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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선언 중국경제, ‘거품’ 있지만 ‘성장 우선’은 불변

긴축선언 중국경제, ‘거품’ 있지만 ‘성장 우선’은 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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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성장을 거듭하던 중국경제가 긴축 전환을 공표하자 세계 금융시장이 일시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중국경제 과열론은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중국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을 향해 고성장을 지속해갈 것이며, 따라서 이번 조치는 성장 여정(旅程)의 ‘숨고르기’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합리적 구조조정으로 내실 있는 성장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긴축선언 중국경제, ‘거품’ 있지만 ‘성장 우선’은 불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중국의 지도자 후진타오 주석이 건강하게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소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대재앙이 닥쳐오기 전에 그가 중국의 금융시스템 구조조정과 막대한 부실채권 및 부패 제거를 위해 꾸준하고 주도면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보살펴 주옵소서. 중국이 미친 듯 수입을 중단하게 만들 경기침체 없이 그가 과열된 중국경제를 진정시킬 수 있도록 지혜를 주옵소서.(중략)이는 그들의 경제가 아시아 전역의 성장을 촉진하고 일본을 고무하며 곳곳에서 수입품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옵나이다. 부디 중국 지도자들이 120세까지 살게 해주시고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매년 9%의 경제성장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옵소서… 아멘.》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익살맞게 쓴 ‘중국을 위한 기도문’이라는 글이다. 급팽창을 거듭하던 중국경제에 제동이 걸리면서 세계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하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4월28일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중국의 강력한 성장세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며 긴축정책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경기과열 억제책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튿날인 29일부터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해 8월 “중국의 지속적인 무역흑자와 외환보유고 증가가 국내 통화량 증발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어 모건스탠리증권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도 중국경제가 2004년에 급격하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에는 “중국경제가 지난 7분기 동안 투자와 수출 주도로 크게 성장했지만, 2004년에는 대(對)중국 직접투자가 둔화되면서 수출 및 고정투자 증가율이 2003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리베이트 인하로 중국내 수출업체들의 순익이 8∼10%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고정투자가 둔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 역시 중국경제를 둘러싼 신드롬이 1990년대 말의 ‘닷컴 열풍’과 비슷하다며 “이제는 중국에 대한 리스크를 걱정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해묵은 과열론에 과민반응

중국경제가 한창 잘나가고 있는 마당에 ‘거품론’을 들먹이는 것은 끓는 물에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국경제의 과열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중국경제의 신화적 성장을 부러워하는 한편 은근히 시기하는 월스트리트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중국경제를 건설한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룽지 전 총리조차 과열을 우려했다.

주룽지 전 총리는 지난 3월 총리에서 물러나면서 “부동산 과열, 철강·자동차 산업의 방만한 투자확대로 인한 공급과잉 등 경제의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고 차기 정부에 당부했다. 그는 중국경제에 대한 맹목적인 낙관을 경고하면서 양적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난 균형 있는 경제발전과 실업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세계 유수의 경제전문가가 중국경제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아도 많은 이가 기우(杞憂)로 여겼지만, 10여 년간 평균 GDP성장률 7%대의 놀랄 만한 업적을 이룩한 중국경제의 핵심 인물이 던진 이 한마디는 세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주 전 총리가 지적한 균형 있는 경제발전과 실업문제 해결은 중국경제가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하지만 당시의 우려는 중국이라는 한 나라 경제의 문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10년 넘게 중국의 경제발전이 지속되면서 ‘세계의 공장’ ‘세계의 굴뚝’으로 거듭난 중국의 문제는 더 이상 중국만의 것이 아니다. 중국경제가 거품, 혹은 과열의 기미를 보인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되면 중국에 커다란 기대를 걸어온 내로라하는 기업과 투자자들도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지난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9.1%라는 예상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4분기에도 9.7%의 고성장을 계속했다.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초고속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나홀로 성장’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러한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엑스포 등과 맞물린 금융기관의 마구잡이식 대출과 이에 따른 무분별한 투자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령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시멘트 회사는 4800여개, 자동차 회사는 100여개, 철강 생산량은 2억200만t에 달하는데, 이는 중국의 거대한 경제규모를 고려하더라도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중국 정부가 긴축정책을 발표한 것은 이 같은 경기과열의 부작용을 제거하자는 데 목표가 있다. 풍선이 부풀어 터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측면에서 중국으로서는 매우 바람직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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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동 인천대 교수·중국경제 jdpark@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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