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호

새 정치 난상토론 外

  • 담당·최호열 기자

    입력2013-07-19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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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새 정치 난상토론 | 김만흠·김태일·황주홍 지음, 이지북, 344쪽, 1만5000원

    새 정치 난상토론 外
    ‘상인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상인의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는 뜻으로, 머리(입)로는 성공과 대박을 원하면서도 몸으로는 불친절 불합리 부정직 영업으로 실패를 자초하는 모순 상황을 일컫는다. 어디 상인뿐이랴. 모든 사람,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다. 민주당도 꼭 그랬던 것 같다. 입(머리)으로는 승리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정작 유권자가 등 돌리는 일들을 더 즐겨 했던 것 같다. 상인의 세계에서 고객이 왕이듯, 정치의 세계에서는 유권자가 진리다. 이 책의 부제는 ‘국민은 비록 틀렸을지라도 옳다’이다.

    알베르 카뮈는 “어머니는 비록 틀렸을지라도 옳다”는 기막힌 말을 한 바 있다. 무지하고 남루해도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거룩하다. 그렇다. 국민 또한 어머니처럼 늘 옳고 정당하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한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이 나라 정치의 기준도 국민이며, 이 나라 모든 최후의 심판은 국민이 내린다. 이 책에 제시된 ‘해법’을 존중하고 따르면 한국 정치가 좋아지고, 민주당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은 중도개혁주의 정당,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조화를 이야기해오던 정당이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은 이념적 편향성, 태도에서의 불온성으로 국민에게 깊은 신뢰를 주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심각한 불감증이 민주당을 점점 더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60%의 국민이 정권교체를 희망하고 있었지만 정작 민주당 지지율은 새누리당보다 항상 뒤처졌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컸음에도 총선 때 국민의 눈 밖에 난 민주당은 그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지금 민주당에는 바로 ‘국민은 비록 틀렸을지라도 옳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국민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국민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고 국민을 민주당의 중심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은 국민의 마음과는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스스로가 국민보다 앞서 국민을 지도하고 있다는 자기 확신에 차서 국민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져갔다. 이것이 지금 민주당이 연거푸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미래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다.

    요컨대 오직 국민 중심의 판단, 오직 국민 중심의 언행, 오직 국민 중심의 실천이면 필승한다는 것이다. 예술은 상식을 벗어나며 승화하지만, 정치는 상식을 벗어나는 순간 허무 개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로 평소 자주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던 김만흠 (사)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두 분에게 민주당 패배의 원인을 찾고 미래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그런 책을 함께 꾸며보자고 제안했다. 두 분 모두 흔쾌히 동의해주셨다. 한국 정치가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다른 사회경제의 요소들과 비로소 보조를 맞추는 데에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함께 책을 만든 두 분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황주홍 | 민주당 국회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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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하고 내려놓기 | 일묵 스님 지음

    새 정치 난상토론 外
    스님은 괴로움을 딛고 행복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으로 팔정도, 즉 8가지 올바른 길을 제시한다. 바르게 보고(正見), 바르게 생각하고(正思惟), 바르게 말하고(正語), 바르게 행동하고(正業), 바르게 생활하고(正命), 바르게 노력하고(正精進), 바르게 기억하고(正念), 바르고 안정된 마음을 가져라(正定)는 것이다. 팔정도는 불교의 중요한 가르침의 하나로 욕망과 고행의 양극단을 벗어난 중도(中道)의 길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불자뿐만 아니라, 세상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팔정도를 통해 수행의 바른 방향을 찾고 진정한 행복을 실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궁리, 296쪽, 1만5000원

    동물원과 유토피아 |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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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실업과 주택난, 만성적 빈곤, 승자 독식 같은 불안 요인에 대책 없이 노출된 한국 사회가 저자인 시인에겐 동물원이나 마찬가지다. 시인은 철학자 니체의 동물 은유를 끌어와 한국 사회의 병든 자리 곳곳을 살피고 탈출 방안을 모색한다. 아버지가 사라져버린 현대사회에는 ‘낙타’를, 행복강박증이 불러온 불행들에는 ‘사자’를, 학벌주의에 병든 사회에는 ‘원숭이’를 투사시키며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스스로 들여다보게 한다. 시인은 “우리는 오랫동안 활동 과잉 상태가 아니었을까? 좋게 보자면 ‘다이내믹’이지만, 나쁘게 보자면 어떤 강박들에 사로잡혀 조금씩 ‘미쳐 있었던’ 게 아닐까? 이제는 ‘하면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될’ 것들을 정직하게 분별하고, 우리 삶의 실체적 진실을 차가운 이성으로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푸르메, 308쪽, 1만5000원

