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담는 그릇이 깨끗해야
서 원장의 관심은 호흡기 질환을 넘어 아토피 질환으로 확장됐다. 더불어 편강탕도 발전했다. 호흡기와 폐의 관련성이야 납득할 만하지만, 아토피 증상까지 폐와 연결되는 연유가 궁금하다. 일찍이 한방에서는 폐가 피부를 주관한다고 봤다. 그 역시 한의대 시절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그러나 그 의미를 더 깊이 헤아리게 된 건 환자들을 대하고 나서부터다.
“피부에는 털구멍과 땀구멍이 있고, 이곳을 통해 숨을 쉬고 노폐물을 배출합니다. 아토피는 피부의 구멍이 꼭꼭 닫혀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입니다. 작은 호흡기인 피부는 큰 호흡기인 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토피도 결국은 다른 호흡기 질환과 마찬가지 원리에서 생긴다는 설명이다. 편강한의원에서는 아토피를 비롯해 건선과 여드름 같은 피부질환도 치료한다. 실제 스테로이드제에 중독된 피부를 치료한 환자 사례도 있다.
스트레스도 폐에 열이 쌓이는 증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흔히 ‘열 받는다’고 하는 표현이 제법 이치에 맞는다고 하겠다.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폐 건강을 해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그때마다 담배까지 피워 문다면, 폐는 더 망가질 수밖에 없다.
“편강은 심편안이신건강(心便安而身健康)에서 따온 말입니다. 폐가 좋아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마음이 편해지면 건강이 따른다고 해서 ‘편강(便康)’입니다. 폐에 쌓인 열을 날려야 우울증도 없어집니다. 청폐(淸肺) 원리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넓은 거죠.”
서 원장은 맑은 공기만큼이나 그 공기를 담는 폐가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원기는 폐에서 비롯되고, 자연과 기운을 주고받는 것도 폐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원기를 충실하게 하기 위해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자가 치유능력을 높이는 것이 이른바 편강치료법이다.
증상에 따라 회복에 걸리는 시간 및 완치율이 다르기는 하지만, 폐를 다스려 낫게 한다는 발상으로 치료에 임하는 건 매한가지다. 평균적으로 비염은 3개월, 천식은 4개월, 아토피는 6개월 정도로 치료 기간을 잡고 있다. 편강한의원의 편강탕과 편강환은 쓴맛이 강하지 않고, 술과 담배 외에는 특별히 피해야 하는 음식도 거의 없다. 약을 쓰는 것 외에 필요에 따라 침술 요법도 병행한다.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됐다고 해서 재발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 원장은 1년에 한두 번 약을 먹어 꾸준히 몸을 보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강화된 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폐활량을 늘리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의사가 실력 있는 의사
“저 역시 매일 새벽에 두 시간 남짓 집 앞의 산을 오릅니다. 약효 점검을 위해 편강탕을 조제하면서 매일같이 맛을 보고 있고요. 제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바로 편강치료법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지요.”
서 원장은 매일 5시 반에 일어나 등산을 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반까지 진료한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끄떡없이 강행군을 해낸다. 자기 몸의 주치의는 자기 자신이고,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의사의 본분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폐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한, 암세포도 범접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가족력의 영향이 크지요. 제 부친께서는 지금의 저보다 두 살 이른 나이에 중풍을 맞으셨어요. 그전에는 당뇨와 고혈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아버님의 병력을 닮지 않아 건강에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습니다.”
다행히 병은 물려받지 않았으나, 그가 한의사가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당초 양의만 생각했던 그에게 아버지가 한의사를 권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고문서를 수집하고 한학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경희대 한의학과에 입학했다.
“꿩 잡는 게 매라고, 병 잡는 사람이 의사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 한의사가 되고 편도선 치료법 연구에서 출발해 인류의 고질병들을 다스릴 방법을 얻어서 다행입니다.”
편강탕이 성공한 후, 편강한의원은 경기 군포와 안산에 이어 지난해 명동, 올해 서초까지 지점을 늘려왔다. 편강한의원을 찾는 환자는 열에 아홉이 천식, 아토피, 비염 증상을 호소한다. 폐기종, 기관지확장증, 폐섬유화 등 난치성 질환으로 찾아오는 환자들도 있다.
2월 초 본점에 해당하는 서초지점을 개원한 것은 서 원장에게 특히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10여 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 서초 지역에서 하던 한의원을 접어야 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경제위기가 다시 도래한 시기에 서울 강남 지역에 재입성한 데 대한 기쁨이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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