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먹어야 할 때를 놓쳐버린 견과류 심폐소생술

[김민경 ‘맛 이야기’] 내 손으로 만드는 솔티드 & 캔디드 너츠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3-02-1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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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티드 너츠. [Gettyimage]

    솔티드 너츠. [Gettyimage]

    견과류가 몸에 이롭다는 걸 모르는 어른은 거의 없지 싶다. 집밥을 열심히 해먹지 않는 우리집 식탁과 거실 탁자 위에도 늘 놓여 있는 건 여러 견과류를 담아 둔 작은 통이다. 그다지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 중이 아니기에 거기서 오는 죄책감을 조금 줄여보고 싶은 마음이 꽉 담긴 통이다. 이 작은 통에는 대개 피스타치오와 호두 그리고 아몬드, 땅콩, 캐슈너트가 기본 구성으로 담겨있다.

    문제는 입맛이다. 나는 피스타치오만, 남편은 오로지 호두만 골라 먹는다. 저마다 다른 질감, 식감, 맛을 가졌기에 취향에 따라 선택은 달라진다. 간혹 몸값 비싼 마카다미아나 브라질너트가 남아돈다. 몸에 이롭고 풍부한 식물성 기름은 금세 산화되고, 겉은 마르고 딱딱해져 제 맛을 잃는다. 먹어야 할 때를 놓쳐버린 견과류를 물에 헹구고 팬에 볶아 봐도 한번 나간 풍미와 경쾌한 식감, 부드러운 기름 맛은 돌아오지 않는다.

    견과류는 채취도 쉽지 않고, 분량에 비해 싼 값도 아닌데 묵혀 버릴 수 없다. 이럴 바에는 건강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기분 좋게 하루에 대여섯 알씩 먹을 수 있게 만드는 편이 낫다. 한번 쯤 맛본 적 있지만 집에서는 흔히 만들지 않는 달콤한 캔디드 너츠(candied nuts) 또는 짭짜름한 솔티드 너츠(salted nuts)가 은근히 쉽다. 이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견과류 자체의 쓴맛은 줄고, 고소한 맛은 진해진다. 달고 짠 맛도 깃들기 때문에 간식, 안주뿐 아니라 여러 음식에 부수어 올리고, 섞어 먹을 수 있다.

    견과류를 구매하면 “이건 과연 씻은 것일까?”라는 질문을 허공에 대고 던지는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이 꼭 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것도 3초 안에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류다. 혹 전자에 해당한다면 견과류를 맑은 물에 휘휘 저어 씻어서 체에 담아 물기를 뺀다.

    달콤 고소한 캔디드 너츠의 마력

    솔티드 견과류는 정말 만들기 쉽다. 우선 견과류를 물에 담갔다 건져야 한다. 아몬드를 예로 들면, 아몬드와 물을 같은 양으로 준비한다. 깨끗한 물에 소금을 조금 푼다. 물 1컵당 1작은술의 비율로 생각하면 된다. 연한 소금물에 아몬드를 담가 10분 정도 불린다. 바닥이 두꺼운 프라이팬을 준비해 소금 500g 정도를 펼쳐 깔고 불린 아몬드를 넣어 볶는다. 중간 불에서 아몬드 표면의 수분이 날아가 보송보송해질 때까지 볶는다. 촘촘한 체에 부어 아몬드만 밭쳐 골라 낸 다음 키친타월에 올려 대강 문지르며 닦는다. 소금이 다 떨어져나갈 것 같지만 미세하게 아몬드 표면에 붙어 짠맛을 낸다. 아몬드처럼 수분 없이 단단한 것은 물에 10분 정도 불리고, 캐슈너트나 호두처럼 부드러운 것은 물에 살짝 헹궈내는 정도면 된다.



    헹군 다음에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소금을 넣고 골고루 버무려 준다. 그다음에 소금에 볶는 과정은 같다. 땅콩은 알이 자그마하고 수분이 적어 쉽게 탈 수 있으니 소금물에 담가 30분 정도 충분히 불리면 좋다. 한번 사용한 소금은 다른 견과류를 볶을 때 이어서 써도 좋고, 그 자체로 음식을 할 때 넣어도 전혀 상관없다. 짭조름한 견과류에 말린 포도, 크랜베리, 블루베리처럼 새콤달콤하고 쫄깃한 것들을 섞어 두면 더 자주 손이 가게 될 것이다.

    캔디드 너트는 너무 맛있어서 만들어 두기 겁나는 메뉴이다. 서양에서는 주로 호두나 피칸으로 만드는 편이다. 만들 때의 장점이라면 크기가 비슷한 걸 여러 종류 섞어서 한번에 만들어도 된다는 것. 큰 그릇에 달걀흰자를 1개를 넣고 잘 푼다. 여기에 흑설탕이나 황설탕을 1컵 넣는다. 풍미를 위해 시나몬파우더를 1/2작은술을 넣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흰자와 가루재료를 골고루 섞은 다음 견과류를 넣고 섬세하게 섞는다. 오븐 팬에 베이킹 시트를 깔고 견과류를 겹치지 않게 펼친 다음 150℃에서 10분(집집마다 다를 수 있으니 견과류가 타지 않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꺼내서 다시 골고루 섞은 다음 3~5분 더 구워 식히면 끝이다.

    달걀흰자는 견과류에 설탕과 시나몬파우더가 잘 묻을 수 있게 해주며 먹었을 때 훨씬 바삭한 식감과 고소함을 선사한다. 없다면 물이나 버터를 써도 되는데 이때는 작은 프라이팬에서 살짝 끓여야 한다. 견과류가 1컵이라면 물 2큰술(또는 버터 1큰술)에 설탕은 역시 1/4컵으로 듬뿍 준비해야 한다. 팬에 물(또는 버터)과 설탕을 약한 불에서 끓여 설탕이 녹으면 견과류를 넣고 빠르고 골고루 휘저어 섞는다. 이때 속도와 불조절이 중요하다. 불은 약하고 팔은 아주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수분감 없이 견과류에 설탕물(또는 버터물)이 잘 들었으면 불을 끄고 베이킹 시트를 깐 오븐 팬에 펼쳐 담고 130℃에서 말리듯 5분 정도 구워 마무리 한다.

    캔디드 너트에는 사실 설탕이 꽤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견과류의 열량도 먹을 때 늘 머릿속에 그려보아야 한다. 맛있지만 주의할 간식임은 기억하자. 개인적으로 손쉬운 솔티드 너트를 더 추천하며, 소금에 볶을 때 로즈메리나 타임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허브를 아주 조금 다져서 섞어보길 추천한다. 간식을 만들다가 요리로 완성되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준비물

    견과류 1컵, 설탕 1/4컵, 무염버터 1큰술
    물 2큰술, 설탕 1/4컵, 시나몬 가루 1/2작은술, 견과류 1~2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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