    히스토리아 노바 | 주경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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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의 역사 에세이. 지금 벌어지는 사건이나 현상, 오늘날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역사 속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인간의 삶을 직접 살펴보고 사고할 수 있는 유일한 마당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의 성수(聖水)에서 전 세계의 음료가 된 커피 이야기 등 동서양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문명과 문화, 사람, 전쟁, 사회, 정치 등에서 다양한 주제 100가지를 뽑아냈다. 내용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역사적 상식을 되짚어볼 수 있는 색다른 관점과 사실들을 제시하고 있어 유익하다. 120여 컷의 컬러 사진을 실어 역사적 사실을 좀 더 생생히 전달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제목 ‘히스토리아 노바’는 ‘새로운 역사 이야기’란 의미다. 도서출판 산처럼, 360쪽, 1만8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하나님의 용사 | 안홍기 지음, 지혜의 샘, 312쪽, 1만3000원

    새 정치 난상토론 外
    내 어릴 적 꿈은 ‘조폭 두목’이었다. 키는 크지 않지만 힘이 세고 순발력이 좋아 싸움을 곧잘 했다. 지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사람들은 내게 싸움꾼 기질을 타고났다는 말을 많이 했다. 중학교 때부터 유도를, 고등학교 때는 복싱을 배웠다. 닥치는 대로 운동을 했는데, 20대 중반에 이미 경호무술 7단의 고단자가 돼 있었다. 그야말로 두려울 게 없는 인생이었다. 그때쯤부터 보디빌딩을 시작해 1998년엔 미스터코리아의 자리에도 올랐다.

    싸움꾼 기질 때문에 학창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전학과 퇴학을 반복했다. 어찌어찌해 들어간 대학에서도 매한가지였다. 고향인 군산에서 조폭들과 칼부림까지 해가며 패싸움을 하곤 했다. 군대에 가서도 상관을 폭행해 세 번이나 남한산성 문턱을 넘었다. 하도 사고를 쳐서 군대에서 안홍기가 아닌 ‘개홍기’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내게도 철칙은 있었다. 먼저 시비를 걸지 않는다, 약한 사람에게는 주먹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별난 성장과정을 겪은 뒤 원양어선 항해사가 됐다. 그러나 이국만리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이후 자연스레 신앙을 갖게 됐고 목회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목회자가 된 이후 주로 힘든 곳을 찾아다니며 교회를 개척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처음 교회를 세웠고, 대지진이 강타한 아이티에 들어가 복음을 전파했다. 특히 아이티에서는 갱들이 우글거리는 세계 최고의 우범지역에서 2년 이상 목회활동을 펼쳤다.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내게는 그것이 어길 수 없는 사명이었다. 2013년 2월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 소외된 사람들, 특히 조직폭력배 같은 이들을 위한 교회를 세웠다.

    이 책에는 내가 살아온 그간의 궤적이 담겨 있다. 자랑할 것 없는 인생이지만, 목회자로 살아온 내 인생을 채워준 사람들의 이야기다. 내가 변화시킨 사람,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의 얘기가 모두 들어 있다. 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이다.

    요즘 교회는 대부분 주로 정상적인 가정생활,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한다. 대형 교회들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신과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예수의 진정한 사랑이자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믿음의 대상인 예수도 병자나 과부, 매춘부나 이교도 같은 사회적 약자나 반사회적인 사람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졌고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기적을 베풀었다. 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범죄자들을 구원해야 한다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이 책을 쓰는 내내 지난 내 삶을 돌아봤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곳에서, 나를 가장 절실히 원하는 곳에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10년간의 사역은 그저 훈련이요 연습이었다. 나의 땀과 눈물로 조폭 형제들이 이 사회의 애물단지에서 보물단지로 변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안홍기 | 글로벌 찬양의 교회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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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 | 이정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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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원의 60년 역사를 정리하고, 북한을 둘러싼 주변 강국과 치열한 첩보전을 벌이는 국정원 요원들의 세계를 담았다. 신입 국정원 7급 스파이들의 지리산 종주 동행 취재기와 국가정보대학원을 방문해 심층 취재한 내용이 현장감을 더한다. 안보 분야 전문기자인 저자는 과거 이스라엘 모사드와 맞먹는 정보력을 지녔던 국정원이 정치권력의 하수로 전락한 현실을 개탄하며 “이제부터라도 환골탈태해 통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작원들에게 “길든 경주마가 되지 말고, 넓은 들판을 종횡무진 질주하는 야생마가 되라”고 주문한다. 1편에서는 1990년대 남북 공작관이 벌인 공작전을, 2편에서는 남북이 총을 들고 벌인 테러 공작전을, 3편에서는 세련된 공작으로 통일을 모색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마당, 320쪽, 1만8000원

