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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 “일 욕심 많지만 회사에 충성하면 ‘헌신짝’ 된다 생각”

‘낀대’ 팀장들의 MZ세대 사원 보고서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사바나] “일 욕심 많지만 회사에 충성하면 ‘헌신짝’ 된다 생각”

  • ● 보상 중요하게 여기고 성과 평가에 민감
    ● 비효율적 업무 방식에 가차 없이 문제 제기
    ● 숙련공이 되기도 전에 중요한 업무 욕심내
    ● 소속감 떨어지고, 회식보다는 솔직한 대화 선호
    ● “구동존이(求同存異) 자세로 과정과 절차 투명하게”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MZ세대 사원들은 자신의 불만이나 감정을 표출하거나 문제 제기를 행동으로 옮기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GettyImages]

MZ세대 사원들은 자신의 불만이나 감정을 표출하거나 문제 제기를 행동으로 옮기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GettyImages]

지난해 유튜브에서 방영된 웹드라마 ‘낀대’는 광고대행사 부장과 신입사원 사이에서 치이는 35세 중간관리자의 이야기로 누리꾼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누적 조회수가 250만 회에 달할 정도다. 낀대는 ‘끼인 세대’의 줄임말. 일명 ‘꼰대’ 임원과 ‘요즘 것들’ 사원 사이에 끼어 있는 중간관리자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책 ‘80년생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은 90년생 팀원들과 일하기 어려워하는 80년생 팀장에게 필요한 조언을 담아 서점가에서 화제를 모았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조직 내 주력세대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와 부서장이 직장생활 방식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갈등을 겪는다는 것이다. 현실도 다르지 않다. 중견 의류기업 A영업팀장(1980년생)은 6개월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회사 임원과 영업사원이 만나 소통하는 간담회에서 1965년생 상무와 1993년생 사원이 10여 분간 날선 설전을 벌였기 때문. A팀장은 “입사 14년 동안 그런 일은 처음 겪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건의 발단은 업무 고충을 토로한 영업사원의 발언이었다. 영업사원은 “업무추진비가 부족해 내가 기획한 상품에 대한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상무는 “현재 회사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해당 상품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어렵다. 다음 분기에 검토해보겠다”는 취지로 사원에게 설명했다.



보상 중요하게 여기고 성과 평가에 민감

직장에 대한 낮은 충성심은 MZ세대 사원의 단점으로 꼽힌다. [GettyImages]

직장에 대한 낮은 충성심은 MZ세대 사원의 단점으로 꼽힌다. [GettyImages]

상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원이 “그럼 나는 이번 분기에 성과를 어떻게 올리느냐. 인사 평가에서 낮은 고과를 받게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상무는 “다들 힘들게 일하고 있다. 조금 기다려 보라”며 다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을 책망하는 듯 한 말투로 상무가 반응한 점에 기분이 불쾌해진 사원은 “왜 내가 큰 잘못한 것처럼 말하시느냐.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고 해놓고는 입을 틀어막으려고 하는 것 같다. 나도 성과를 올려야 하는데, 이러면 회사를 다니기가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상무가 얼굴을 붉힌 채 “‘회사를 다니기 어렵다’는 직원의 뜻을 존중해주겠다”고 받아쳤고, 이에 질세라 사원은 “알겠다”고 응수했다. 며칠 뒤 영업사원은 결국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

이 사건으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자 회사는 간담회를 폐지했다. 표면적인 폐지 사유는 ‘임원들이 참여할 시간이 부족해서’였지만, 실제로는 ‘솔직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젊은 세대의 언행을 임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어지는 A팀장의 말이다.

“만약 나라면 상무에게 지적을 당하더라도 일단은 그 자리에서 수긍을 하고, 불만사항에 대해서는 추후 팀장을 통해 전했을 것이다. 요즘 젊은 사원들이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은 우리 세대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자신의 불만사항이나 감정을 회사 임원에게 대놓고 표출하거나 문제제기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또 어떤 세대보다 보상을 중요하게 여겨 인사고과와 연봉협상에 반영되는 성과가 자신의 기대치보다 낮게 평가되면 이에 불만을 품고 퇴사를 결심한다. 임원진은 팀장인 내게 젊은 직원 교육을 똑바로 하라고 하는데, 정작 회사에는 세대 간 소통 문제를 해소할 대응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젊은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난처하다.”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에 가차 없이 문제 제기

