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 바지 밑단 하나 걷고 나가도
홀가분한데 마음속 그리던 약속이라면날아가겠지,
새콤한 양념이 혀 밑에 스미듯
저절로 상체가 기우뚱거리고
가끔 듣던 대로 라디오 틀어놓고
별 차림 없이 요 앞 가게를 다녀갔다 오면
그 나지막한 웅얼거림이 열린 문 새로 고소한데
제대로 약속에 맞춰가서 다 와가서
부르는 흥은,
곧 쓰다듬어 줄등줄기와 속 빈 아래의 뜨거움
자글거림은
오금뜨겠지, 무심결에 바라본 장독대엔 광목 빛이
자작 끓고, 그런 볕 오글거리는 마당에
해변에 영문 없이 좌초하는 흑범고래들처럼
운동화 앞꿈치가 들린 채로 표류하는데
내버려두고 온 것이
귓속에 가득 차오르더라, 얼굴 마주하니
그러다 배 안 고프냐는 말을
가슴노리에 걸쳐놓고서
온새미로 떠듬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