    전투감각 | 서경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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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인 서경석 예비역 중장은 파월 맹호부대 소대장과 중대장으로 활약하면서 뛰어난 전공을 세워 살아 있는 실전 교범으로 불린다. 이 책은 실제 전투를 경험해보지 않은 병사들을 위해 파월 당시 전투 경험을 상세히 기록한 한 장교의 전무후무한 전장 기록이자 전쟁 수필이다. “실제 전투는 예행연습이 없다. 전투기술은 훈련을 통해 체득할 수 있지만 전투 현장에 대한 감각은 체험해보지 않고는 익히기 어렵다. 체험한 사람이 사실대로 묘사해 후배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생생한 묘사와 전투 작전 설명은 전투 교본, 교과서라 할 만큼 유용하다. 1991년 초판이 발행된 후 장병들의 필독서가 됐다. 새로 펴내며 ‘손자병법’에 담긴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의 덕목을 풀이한 리더십 강론 ‘리더십에 대하여’를 추가했다. 샘터, 376쪽, 1만5000원

    조갑제의 광주사태 | 조갑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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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광주민주화운동’을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정리했다. 특히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저자는 계엄령이 선포된 광주는 계엄군에 의해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백 명에 달하는 북한군이 침투할 수 없었다고 확신한다. 또한 광주 시민을 중심으로 제기된 ‘2000명 사망설’과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에 나오는 일제 사격 장면 역시 사실을 왜곡하는 정도를 넘어 터무니없는 조작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진실 위에 정의를 세워야지, 정의 위에 진실을 세우려 하면 자기부정으로 자멸한다”며 이념과 정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오직 사실을 근거로 해 광주민주화운동을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조갑제닷컴, 483쪽, 1만5000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불평등의 대가 |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619쪽, 2만5000원

    새 정치 난상토론 外
    현실에 존재하는 불평등에 대한 이해는 입장에 따라 현저한 시각차가 있다. 한편에는 인간사란 원래 그런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안타깝기는 해도 불평등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불평등한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근본적인 개혁과 개선, 심지어 혁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이 무수히 많듯이, 후자의 입장을 가진 사람도 무수히 많다. 또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책을 썼다. 예를 들어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서로 다른 이 두 입장을 대변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입장이 격렬하게 대립하던 시대는 끝났다. 그런데 이 책 ‘불평등의 대가’가 최근 이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스티글리츠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이자 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기 때문일까. 그런 부분도 없지 않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불평등이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사람이 겪는 구체적 현실이라는 데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더 이상 간과하기 힘들 정도로 심화하고 있다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이 책의 지적과 분석이 가장 들어맞는 나라는 미국 다음에 한국일 것”이라는 선대인 소장의 말처럼, 한국도 이러한 상황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첨예한 정치 쟁점으로 등장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불평등의 대가’에서 다루는 문제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 당면한 문제다. 또 하나는 이 책의 논점이다. 저자는 불평등 문제를 윤리나 정의의 관점에서 호소하지 않고 효율성의 관점에서 다룬다.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기는 하나 궁극적으로 ‘제도권’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단언한다. 불평등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시장의 효율성을 해치고 경제의 동력을 앗아갈 수 있다는 시장주의자들의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불평등을 방치하면, 시장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서 부를 빼앗는 행위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왜곡된다. 이른바 ‘지대 추구’ 행위가 만연하면서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해결책은 어디에 있는가. 스티글리츠는 클린턴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를 패러디해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라고 외친다. 조세 및 재정, 예산, 통화 등 정부의 온갖 정책이 상위 계층에 유리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현실에서, 정치의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현재의 불평등을 개선할 방도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스티글리츠도 이해하고 있듯이 시장과 정치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대안들이 채택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그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지금 희망의 불꽃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고. 우리가 처한 현실은 이와 얼마나 다를까….

