눈에 띄게 줄었으며 노즈콘(로켓의 원추형 앞부분)의 모양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2013년 2월 북한이 KN-08의 엔진 시험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2014년에도 사거리 확장을 위해 모두 4차례의 엔진 지상연소시험이 실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North)’는 2014년 8월에도 KN-08의 1단 엔진 연소시험이 동창리 서해 발사장에서 실시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KN-08이 2014년까지는 개발 단계에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5년 10월 열병식에선 또 다른 형태의 KN-14를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이동식 ICBM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다. KN-08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는 지상연소시험을 했더라도 로켓 기술의 특성상 비행시험을 통해 미사일 시스템을 검증하지 않으면 실전 배치의 의미를 두기 어렵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이 열병식에서 보여준 KN-08 또는 KN-14가 소형화한 핵탄두를 탑재하고 미국 서부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의 3단 또는 2단으로 구성된 액체 로켓 미사일인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이 현재 KN-08 또는 KN-14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경량의 핵탄두를 개발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지만, 이러한 기술을 시험한 전례가 없어 전력화 배치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데 대해선 부정적 기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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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북한이 가진 기술적 딜레마가 있다. 노동 엔진 4기의 묶음형 미사일은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했으나 중량이 커 이동식 미사일발사대에 장착하기 어렵다. 요컨대 2단 로켓으로 구성된 KN-14의 탄두가 낙하하는 지점을 기준으로 한 사거리는 6000~9400㎞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 같은 엔진 조합으로는 미국 동부를 타격할 수준의 ICBM은 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사거리 1만㎞ 넘는 이동식 ICBM을 개발하려면 소형, 경량의 핵탄두 및 상단 추진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4월 9일 수행한 신형 ICBM 고추력 액체 로켓엔진의 지상연소시험은 KN-14 또는 KN-08의 개발 한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기존의 스커드나 노동 엔진 기반으로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KN-14/KN-08을 개발하는 데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렇기에 북한이 새로운 엔진 개발을 강조하는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는 짧고 직경이 긴 러시아 R-27 엔진의 파생형으로 보인다.
ICBM도 소형화·경량화해야
아직 개발 중인 KN-08 또는 KN-14가 전력화해 현재 북한에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2012년 제작돼 평양 퍼레이드 때 공개한 모조품 KN-08이나 지난해 형상이 등장한 KN-14가 최종 설계를 바탕으로 한 것일 가능성은 있으나, 실전 배치해 공격용 미사일로 사용하려면 다수의 지상시험 및 비행시험을 거쳐야 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2012년 12월 은하 3호 로켓의 성공적인 발사 후에 KN-08 엔진에 대한 다수의 지상연소시험이 2013~2014년 실시됐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지상연소시험이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됐다면 시제용 KN-08 미사일이 조립됐을 가능성은 있다.
KN-08과 은하 3호 로켓의 기술 공유 추세를 볼 때 KN-14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과거 개발한 장거리 로켓 기술이 당연히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은하 3호(광명성호) 로켓은 최소 10여 년의 노력을 투입한 결과다. ICBM 개발 프로그램은 은하 로켓 개발과 동시에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은하 3호 로켓이 비행에 성공했으므로 ICBM 실전 배치를 위해 추가로 10여 년의 시간이 소요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ICBM을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하려면 소형화, 경량화가 요구된다. 로켓엔진 및 핵탄두의 소형화 및 경량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준의 사거리 확보가 어려울 것이다. 실질적 비행시험을 통한 재진입체의 개발과 검증도 필요하다. 탄두의 방향 및 자세를 제어하는 추진 시스템(예를 들어 PBV, Post Boost Vehicle)의 소형화, 경량화도 필수적이다.
북한은 그간 ‘노동 엔진 묶음 기술’에 기반을 둔 로켓을 5차례 발사했다. 그 중 2번 성공하고 3번 실패했다. R-27 엔진을 기반으로 했으며 3단에 활용이 가능한 소형 로켓도 시험 발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요한 점은 북한 ICBM의 재진입체가 마하 25 수준의 속도로 대기권 재진입 시험에 성공한 적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행시험 역사를 고려해 베이시안(Bayesian) 통계를 적용하면 첫 번째 KN-08 또는 KN-14 발사 시 완전 성공 확률은 10% 미만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지상시험을 수행하면 이 확률을 25~30%까지 올릴 수 있다. 그런데 단 분리와 대기권 재진입은 지상에서 시험할 수 없다. 과거의 실패 기록이 쌓인 경우 성공적 시험 발사가 한 차례 이뤄지더라도 높은 신뢰성을 얻을 수는 없다. KN-08 또는 KN-14가 수 차례의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때까지는 전력화 무기체계에 이름을 올릴 수 없는 것이다. 이동식 ICBM 발사시험은 한두 번은 위성발사로 가장할 수 있겠으나 계속해 숨길 수는 없다. 따라서 KN-08 또는 KN-14는 실제 운용 능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얘기다.
극히 제한된 능력의 ICBM
현재로서는 KN-08 또는 KN-14가 성공적으로 개발돼 가용 무기체계가 됐다 하더라도 그 수는 제한될 것이다. 만일 KN-08 또는 KN-14이 적어도 하나 또는 그 이상의 R-27 엔진을 요구한다면 R-27 엔진의 완전 국산화까지는 북한이 실전 배치하는 미사일의 수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2012년과 2015년 열병식 때 선보인 KN-08 및 KN-14는 작동하지 않는 모조품임이 확실하다. 아직도 사거리 증진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개발 중인 ICBM의 모조품인 것이다. 운용 능력을 검증받으려면 다수의 미사일 비행시험을 거쳐야 한다.
요약하면, 북한이 개발 중인 스커드나 노동 엔진에 기반을 둔 KN-14 또는 KN-08은 제한된 사거리와 성능을 가진다. R-27 엔진에 기반을 둔 KN-14/KN-08은 ‘의미 있는’ 사거리 및 성능을 제공할 수 있으나, 완전 독자 기술을 확보하지 않는 한 운영상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잠입형(Submerged)의 R-27 엔진을 대량 생산하는 것에는 ‘도전적 기술’의 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이 비행시험을 통해 운영 능력을 검증한 ICBM을 전력화하더라도 극히 제한된 능력을 가진 무기체계가 될 것이다. 또한 실질적 의미의 이동식 미사일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럭에 실려 운송되고 발사 수시간 전에 준비되는 형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대도시를 타격할 수는 있을 테지만 정확도는 낮을 것이다.
북한이 KN-08 또는 KN-14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에 확보한 로켓엔진 기술, 다시 말해 스커드와 노동 엔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는 ‘의미 있는’ 이동식 ICBM을 확보하는 데 제한이 많다. 북한이 기존에 확보한 미사일 엔진 및 기술로 주물럭거린다 해도 매우 제한적인 ICBM이 될 것이다. 기존의 엔진을 사용한다면 제한된 무게의 탄두만 탑재가 가능하며 미국 서부 해안에 겨우 도달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으려면 고성능의 신형 로켓 엔진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4월 9일 조선중앙통신이 신형 ICBM용 고추력 엔진 지상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한 것을 보면 KN-14의 1단에 사용되는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커드나 노동의 엔진 조합을 통해서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사거리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