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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 역사, 쟁점, 전망’

충실한 자료, 균형잡힌 시각 돋보여

‘주한미군 : 역사, 쟁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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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 역사, 쟁점, 전망’
지금 한국에선 주한미군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것을 촉발시킨 것은 지난해 발생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반미 정서가 고양되고 자연히 주한미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국인들 사이에 급격히 번져나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우파들은 한국인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마치 미군 철수의 책임을 전적으로 한국인들이 져야 한다는 듯한 태도다. 전면 철수는 아니더라도 감축 내지 후방 배치는 곧 있으리라는 예측이 우세한 실정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한미동맹에 이상징후가 나타난 현 시점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가에 대해 양식 있는 사람들은 우려를 금치 못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미동맹과 그 실질적 핵심인 주한미군 문제를 차분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21세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장래 핵심 분석

시의적절하게도, 이런 예민한 시점에 주한미군에 관한 본격적인 학술연구서가 나왔다. 24년 전인 1979년에 ‘서울신문’ 취재반이 ‘주한미군 30년: 1945∼1978’을, 1990년엔 ‘동아일보’ 특별취재반이 ‘철저해부 주한미군’이란 책을 펴낸 적이 있으나 학자들의 연구서는 아니었다.

학자들에 의한 본격적인 연구서는 1996년에 ‘주한미군과 한미안보협력’이란 제목으로 세종연구소에서 출간된 적이 있으나 그 연구범위가 이번에 출간된 ‘주한미군: 역사, 쟁점, 전망’(김일영·조성렬 지음, 한울아카데미)에는 미치지 못한다. 앞의 책이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룬 데 비해 뒤의 책은 아홉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한미군과 관련하여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핵심적 주제를 거의 다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1부 ‘주한미군의 등장과 변화’에서는 한미동맹의 형성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피고, 주한미군의 규모, 편제, 운용방식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아울러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주한미군과 핵전력의 변화도 살폈다.

제2부 ‘주한미군의 현황과 쟁점’에서는 먼저 거시적 접근으로 냉전 이후 미국의 신군사전략과 주한미군을 다뤘다. 이어서 주한미군의 안보적 역할과 연합방위태세도 언급했다. 다음으로 한미동맹에 도전요인이 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소파 재개정 문제,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 문제, 미군기지 통폐합 및 이전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하고 있다.

제3부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단계에서의 주한미군’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후의 주한미군은 평화유지군의 옷을 입은 동맹군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미국과 주한미군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외교와 군사 두 측면에서 논의했다. 마지막으로 21세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장래를 논하는데,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렇게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이 책을 자세히 검토하고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매우 힘든 일이다. 평자도 이를 변명 삼아 주로 결론 부분을 중심으로 이 책을 개관하고자 한다. 결론 부분을 다루기에 앞서 앞의 주제들 가운데서 우리에게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는 한 부분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인 김일영 교수는 제1장에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북한을 점령했을 때 1950년 10월7일의 유엔결의안에 의거해 유엔군이 점령과 통치의 주체임을 주장했다고 쓰고 있다. 즉 미국은 당시 ‘한국의 역할은 인정하나 총선 실시 전에 주권이 확대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면서 ‘유엔군 사령관의 통치 하에 총선을 실시한 다음 한국정부에 관할권을 인계하고 유엔군은 철수하겠다’는 북한점령계획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북한이 갑자기 붕괴될 경우 북한에 대한 통치 주체와 관련하여 선례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통일과정에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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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철순 대전대 교수·정치학 ji513@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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