식품기업에서 일하는 B기획팀장 역시 요즘 혼자 속을 끓이는 날이 많아졌다. 최근 3년 사이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2030세대 사원이 대거 입사한 게 원인이 됐다. B팀장에 따르면, 기획팀 인원 중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가 40%에 달한다. 이들이 실무를 도맡으면서 B팀장의 정신적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업무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며 수시로 문제를 제기해서다.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B팀장은 1991년생 사원에게 ‘임원 보고용 사업 기획안’ 작성을 지시했다. 그런데 이 기획안이 임원을 거쳐 대표한테까지 전해지면서 기획안 분량이 A4용지 2장에서 20장으로 늘었다. 사원은 10회 넘게 수정을 거듭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미루려고 사소한 오류까지 트집 잡은 탓이다. 결과적으로 이 기획안은 ‘사업 진행’ 결재를 받지 못했다.

B팀장은 “다음날 사원에게서 ‘업무 처리 방식이 비효율적이다. 이런 식으로 일하니 업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그 뜻을 이해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회사 사정을 사원에게 속속들이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냥 넘길 수밖에 없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국내 유수 기업의 팀장은 경력이 최소 10년을 넘는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사람이 다수다. 이들은 입사 후 상명하복을 당연시하는 세대에게 사회생활을 배우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중간관리자인 팀장으로 승진해서는 수평관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팀장들은 MZ세대처럼 능력주의와 개인주의를 지향하고 권위주의에 반발심을 드러내면서도, 윗세대처럼 조직 문화에 순응하고 윗사람 지시에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숙련공이 되기도 전에 중요한 업무 욕심내

앞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성패는 MZ세대 사원을 얼마나 이해하고 활용하는지에 달렸다. 문제는 MZ세대 사원을 기존 조직 문화에 빠르게 융화하도록 만들기 쉽지 않은 데 있다. 이 때문에 MZ세대 사원과 갈등을 빚는 부서장이 날로 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의 C기술업무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제조사는 전통적으로 전수되는 기술과 표준 운영 절차에 의해 가동된다. 근면성을 강조하며, 어려운 일에 쉽게 무너지는 사원을 ‘열정 없는 패배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MZ세대는 일에 야심을 갖고 있지만 목표로 삼은 ‘기술인’이 되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리며 기술을 연마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선배들의 도제식 교육을 묵묵히 따라야 한다는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숙련공이 되기도 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기를 바라니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업 팀장들은 일에 대한 흥미를 강조하는 MZ세대에게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해운회사 D재무팀장은 후배들의 가장 큰 단점으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다”고 평했다. D팀장에 따르면 MZ세대 사원은 대체로 일을 좋아하고 즐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처럼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회사에 충성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에 충성하면 ‘헌신짝’이 된다고 여긴다. 심지어 회사가 구축한 네트워크나 모임에서조차 자신의 열정을 쏟으려 하지 않는다. 기업 내 조직 관리자들은 MZ세대의 이런 정서가 경제적 배경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회식보다 허심탄회한 대화 선호

D팀장은 “MZ세대 사원들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1970년대생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1980년대생의 아픔을 보며 자랐다. 그래서 회사나 상사에 대한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당장은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더라도 그 안정감이 지속될 거라고 믿지 않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회식을 꺼리는 것도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업체 E팀장은 “MZ세대 사원들은 각자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되 상황에 따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진정한 조직의 단합이 발휘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중단되긴 했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얼굴을 마주보며 회식을 통해 부서 단합을 도모하는 관습이 남아 있다”며 “M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존중하면서 기존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기성세대보다 직장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도가 낮은 MZ세대가 조직에 융화하도록 이끌기 위해선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MZ세대를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이나 위협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기성세대가 MZ세대에게 씌우는 일종의 ‘프레임’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같음을 추구하되 다름을 존중하는 자세(求同存異)를 바탕으로 세대 간 창의와 질서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고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며 더 나은 조직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조언했다.

과정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MZ세대의 이해와 협력을 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는 지금보다 더 많은 보상을 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그에 따른 과정과 절차를 공개해 자신들을 납득시켜달라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들에게 투명한 경영은 공정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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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21년 5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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