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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 허브 런던 ‘더 시티’

열린 문화, 유연한 금융규제로 세계 ‘큰손’ 흡인

국제 금융 허브 런던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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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은 계속 정상을 지킬 수 있는가?’ 런던에서 집어든 한 경제주간지는 런던이 세계 금융 허브를 뉴욕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론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었다. 런던의 교통, 세금제도 등이 뉴욕에 비해 뒤처져 방심하면 선두를 빼앗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세계적 금융 강국으로 인정받는 영국이 이런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영국엔 실물경제에서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기업이 거의 없다. ‘발전된 금융부문이 실물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니 금융 허브는 영국의 생존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국제 금융 허브  런던 ‘더 시티’

영국 런던 지하철 뱅크역에서 바라본 ‘더 시티(The City)’. 오른쪽 그리스 양식의 건물이 옛 증권거래소이고 바로 뒤 회색 건물은 ‘타워 42’`다.

지난 11월 초에 찾은 영국 런던의 ‘더 시티(The City)’는 고대 그리스 양식의 왕립증권거래소(옛 증권거래소) 뒤편으로 고층건물과 공사용 크레인들이 뒤섞여 묘한 활력을 뿜어냈다. 영국 특유의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급박한 변화의 흐름이 잘 버무려진 느낌이랄까.

더 시티에 즐비한 크레인들은 기존 건물을 부수고 고층건물을 지으려는 재개발 공사용이었다. 이미 업무용 건물이 빽빽이 들어섰지만 계속해서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이 몰려들자 고층건물을 신축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에는 오일달러를 등에 업은 중동계 헤지펀드들도 사무실을 내기 위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더 시티와 별도로 런던 동쪽에 ‘캐네어리 워프’라는 새로운 금융특구를 조성했지만, 금융 중심의 전통과 무게는 여전히 더 시티가 갖고 있다. 높은 물가와 복잡한 교통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세계 각국의 금융 인력이 런던으로 모여드는 이유가 궁금했다.

문화, 지리, 인력…

런던의 관광명소인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지나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면 더 시티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다른 인종을 볼 수 있다는 말처럼 ‘멜팅 포트(melting pot)’ 그 자체였다. 커다란 터번을 두른 채 이곳에서 잡화를 파는 인도계 상점주인은 “요즘에는 영국인과 외모가 흡사한 동유럽 출신들도 일자리를 찾아 더 시티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본사에서 만난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더의 마시모 토사토 부회장은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이는 개방적인 문화가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한 영국의 성공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토사토 부회장 자신도 독특한 발음의 영어를 구사하는 이탈리아인. 외국인으로 영국 회사의 2인자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개방 문화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런던에 사는 외국인들은 평소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런던은 영국의 여느 도시들과는 다른 특별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어 사용과 식민지 시대에 일군 문화적 유대감도 금융 허브로서 런던의 강점으로 꼽았다. 세계 각지의 인력들이 더불어 일하려면 영어는 기본. 또 금융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하는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문화적인 배경이 중요한데, 인도나 호주, 뉴질랜드, 홍콩의 금융회사들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관계로 영국과 문화적으로 쉽게 동화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의 지정학적 이점도 거론됐다. 미국에 비해 오일머니로 경제성장을 이룬 중동지역과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데다 정치적으로도 반감이 덜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테러 자금 통제를 목적으로 오일달러에 대해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점도 런던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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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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