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강남 3구 黨과 마용성 黨이 싸우는 나라

[책 속으로] 이탈리아로 가는 길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09-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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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귀동 지음, 생각의힘, 328쪽, 1만8000원

    조귀동 지음, 생각의힘, 328쪽, 1만8000원

    ‘진보’ 정권 시절에도 먹고사는 문제는 후순위였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언론관계법 등 4대 개혁 입법에 명운을 걸었다. 문재인 정부 5년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검찰개혁과 조국이다. 저소득층에는 고령자가 많거늘 ‘진보’ 정권은 고령자 불평등 문제에 무심했다. “서울과 경기의 고령층이 민주당으로부터 돌아선 것은 명확했던 고령자 불평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의제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수가 집권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이를테면 ‘뒤처진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 “대중정당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두 당 모두 경제적 ‘승자’들이 주도권을 쥐었기 때문이다.” 보수의 지지 기반은 강남 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에 사는 자산가와 60대 이상 고령층, 영남 거주자다. 민주당계는 수출 대기업에 다니는 상위 중산층이 이끌고, 호남 출신 저소득층이 결합해 지탱한다. ‘을(乙)’을 위한다는 민주당은 사실 “서울 마포구·용산구·성동구에 사는 상위 중산층의 정당”이다.

    책에는 2020년 총선 당시 강성 친문재인계가 주도한 열린민주당의 ‘당원조사 분석 보고서’가 소개된다. 이에 따르면 열린민주당 당원의 32%는 월 700만 원 이상의 돈을 번다. ‘사무·관리·전문직’ 비율은 33%다. 숫자가 나타내듯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집단이다. 민주당 정부가 ‘뒤처진 사람들’을 위해 증세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지지층의 이해관계를 거스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통찰은 날카롭다.

    이 대목에서 저자가 고안한 개념이 ‘노무현 질서’다.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정당에 의존하지 않고 대규모로 유권자를 동원할 수 있어야” 이길 수 있게 됐다. 동원할 수 있는 유권자는 대개 열성 분파다. 보수도 닮아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동력은 ‘박사모’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예 정당 바깥에서 등장했다. 신제도주의 개념인 동형화(isomorphism)에 딱 들어맞는 사례다.

    ‘부족’들의 경쟁은 정치 양극화를 낳는다. 민생 문제와 상관없는 이슈가 공론장을 장악한다. 중도파의 공간은 좁아진다. 포퓰리즘이 자라기엔 더없이 좋은 토양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집권 이후 각 당이 포퓰리즘 경쟁을 벌인 이탈리아가 어쩌면 한국의 미래다.




    CEO라는 직업
    남궁훈 지음, 위즈덤하우스, 240쪽, 1만7000원

    Chief Executive Officer. 최고경영자 CEO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이나 기관, 단체에서 최종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갖는 사람이다. 직업처럼 10년 넘게 CEO로 일해 온 저자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그는 CEO를 고대 부족국가의 ‘추장’에 비유했다. 추장이 부족원들이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도록 보살피는 책임을 다했을 때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최고경영자인 CEO는 직원의 가정과 삶의 행복을 위해 가장 크고 좋은 먹잇감을 앞장서 사냥하러 나가는 사람이라는 것. CEO를 꿈꾸는 이들에게 저자는 진정으로 일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만이 깊고 넓게 ‘업’을 주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이디어 하나로 스타트업
    진은혜 지음, 원앤원북스, 292쪽, 1만7000원

    ‘모두의 요금제’의 줄임말인 ‘모요’는 알뜰폰 요금제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2021년 8월 출시 이후 2년도 안 돼 누적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모요’의 성공 비결은 요금제가 너무 많아 비교 분석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의 니즈를 단박에 해결해 줬다는 점이다. 이처럼 폭풍 성장한 스타트업 가운데에는 아주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책 ‘아이디어 하나로 스타트업’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상을 놀라게 한 작지만 강한 스타트업 30곳을 다루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에 먼저 뛰어든 선배 창업가의 경험담은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반면교사이자 타산지석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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