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자월도紫月島 편지

  • 박수진

    입력2012-06-19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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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월도紫月島 편지

    일러스트·박용인

    그대,

    오랫동안 잊고 산 얼굴이 보고 싶거든

    여기 자월紫月로 오라.

    대부섬 방아다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갈매기떼 전송받으며 바다 위에서 한 시간쯤



    창해일속滄海一粟을 몇 번 되뇌다 보면

    어느새 모성의 품으로 안아주는 한 섬에 닿으리.

    승봉 이작 덕적이 어깨동무하며 거센 파도를 막아

    잔잔한 물결소리 섬집아기 재우는 자장가로 들리고

    결 고운 뻘이 하루 두 차례씩 알몸을 드러내는 곳

    해발 일백육십 미터 국사봉 착한 산길

    풀꽃향기 벗 삼아 미음완보微吟緩步 하노라면

    시간조차 멀리 떠가는 여객선처럼 느릿느릿 흘러가거늘-

    그중에서도 으뜸은 달빛 풍경이라

    밤이 되면 약속처럼 떠오르는 자월을 볼 것이네.

    산에도 뜨고 바다에도 뜨고 마음에도 뜨는 달을

    추억에게도 하나

    그리움에게도 하나

    오래된 외로움에게도 하나씩 띄워줄 수 있으리.

    그대,

    한 세월 숨차게 살아가다가 문득

    잊고 지낸 달의 속살이 보고 싶거든

    이름도 아름다운 섬 자월도로 오라.

    박수진

    ● 1956년 경북 예천 출생
    ● 1994년 월간 ‘순수문학’ 신인상 등단
    ● 갈대시 동인

    ● 제1회 영랑문학상, 제20회 대한민국동요대상, 제4회 순수문학작가상 수상 외

    ● 작품집: 시집 ‘혼자 우는 목어’ ‘나의 별에 이르는 길’ ‘사랑초 키우기’ 등 다수

    ● 서울 성보중학교 교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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