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백화점의 니나리찌 남성복 매장
레르 뒤 땅 덕분에 니나리찌의 명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니나리찌가 향수나 화장품만 만드는 곳은 아니다. 핸드백 지갑 벨트 같은 가죽 패션용품, 양산 우산 타월 등의 생활잡화, 머플러 넥타이 와이셔츠 여성복 남성복 홈패션 등 의류에 이르기까지 멋을 내는 곳이면 어디에나 니나리찌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1985년에 설립된 니나리찌 코리아는 니나리찌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업체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제품 유통망까지 총괄하는 니나리찌의 한국지사다.
“아시다시피 니나리찌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입니다. 처음에는 여성 하이패션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패션 액세서리와 화장품, 남성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제품 가짓수를 마구 늘려가지는 않습니다. 브랜드의 명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패션 분야에서 꼭 필요한 제품만 만들고 있지요. 니나리찌 코리아 역시 그런 자긍심을 갖고 한국 패션산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니나리찌 코리아 서윤석(徐允錫·58) 회장의 말이다.
현재 니나리찌 코리아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생산하는 제품은 화장품 향수 넥타이 머플러 지갑 핸드백 남성복 수영복 홈패션 양산 등 10여 품목에 이른다. 브랜드 이미지가 워낙 좋다보니 ‘니나리찌’ 상표를 붙이기만 하면 그리 어렵잖게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고 그만큼 매출 규모도 늘릴 수 있지만, 니나리찌 코리아는 그런 마케팅 전략에 의존하지 않는다.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취급하는 품목이 많아지면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제품만 생산해 니나리찌의 명품 이미지를 지켜나간다는 게 서회장의 경영방침이다.
니나리찌 코리아는 라이선스 업체를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서회장도 수시로 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황은 물론, 공장의 위생 수준이나 작업 환경까지 하나하나 점검한다.
“근로자들의 복장이며 공장의 청소 상태 등을 구석구석 살펴봅니다. 깔끔하고 잘 정돈된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이라야 믿을 수 있거든요. 작업환경이 열악한 공장에서 어떻게 우수한 품질의 제품이 나오겠습니까.”
파리 유행 패션 수시로 전수
품질관리에도 철저하다. 매년 2∼3회 프랑스 파리 니나리찌 본사의 수석 디자이너가 한국을 방문, 국내 패션 경향과 실정에 맞는 디자인을 연구·개발한다. 유럽에서 유행하는 색조나 트렌드가 대개 1년 뒤에는 우리나라에도 상륙하는 현상을 감안해 파리의 패션과 디자인을 그때그때 라이선스 업체로 전달하기도 한다.
니나리찌는 라이선스 업체와 계약할 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니나리찌의 라이선스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회사의 재무구조가 튼튼해야 한다. 금융 부분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회사와 계약하고 현금으로만 거래한다는 것이 니나리찌 코리아의 원칙. 빚이 없고 재무구조가 튼튼한 회사라야 한눈 팔지 않고 우수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니나리찌는 처음 회사를 고르고 계약할 때는 이렇듯 까다롭기 이를 데 없지만, 일단 계약을 한 후에는 웬만하면 라이선스 업체를 바꾸지 않는다. 로열티를 더 높게 책정하기 위해 걸핏하면 라이선스 업체를 바꾸는 기업도 적지 않지만, 니나리찌 코리아의 경우 초기에 관계를 맺은 회사와 지금껏 계약을 연장해오고 있다.
이렇듯 변함없는 고급품 이미지, 깐깐한 품질관리, 라이선스 업체와의 돈독한 신뢰는 니나리찌 코리아가 거듭된 불황에도 해마다 20% 이상 매출액을 늘려온 비결이다.
니나리찌 코리아는 국내 남성복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고급화하는 추세를 감안해 1999년 원풍물산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남성복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남성복을 생산하는 브랜드는 100여 개.
니나리찌 코리아가 명성있는 대기업들을 제쳐두고 굳이 중소기업인 원풍물산을 라이선스 파트너로 선택한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서윤석 회장의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