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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를 주저앉힌 달콤 쌉쌀한 칵테일

‘아바나’와 다이키리

헤밍웨이를 주저앉힌 달콤 쌉쌀한 칵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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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영화를 보고도 사람에 따라 기억하는 대상이 다르다. 주인공의 빼어난 외모와 연기를 최고로 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영화의 배경에 홀딱 반하고, 또 어떤 이는 영화음악이 귓가에 맴돈다고 얘기한다. 여기에 영화를 볼 때마다 ‘술’에 꽂히는 이가 있다. 알고 보면 영화의 재미가 더하고, 보고 마시면 술맛이 달라지는 ‘영화 속 술 이야기’, 그 첫 번째는 1950년대 격정의 쿠바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아바나’와 칵테일 다이키리다.
헤밍웨이를 주저앉힌         달콤 쌉쌀한 칵테일

영화 ‘아바나’

영화 ‘아바나(Havana)’는 시드니 폴락 감독과 로버트 레드퍼드 콤비의 7번째 작품으로 1990년에 제작됐다. 이 영화는 1958년 쿠바의 친미(親美) 독재자 바티스타가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세력에 밀리다가 1959년 1월1일 끝내 아바나에서 도망치기까지 8일 동안 벌어지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카리브해의 진주’로 불리는 쿠바는 한반도의 절반만한 면적의 섬나라다. 역사적으로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쿠바는 미-스페인 전쟁 이후 1902년 독립했지만, 미국 자본에 종속돼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토지는 미국 자본과 쿠바인 대지주들에게 집중돼 있었고, 독재정권의 부패가 심해 서민들은 궁핍하게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몇 차례의 민중봉기가 일어났으나 미국의 비호를 받은 정부에 의해 번번이 진압됐다. 1950년대 카스트로와 체 게베라의 반정부 게릴라 운동은 이런 배경에서 일어났다.

영화는 1958년 크리스마스이브, 아바나행 미국 페리여객선에서 한 아름다운 여인이 미국인 남자에게 반입이 금지된 향수가 실려 있는 차를 대신 통관시켜달라며 돈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목적이 있는 여자는 적극적이고, 여자의 세련된 미모에 반한 남자는 그녀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남자는 미국과 환락의 도시 아바나를 오가며 도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도박꾼 잭 와일(로버트 레드퍼드 분), 여자는 스웨덴 출신이나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미국에 왔다가 공산주의자인 첫 남편을 만나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바비(레나 올린 분)다. 바비는 첫 남편과 멕시코에서 헤어지고, 아바나에서 쿠바인 의사와 가정을 이루었다. 그녀의 남편은 대단히 부유한 명문가 출신이었으나 독재정권의 부패와 무능에 반감을 갖고 카스트로의 사화주의 혁명에 적극 동조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남편을 사상적 동지로 생각했다.

짧은 만남, 운명적 이끌림



사실 바비가 잭에게 부탁한 차 안에는 향수 대신 혁명 공작에 쓸 미국제 통신용 무전기가 들어 있었다. 잭도 이 사실을 알게 되나, 위험을 감수하고 그녀의 부탁을 들어준다. 이튿날 아침 아바나에 도착한 후 차를 인도하기로 한 장소에서 잭은 바비에게 계속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바비는 ‘유부녀’라는 말과 함께 냉정하게 사라진다.

그러나 의외에 장소에서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이 성사된다. 잭은 그날 저녁 여느 때처럼 쿠바에 여행 온 미국인 여자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남편과 함께 있는 바비를 만난다. 무전기 운반을 도와준 데 대해 호감을 가진 바비의 남편으로부터 쿠바의 현실과 혁명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만, 포커와 여자에만 관심 있는 잭에겐 자신의 삶과 무관한 얘기에 불과했다.

잭을 만난 뒤 바비 부부는 혁명을 위한 거사가 사전에 탄로 나는 바람에 비밀경찰에게 붙잡힌다. 이 과정에서 남편은 죽고 바비는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이 잭에게도 전해진다. 잭은 갖은 노력 끝에 혹독한 고문에 시달리던 바비의 소재를 파악하고,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다. 바비는 고마워하면서도 또다시 그를 피해 사라진다. 하지만 잭이 포화를 뚫고 그녀를 찾아낸다. 잭은 비록 짧은 만남이었으나 바비를 향한 운명과도 같은 이끌림을 거역할 수 없었다. 남편의 죽음으로 상실감에 휩싸여 있던 바비는 잭의 정성에 감동해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연다. 잭은 외국인인 바비에게 쿠바 혁명이 대수냐며 함께 쿠바를 떠나자고 설득한다.

그러나 실상 바비의 남편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이 영화가 준비해둔 반전이다. 비밀경찰 책임자의 집에 갇혀 있던 그를 이번에도 잭이 구해낸다. 남편의 생존 소식을 접한 바비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추스르고 남편에게 돌아간다.

마침내 1959년 새해 첫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연회장에 모인 아바나 유력인사들에게 바티스타가 도망쳤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대혼란 속에서 미국인과 구정권 인사들이 앞 다퉈 아바나를 탈출한다. 영화 종반부, 미국행 페리여객선 선착장에서 잭과 바비가 마지막으로 재회한다. 그러나 잭은 아바나를 떠나고, 바비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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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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