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 지칭 전면 부인한 김용
자주 바뀌는 김만배 5억 원 행방
정진상, 연락 않는다던 김인섭과 115회 통화
[+영상] "이재명-김만배는 운명공동체"
“그동안 이재명 대표님과 같이 정치를 하면서 참모로서 활동한 것이지 굳이 특정해서 2명의 측근으로 지칭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8월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증언이다. 2021년 10월 3일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법정에서 이 같은 얘기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핵심 관계자들과 이 대표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8월 11일 채널A 뉴스 TOP10에 출연해 “김 전 부원장이 이 대표와 조금씩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냐, 이런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라든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점점 이 대표와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4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동아DB]
정영학 녹취와 결이 다른 김만배 증언
김 전 부원장은 물론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이 흔들리고 있다.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 씨가 대표적 예다. 김 씨는 4월 20일 김 전 부원장 정지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부인하고 있었는데 오늘 처음 이야기한다”며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남욱 변호사에게 4억 원을 줬고, 1억 원은 유 전 본부장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한다고 해서 호의로 줬다. 남 변호사와는 갈등이 있어 화해의 제스처로 (돈을) 전했다.”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도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2021년 2월 1일 김 씨는 정 회계사에게 전화를 건다. 김 씨는 정 회계사에게 “뭘 좀 상의하려고 한다”며 “유 전 본부장이 현재 나온 것(검찰은 대장동 수익 배당금으로 추정하고 있다)을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도 (유 전 본부장에게) 현찰로 1억 원, 수표로 4억 원 총 5억 원을 줬다”며 “내가 현찰과 수표로 주겠다고 했는데 계속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한 법인에) 투자를 해달란다”고 말했다.
녹취록에서 김 씨는 돈을 요구하는 유 전 본부장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털어놓는다. “대선 전에 투자해 놨다가 저 돈이 이동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너 이거 걸리면 네 명 다 죽어.” 그러곤 정 회계사에게 “남 변호사가 지금 (유 전 본부장에게) 바람을 엄청 넣나 봐”라고 덧붙인다.
녹취록에서는 5억 원이 유 전 본부장에게 갔지만, 증언에서는 그중 4억 원이 남욱 변호사에게 갔다고 말을 바꾼 셈이다. 재판에서 김 씨는 “2020년 5~6월경에 유 전 본부장이 대장(이재명 대표)이 대선 나갈 건데 형 20억 원 정도 준비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진술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증인이 호의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줬는데 이 돈이 대선 자금에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나”라고 물었다. 김 씨는 “예상한 적 없다”고 답했다.
정 회계사는 유 전 대표가 아니라 정 전 실장이 돈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4월 13일 검찰이 정 회계사에게 “2021년 2월 김 씨로부터 정 전 실장에게 20억 원을 요구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나”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김인섭 “이재명 취임식 초청도 못 받아”
재판부도 김 씨의 진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4월 20일 재판에서 검찰은 김 씨에게 그가 회의록에서 언급한 4명이 누군지 물었다. 김 씨는 “정 회계사, 남 변호사, 본인, 유 전 본부장”이라고 답했다. 반면 유 전 본부장은 “본인과 김 씨,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이라고 지목했다.검찰은 “정 회계사는 본인이 4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바 있다”며 김 씨를 압박했다. 재판부는 “(돈을 주면) 네 명이 다 죽는다고 했는데, 남 변호사와는 화해를 하려고 돈을 줬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진술 앞뒤가 너무 맞지 않는 것을 본인도 느끼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정 전 실장은 최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실장과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의 관계를 눈여겨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가 낙선한 2006년 성남시장 선거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자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정 전 실장, 이 대표와의 관계를 통해 백현동 부지 용도 상향 청탁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 전 실장과 이 대표는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1월 검찰조사에서 정 전 실장은 “김 전 대표와 평소 연락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역시 지난해 2월 11일 대통령선거 후보 TV토론에서 김 전 대표에 대해 “저와는 연락도 잘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도 2월 언론 인터뷰에서 “2010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 당선 이후 관계가 틀어졌다”며 “나는 취임식에 초청도 못 받았다”고 이 대표와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인섭 장모상에 이재명 문상”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4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 전 대표를 영입해 백현동 개발사업을 진행한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도 검찰의 의심에 힘을 실었다. 7월 18일 정 대표는 김 전 대표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알선수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업으로 얻은 수익 중 일부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에게 돌아갈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정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김 전 대표가 (본인 장모상에) 이 대표가 문상 왔다 갔다고 말해줬다”고도 말했다.
이 대표는 김 전 대표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8월 15일 페이스북에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1원 한 푼 사익을 취한 적이 없고, 한 점 부끄러움도 없으니 검찰의 소환조사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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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9월호 표지.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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