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 수준이 높을 때는 금리가 좀 하락해도 자산 운용에 큰 차질이 없다. 금리가 6%에서 4%로 떨어질 때를 보자. 원금이 2배가 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금리가 6%일 때는 12년 정도인데, 금리가 2%포인트 하락해 4%가 되면 18년이 된다. 6년 더 길어질 따름인 것이다. 그런데 저금리에서 금리가 더 낮아져 초저금리가 되면 자산관리는 다른 차원으로 접어든다. 금리가 4%에서 2%로 내려앉으면 이제 원금이 2배가 되기까지 대략 36년이 걸린다. 금리 4% 때 18년과 비교하면 무려 18년이 더 걸리는 것이다. 금리가 1%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데 70년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멘붕’이다. 이런 상황이 오지 말란 보장이 없는 세밑이다.
대만 증시가 시사하는 것
뒤집어보면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자산 운용을 잘해 수익률을 조금만 더 올려도 그 효과는 매우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수익률 2%로 운용하면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36년이 걸리는 데 비해, 4% 수익을 내면 그 기간이 18년으로 무려 18년이나 단축된다. 누가 10년씩이나 운용하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은퇴 후 30년간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장수사회에서는 장기로 운용해야 하고, 장기 운용 수익이 높아야 한다.
이처럼 초저금리·장수 시대에는 수익률을 조금만 더 올려도 효과가 크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 따라서 이제는 익숙한 것과 결별할 때다. 예금 중심의 ‘금리상품’ 서식지에서 ‘투자상품’ 서식지로 옮겨가야 한다. 다만 투자상품은 수익뿐 아니라 리스크도 증가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글로벌 투자를 해야 한다. 적어도 투자 자산의 절반은 해외 자산에 투자한다고 생각하자. 선진국은 연금 자산에서 해외에 투자하는 비중이 대개 15~45%인 것에 반해 현재 우리나라는 0.6%에 불과하다. 국내 편향(home bias) 투자가 극심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자산에만 거의 ‘몰빵’ 투자하는 셈이다. 해외 자산 비중을 늘리자는 게 이런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일본과 대만의 주식시장을 보면 1990년부터 25년 동안 주가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나 대만 역시 그렇다는 점이 의아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대만에서 주식펀드는 인기가 별로 없고 해외채권펀드가 인기다. 일본과 대만의 경제구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제조업에 기반을 둔 수출경제이고, 인구 고령화를 우리보다 앞서가거나 비슷하게 겪는다. 향후 우리나라 주가도 이 경로를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뿐 아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 비중이 30%가량 된다. 주식시장이 몇몇 기업에 집중된 것이다. 한때 핀란드 주식시장에서 노키아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75%에 달했다. 이후 노키아 주가가 고점 대비 95% 떨어지자 핀란드 주가는 65% 하락했다.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2013년 당기순이익을 보면 상위 5대 그룹의 비중이 105%가량이고 나머지 25대 그룹이 -5%이다. 기업 이익의 집중률이 매우 높다는 뜻.
투자 자산은 국내시장에만 머무르지 말고 글로벌로 분산해야 한다. 10% 수익이 나는 시장에서는 운용을 못해도 5% 수익을 얻지만, 5% 수익 나는 시장에서는 운용을 잘해도 5%밖에 얻지 못한다. 물고기가 많은 곳에 그물을 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