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접대비 기준은 뭐? 그때 그때 달라요!

  • 김규수│ cpa5183@hanmail.net 법률사무소 행복세상, 재단법인 행복세상 전문위원

    입력2012-03-20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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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대비 기준은 뭐? 그때 그때 달라요!

    접대비의 기준이 모호해 분쟁이 잦다.

    기업은 고객을 유인해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이런 비용에는 마케팅 비용뿐 아니라 고객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포함된다. 기업의 처지에서 보면 그 비용이 마케팅 용도이든,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한 것이든, 양자(兩者) 모두 매출을 확대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므로 그 구분의 실익이 없다.

    하지만 세법(법인사업자의 경우는 법인세법, 개인사업자의 경우는 소득세법)은 이 둘을 정확하게 구별한다. 세법상 마케팅 비용은 그 지출에 아무런 제한이 없지만 고객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한 지출은 소위 접대비(接待費)라고 해서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접대비로 분류되면 일정 한도를 초과하는 지출은 손비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보면 이 양자의 구분이 명확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세법에서도 ‘접대비 지출은 일정한도 내에서만 손금에 산입한다’라는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 무엇이 접대비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개념적 정의를 내리지 않아 세무당국과 납세자 간에 마찰이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콘도 분양사업을 하는 기업이 잠재적 고객들을 버스에 태워 현장답사를 시키고 식사대접과 기념품 등을 지급했을 경우, 혹은 전자제품 사업체가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각 대리점에 매장 시설비 등을 지원한 경우, 과연 이렇게 지출된 부분은 마케팅 비용일까, 접대비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접대비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했다.

    법보다는 상식



    “접대비란 접대 등의 행위에 의하여 사업관계자들과의 사이에 친목(親睦)을 두텁게 하여 거래관계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는 목적이 있는 지출을 말하며, 지출의 상대방이 불특정 다수인이고 그 지출의 목적이 구매의욕을 자극하는 데 있다면 이는 마케팅 비용에 해당한다.”

    대법원의 접대비 정의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기업이 접대비를 쓰는 주목적을 ‘친목을 두텁게 해 거래관계의 원만한 진행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해석한 점이다. 대법원은 또한 ‘친목을 두텁게 하기 위한 지출’의 여부를 건전한 사회통념과 상식에 따라 판단하도록 했다.

    결국 대법원이 해석한 접대비는 기업이 거래처와 인간적인 교감이나 친분 등을 쌓는 데 소요되는 지출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이 접대비의 범주를 이렇게 제한한 이유는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불건전한 소비지출을 억제하자는 취지로 추측된다.

    하지만 세무당국의 과세 관행은 매출촉진을 위한 지출이라 하더라도 그 대상이 불특정인이 아닌 특정인이고, 그 성격이 차별적이라면 일단 접대비로 분류해 과세하려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특정인과 불특정인을 나누는 기준이 법적으로 따로 만들어져 있지 않아 주관적 판단에 의존한다는 점. 이 때문에 납세자와 세무당국 간에 자주 마찰이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은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이익(利益)에 대해 부과돼야 하고, 이때 기업이 지출한 비용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손금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손금을 부인한다는 것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세법적인 측면에서 제재한다는 것이 되는데, 이러한 제재는 그것이 사회통념이나 가치관에 비추어 당연하다고 인정되는 선에서 정해져야 한다. 세법의 각종 제재 규정도 이러한 상식을 기초로 제정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세무와 관련한 분쟁이 있을 때, 복잡한 세법 규정을 찾아보거나 거론하기에 앞서 그것이 과연 제재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관해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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