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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디테 체취 풍기는 그리스 신화 속 도시

키프로스 파포스

아프로디테 체취 풍기는 그리스 신화 속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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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포스는 지중해 동부 키프로스 섬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세계유산도시다. 사랑과 미(美), 다산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바로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이 전한다. 그리스 신화의 장면을 새겨 넣은 바닥 모자이크를 보노라면, 아득히 먼 신화의 시대가 손에 잡히는 듯하다.
아프로디테 체취 풍기는 그리스 신화 속 도시
지난 연말 지중해 동부 키프로스 섬의 파포스(Paphos)를 방문했다. 이곳 대학교수로부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 참석차 이탈리아 피렌체에 가는 길에 잠깐 들러 한국 정자건축에 대해 강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파포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이라 호기심에 무조건 가겠다고 했다. 파포스에 도착해서야 이 도시가 고고학 유지(遺址)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파포스, 사이프러스, 키프로스

키프로스 남서부 해안에 자리한 파포스는 미(美)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태어난 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한때는 오거스타(Augusta)라고 불렸으며 현대 그리스어로는 Π·ccedil;φo·aacute;라고 한다. 파포스는 그 자체가 세계유산 등재 명칭이기도 하다.

고대에는 팔래파포스(Palaepaphos, Old Paphos)와 네아 파포스(Nea Paphos, New Paphos)로 나뉘었다. 오늘날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네아 파포스다. 미국인들은 이곳을 ‘사이프러스’라고 부르는데, 현지인들은 키프로스라고 불리는 것을 선호한다.

파포스는 일찍이 1980년에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이 도시는 고고유지(考古遺址)의 연속유산(a serial archaeological property)으로, 3종류로 구성된 2개 지역으로 나뉜다. 하나는 카토 파포스 도시(the town of Kato Paphos), 다른 하나는 코우클리아 마을(the village of Kouklia)이다. 카토 파포스에는 아프로디테의 성지인 네아 파포스 고대 유적과 왕의 무덤군으로 알려진 타포이 톤 바실리온(Tafoi ton Vasileon, Tombs of the Kings)이 포함되고, 코우클리아 마을에는 아프로디테 성소인 아프로디테 신전 유적 및 팔래파포스가 있다.



무엇보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인 아프로디테가 인류 역사상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줬기에 이곳 유적은 아프로디테 숭배와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점에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보편적 가치를 판단하는 세부 기준 중 (ⅲ)과 (ⅵ)가 충족됐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ⅲ)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가 돼야 한다.

(ⅵ) 사건이나 살아 있는 전통, 사상이나 신조, 뛰어난 보편성이 탁월한 예술 및 문학 작품과 직접 또는 가시적으로 연관돼야 한다.

(ⅲ)과 관련해 키프로스는 기원전 6000년 무렵부터 그리스 선사시대의 다산(多産)의 신을 숭배했다. 이곳 아프로디테 신전은 기원전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네아 파포스의 모자이크 유적지는 아주 희귀하면서도 세계적으로 대단히 정교한 작품으로 인정된다. 이 모자이크들은 기원전 336~146년 그리스 시대부터 비잔틴 시대(330~1453년)에 걸쳐 조성됐다. 궁전, 저택 극장, 요새, 그리고 바위를 잘라 만든 기둥으로 둘러싸인 무덤(rock-hewn peristyle tombs) 등도 예외적인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됐다.

(ⅵ)와 관련해서는 고대 파포스인들이 믿은 다산의 신이 미와 사랑의 상징, 아프로디테로 발전해 이 여신을 숭배하는 종교 및 문화로 이어졌기에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됐다.

이런 보편적 가치를 증명하는 양대 기준은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이다. 파포스는 아프로디테 숭배와 관련한 고고유적지, 희귀한 모자이크 유적지, 민간용, 군사용, 장례용 건축까지 모두 건축 구성의 진정성이 높다고 인정됐다. 완전성은 이런 유적들이 모두 291ha(약 88만 평)에 달하는 연속적인 영역 안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인정됐다.

키프로스는 국가유적관리 관련법에 고고유지 주변을 ‘규제구역(Controlled Area)’으로 설정했지만 사실상 완충지역은 따로 없다. 이는 유적을 무시하거나, 유적 보호에 해가 되는 과도한 개발이 이 나라에선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화경관을 위협할 정도의 개발 압력에 대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처리할 방침이라는 키프로스의 설명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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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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