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화장품 회사의 매출 현황과 마케팅 동향을 파악하려고 화장품업계 등의 홈페이지를 찾았지만 만족할 만한 자료가 없었어요. 설마 SERI에 이런 자료까지 있을까 싶어 가장 늦게 접속해 들어갔죠. 그랬더니 제가 원하는 자료가 대부분 다 들어 있는 거예요.”
최씨는 “SERI의 정보는 분류가 잘 돼 있을 뿐 아니라 매우 정밀해서 버릴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전혀 생각지 못한 자료들까지 대부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새삼스레 놀란다.
경쟁력 원천은 연구원
최씨처럼 삼성경제연구소의 정보력을 높이 사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SERI를 찾는 목적은 최씨의 경우와 거의 비슷하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싱크탱크’,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지식 테마파크’,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상력 발전소’라는 게 SERI에 대한 이들의 평가다.
자료를 대부분 무료로 얻을 수 있다는 점도 SERI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근무하는 박사 출신 연구원은 “시의적절한 연구 보고서가 제때 나오는 것이 큰 강점이고, 해마다 한국 사회를 예측할 수 있는 프로젝트성 과제들도 제공돼 업무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SERI는 일반 직장인뿐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와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도 즐겨 찾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로는 ‘경쟁자’들도 SERI를 찾는다. 지난해 초 강봉균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일행이 삼성경제연구소를 방문했다. 쟁쟁한 학벌과 경력을 갖춘 국내 최대 연구기관의 원장과 교수급 임직원들이 SERI를 찾은 것은 연구원들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노하우를 엿보기 위해서였다. 또한 홈페이지 관리부문에서 KDI보다 앞서가는 부분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문 목적이었다.
실제로 강 전 원장이 SERI의 인터넷 관리에 호감을 가졌는지, 그가 세리를 방문한 뒤 KDI는 회원들에게 경제동향을 담은 이메일 보고서를 발송하고 홈페이지도 개편했다.
이렇듯 여러 분야에서 SERI를 찾고 배우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떤 점이 삼성경제연구소만의 독특한 경쟁력일까. 경제연구소는 단순하게 얘기하면 연구원과 사무실만 있으면 운영되는 곳이다. 따라서 SERI의 경쟁력은 우선 연구원들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SERI에는 100여 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1986년 연구소 설립 당시 연구원이 24명이었으니, 17년 동안 4배 가량 성장한 셈이다. 초창기는 증권사 설립 바람이 불던 시기여서 연구원들의 이탈이 심했지만, 설립 후 3∼4년이 지난 뒤부터는 안정궤도에 들어섰다.
연구원들은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이 주류를 이룬다.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들이 그 다음으로 많고, 서강대 한국외대 성균관대 경희대 중앙대 출신들이 뒤를 잇는다. 이들 가운데 서강대 출신들은 겸손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신입 연구원을 채용할 때 서강대 출신들은 알게 모르게 ‘가점’을 받기도 할 정도라고 한다.
전공 불문, 소속 불문
재미있는 것은 연구원들의 전공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물론 경제연구소의 특성상 경제학과 경영학 전공자가 많지만, 금속공학 물리학 도시계획학 지역개발학 사회학 정치학 전공자와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학 전공자도 꽤 많다.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은 음대를 졸업했다. 문화 마케팅 등 예술을 비즈니스 영역에서 다루다 보니 음대 출신도 필요했다는 것이 연구소측의 설명이다.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이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보니 그야말로 다양한 주제들이 보고서를 채운다. 골프신동 타이거 우즈 신화와 경영에의 시사점, 가수 서태지와 기업경영, 21세기 동북아 시대와 장보고 해상 지배 모형의 교훈, 히딩크 리더십의 교훈, 일본 명문 기업들의 잇단 불상사와 교훈, 월드컵 이후의 8대 과제, 미국 기업 분식회계의 파장과 대응 등 다채로운 내용이 SERI의 홈페이지를 가득 메운다. 망라되지 않은 주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