    이순희│전문번역가, ‘러셀, 중국에 가다’ ‘알파독’ 등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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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 |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양억관 옮김

    새 정치 난상토론 外
    ‘일본의 국민작가’ 이노우에 야스시가 말년에 쓴 이 책은 공자란 인물을 체온으로 느끼게 해준다. ‘돈황’ ‘풍도’ 등 역사소설로 잘 알려진 저자는 60세 이후 줄곧 공자에 심취해 공자의 생애를 다룬 소설을 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 79세의 고령에 식도암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기 위해 6번이나 중국 답사를 강행했다. 집필을 만류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는 “죽고 사는 것은 천명이니 내가 알 바 아니다”며 작업을 계속했다. 그는 탈고 후 1년 만인 1991년 세상을 떴다. 저자가 그려내는 공자는 무슨 신출귀몰한 재주와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는 인물이 아니다. 귀신을 모시는 일을 비판하고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강조하며 고향 마을에 등불이 켜지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는 인간의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이루려 노력한 현실주의자다. 학고재, 348쪽, 1만5000원

    베이비부머의 추억일기 | 김동섭 지음

    새 정치 난상토론 外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한국 근대화의 숨가쁜 격동기가 풍속사, 사회사, 문화사 측면에서 생생하게 서술되었다. 베이비부머들의 젊은 날의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을 하나씩 기억에서 끄집어내고 있다. 동물원과 놀이기구, 벚나무가 가득한 놀이동산이었던 창경원, 난생처음 맛본 스낵과자 새우깡, 역도산과 김일에 열광했던 레슬링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 이때는 이랬지~’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우리의 자식 세대에게도 꼭 우리가 살았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젊은 세대에게는 낡은 사진의 신기함을, 책의 주인공인 베이비부머들은 화살처럼 빠른 풍광의 흐름을 실감하게 한다. 색바랜 흑백사진 한 장과 현재 모습을 비교함으로써 새삼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책미래, 256쪽, 1만3000원

    두만강 | 장해성 지음

    새 정치 난상토론 外
    17년 전 탈북해 남한으로 온 장해성 국제망명북한PEN센터 이사장의 장편소설. 평양에 사는 은영과 혜영 자매를 주인공으로 처절한 탈북기행을 담았다. 고생 끝에 연길에서 재회한 가족들은 남으로 만 리나 떨어진 중국 남쪽 국경지대를 넘어 베트남으로, 거기서 다시 한국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소설엔 작가가 북한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수집한 은폐된 진실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당이 어떻게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왜곡하고 과장해서 선전하는지, 당 간부들이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고발한다. 페니실린이나 지사제 같은 기본 약품도 공급받지 못해 허망하게 죽어가는 목숨과 월경하다 국경경비대에 붙잡히는 사람들, 국경을 넘고도 보호받지 못해 도로 북송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나남, 400쪽, 1만4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전쟁 연대기(전 2권) | 조셉 커민스 지음, 김지원 외 엮음, 니케북스, 1권 408쪽, 2권 424쪽, 각권 3만5000원

    새 정치 난상토론 外
    ‘전쟁 연대기’ 두 권을 한창 편집하고 있을 때, 드라마 ‘아이리스II’에서는 핵무기니 한반도 핵전쟁이니 하는 말이 수없이 오갔다. “전쟁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 시작돼.” NSS 최민 부국장(오연수 분)은 핵무기를 이 땅에 두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녀의 바람대로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그 반대의 시나리오였다면 드라마는 어떤 결말을 보여줬을까. 이 책도 그런 생각을 해보게 한다. 전쟁의 원인이 사소한 것이든 아니든 그 결과가 역사를 만들어온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1권 임진왜란 꼭지에서 저자는 “히데요시가 임진왜란 초기에 조선 수군을 궤멸했다면 중국을 정복하고 심지어 동남아시아, 필리핀, 인도까지 나아가 20세기 중반에 일본이 세운 전쟁 계획을 수백 년 앞서서 실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임진왜란은 조선을 교두보 삼아 명을 무너뜨리겠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망에서 비롯한 전쟁이었으니, 그 야망이 조선에서 꺾이지 않았다면 저자의 말대로 세계사에 또 하나의 대제국이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6·25전쟁이 지금과 같은 휴전 상태가 아니라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났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미국을 축으로 한 냉전체제의 흐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전쟁은 같은 결과를 놓고도 이긴 쪽 또는 진 쪽, 전쟁을 벌인 쪽 또는 그에 맞선 쪽 등 어느 편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저자는 2권에서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1979~89년)을 다루면서, 소련의 패배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통치와 오사마 빈 라덴의 미국 공격이라는 씨앗을 심은 셈”이라고 풀이한다. 그런데 당시 CIA가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에 공급한 스팅어 미사일이 소련 헬기 수백 대를 격추했으니, 결과적으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승리에 상당한 공헌을 한 셈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지구에 위기가 닥치면 미국이 세계를 구하지만, 현실의 전쟁은 결코 그런 영웅담이 될 수 없음을 곱씹어볼 일이다.

