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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도둑맞은 열혈 여인의 그림창고

보스턴 이사벨라 미술관

렘브란트 도둑맞은 열혈 여인의 그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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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대의 도난사건으로도 유명한 이사벨라 미술관의 설립자는 재벌가 며느리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다.
  • 그녀는 사후에 자신의 뜻대로 미술관이 운영되지 않을 경우 미술관 자산을 모두 하버드대에 기증하라고 했을 정도로 예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미술관 정원도 일품으로 이탈리아 베니스 궁전을 거니는 듯하다.
렘브란트 도둑맞은 열혈 여인의 그림창고
1990년 3월 18일 이른 아침,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 경찰관 두 명이 미술관 문을 두드렸다. 경비원은 미술관 비상벨이 울려 급히 왔다는 경찰관의 말에 즉각 문을 열어주었다. ‘투캅스’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두 명의 경비원을 포박해 지하실에 가뒀다. 그러고는 전시실을 마음대로 휘젓고 돌아다니며 그림 13점을 훔쳐 유유히 사라졌다. 잠시 후 교대 경비원이 도착하고 진짜 경찰관이 서둘러 달려왔지만, 상황은 이미 종료된 후였다. 보스턴의 이사벨라 미술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도난당한 그림들은 값으로는 매길 수 없는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34점만 남아 있다는 베르메르의 ‘콘서트(The Concert)’, 렘브란트 작품 3점, 마네 작품 1점, 드가의 드로잉 5점 등이 털렸다. 그중 렘브란트의 ‘갈릴리 바다의 폭풍우(The Storm on the Sea of Galilee)’는 렘브란트가 그린 유일한 바다 풍경이다. 전 세계 매스컴과 미술 애호가들은 아연실색했다.

이 미술관의 정식 이름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보스턴 펜웨이(Fenway) 거리에 자리 잡은 궁전 같은 건물이기 때문에 펜웨이 궁전(Fenway Court)이라고도 한다.

그림 도둑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배짱 좋은 도둑은 없지 않을까 싶다. 도난품의 시가 총액은 5억 달러(약 5500억 원)로 세계 최대의 미술품 도난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사건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미궁에 빠져 있다. 연방수사국(FBI) 보스턴 지부는 현재도 수사본부를 해체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미술관은 작품 회수에 도움이 되는 정보에 현상금 500만 달러를 내걸었다. 그림 값의 1%다. 그래도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미술관은 누구든 이 작품들을 보관한다면 온도와 습도를 잘 조절해 작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한다. 사라진 그림들은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그랬고, 뭉크의 ‘절규’가 그랬다. 대작은 훔쳐 가도 돈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대단한 부자라 한들 누가 감히 이런 유명 작품을 사겠는가.



렘브란트 도둑맞은 열혈 여인의 그림창고
어둡고 산만하고 불편하지만…

렘브란트 도둑맞은 열혈 여인의 그림창고

이사벨라 미술관은 아름다운 정원으로도 유명하다.

보스턴은 뉴잉글랜드(New England)의 중심지이고 미국 속 영국으로 출발한 도시인 만큼 자부심이 유달리 강하다. 보스턴의 자부심을 빛내는 것 중 하나가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인데, 거기서 도보로 5분 거리에 15세기 베니스 궁전처럼 보이는 고색창연한 4층짜리 건물이 하나 서 있다. 이사벨라 미술관이다. 거리가 가까워 자칫 보스턴 미술관의 분관 같지만 완전히 별개의 미술관이다. 이사벨라 미술관은 보스턴 미술관이 현재 자리로 옮겨오기 전부터 이미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건물은 ㅁ자형의 대저택으로 한가운데 아름답게 가꾸어진 중정(中庭)이 있다. 층마다 정원 쪽을 향해 회랑(回廊)을 만들어놓아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전시실은 1~3층에 마련됐다. 그림에서부터 조각, 가구, 카페트, 도자기 등 2500여 점의 온갖 종류의 값진 골동품이 전시됐다. 수두룩한 명품들은 컬렉터 이사벨라의 안목을 웅변한다.

궁전이라 해도 전혀 손색없는 건물 구조와 내부 장식을 갖췄지만, 이곳의 전시실은 여타 미술관과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전시실 내부는 어두침침하고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돼 있지 않다. 작품들은 복잡하고 산만하게 걸려 있어 고택의 그림 창고 같은 느낌이다. 내부 조명도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있는 듯 없는 듯 아리송하게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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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표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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