    ‘전쟁 연대기’는 앞서 언급한 임진왜란과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포함해 세계사를 좌지우지한 중요한 전쟁 43가지를 선정해 다방면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부터 미국 독립전쟁까지를 1권, 프랑스혁명 전쟁부터 이란-이라크 전쟁까지를 2권으로 엮었다.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데다 각각 400쪽이 넘는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책을 독파하는 데 큰 인내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이는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전달하면서 재미를 놓치지 않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리라. 저자는 꼭지마다 먼저 해당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진중한 문장으로 서술한 다음,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전투를 따로 뽑아 소설 쓰듯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런 다음 큰 줄거리에 다 녹이지 못한 세세한 정보뿐 아니라 ‘~하더라’ 식의 뒷얘기까지 모아 짤막하게 다룸으로써 폭넓은 정보를 제공한다. 이 책을 편집하면서 같은 구조로 6·25전쟁을 다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미경 | ‘전쟁 연대기’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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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터리의 법칙 | 로버트 그린 지음, 이수경 옮김

    새 정치 난상토론 外
    저자는 모차르트가 천재가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로 음악을 차근차근 습득하며 내공을 키운 끝에 마침내 독보적인 성취를 끌어냈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차르트가 갖고 있는 힘을 ‘마스터리(Mastery), 즉 주변 세계와 타인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장악하며 자유자재로 다스리는 힘이라고 규정한다. 많은 사람이 마스터리를 특정한 천재들만 획득할 수 있는 힘으로 오해하지만 일정한 법칙에 따라 자신의 분야에서 적절한 수련기를 겪으면 누구나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의 핫 이슈인 창조경제 시대에 꼭 맞는 조언도 덧붙인다. 분야를 막론하고 창의적인 자는 ‘자아’를 잠시 접어두고 확정적인 판단을 유보한 상태에서 눈앞의 대상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살림Biz, 608쪽, 2만5000원.

    나는 골목의 CEO다 | 이갑수 외 지음

    새 정치 난상토론 外
    전통시장 상인들이 위기라고 한다. 신발 가게부터 새우젓 판매상, 식육점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한 전통시장 상인 12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양복지 판매상이지만 저렴한 두루마기 한복지와 실용적인 승복지를 개발해 시장을 넓힌 상인, 대형마트에서 취급하지 않는 다양한 신발을 구비해 매출을 늘린 상인, 수산물을 관광상품과 연계한 상인, 외국인 근로자 고객을 위해 베트남·태국 문화를 접목한 식육점 주인 등의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들은 성공한 ‘강소상인’들의 공통점으로 절실함과 성실성 같은 상인정신과 명확한 목표 설정 능력을 들었다. 또 ‘고객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라’ ‘남이 만들 수 없는 아이템에 집중하라’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고 기본에 충실하라’ 등의 성공 전략을 제시한다. 삼성경제연구소, 262쪽, 1만3000원

    질문으로 리드하라 | 황재일 지음

    새 정치 난상토론 外
    말 한마디 때문에 직원은 당신을 향해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아버릴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유능한 직원이 멀리 도망갈 수도 있다. 부하 직원들과 어떻게 하면 잘 소통할 수 있을까. 임직원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교육회사 베스트러닝을 이끌면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활동하는 저자는 소통 리더십의 고수가 되는 지름길은 ‘질문 리더십’에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선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질문의 요체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질문의 마법 9단계’는 ‘ASK LEADER’로 요약할 수 있다. ‘ASK LEADER’는 학문적 관점과 실천적 경험을 결합해 질문 리더십을 완성하는 단계별 키포인트를 체계화한 것이다. 첫 번째가 ‘Ask rather than command(명령을 질문으로 바꿔라)!’이다. 올림, 208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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