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下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무명의 가치株에 주목하라!

‘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下

1/6
  • 지난 호에 기술적 분석의 토대를 쌓은 다우이론과 리버모어의 전설적 투자기법에 대해 논한 시골의사. 이번 호에는 기술적 분석과 그에 따른 주가 예측의 허구성을 미국 증시의 역사와 각종 투자이론을 고찰함으로써 낱낱이 파헤쳤다. 그는 시장에 난무하는 추세, 트렌드, 패턴, 파동의 온갖 주가 그래프는 한낱 무용지물이며, 각 기업의 현실에 기초를 둔 가치투자만이 원금과 장기수익을 보장하는 투자법이라고 주장한다. 길고 어려운 글이지만 기술적 분석에서 가치투자로 넘어가는 현대 주식시장의 맥락과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下
필자는 지난번 원고를 통해 현재 투자자들이 광신하는 ‘기술적 분석’이 이미 100년 전 다우이론을 정리한 해밀턴 같은 이들에 의해 탄생했고, 구시대적 유물인 기술적 분석에 기댄 투자는 허황된 꿈이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필자의 이런 주장에도 그들은 변함없이 이렇게 말한다. 아니 철석같이 믿는다.

“어떤 가격의 변화가 새로운 추세의 시작인지, 혹은 기존 추세의 일시적 조정인지는 이전의 주가 흐름을 살핌으로써 알 수 있다. 가격의 궤적에는 그 길이 나와 있고 거래량이나 매집자의 흔적, 시가와 종가, 고가와 저가를 분석함으로써, 혹은 의미 있는 저점과 고점을 연결한 추세선을 통해서도 주가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필자의 주장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아무리 틀린 논리나 주장이라도 무려 100년씩이나 살아남았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기술적 분석에 의한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를 살펴보면 자연스레 나온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무수한 증권 분석가와 전문가들이 시장전망을 토해내고 있지만, 정작 그들의 조언을 따른 투자자들이 수익을 낸 경우는 대충 살펴도 30% 남짓이다. 심지어 2008년 5월의 신문 기사들은 “2007년 연말 증권사들이 탑픽(최우선 추천주)으로 꼽은 종목의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시장평균 대비 모두 마이너스 수익이었으며, 단 두 개의 증권사만이 가까스로 시장 수익률보다 아슬아슬하게 높은 수익을 냈을 뿐”이라고 전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지금은 기술적 분석만이 맹신되던 1930년대의 미국이 아니다. 증권분석가들이 모두 추세선이나 봉의 패턴, 혹은 파동을 보고 시장을 기술적으로만 예측하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는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이나 워런 버핏의 영향을 받은 가치 분석가도 별처럼 많다. 그런데 왜 결과는 늘 왜 이 모양일까?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시장 분석가들의 군집효과에서 찾는다.

‘아니면 말고’식 주가 예측



시장이 상승을 하건 하락을 하건 분석가들은 어지간하면 그들 집단의 분위기에 맞춰 예측을 낸다. 분위기를 거슬러 반대 의견을 냈을 때 맞으면 일시적으로 홀로 스타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틀려도 여럿이 같이 틀리면 묻혀서 넘어가지만, 어쩌다 자신의 소수의견이 틀리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빚는다는 얘기다.

하여간 필자가 이 글에서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핵심 내용은 기술적 분석이건 아니건 간에 시장 예측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의 역사는 이런 논리를 거부해왔다. 시장은 기술적 분석의 허구를 지적한(혹은 시장예측 전문가들의 허구를 지적한) 알프레드 코울스(Alfred Cowles, 증권데이터 분석의 아버지)의 주장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1929년 미국 증시 대폭락 이후 1950년대까지 상당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시장 자체에 관심이 없었고, 그나마 남은 투자자의 대부분은 주가가 하락하건 상승하건 상관없는 기업의 대주주였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물려받은 유산이 많은 재산가이거나 증시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투기꾼들이었다. 당시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1980년대 우리나라를 꼭 닮았다. 주식 투자자는 이성적이지 못한 ‘투기꾼’ 취급을 받았고, 누군가가 주식 투자에 나선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말리려 했다. ‘투자전략가는 증권시장을 절대 예측할 없다’는 코울스의 논문이 시장에 알려질 동기도 계기도 없었던 셈이다.

1960년대 들어 코울스의 주장은 정반대의 이유로 사장됐다.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시장 회전율이 100%에 달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면 주가수익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됐다. 당시는 무슨 종목이건 손을 대면 무조건 오르던 때였다. 그러나 그들은 승리에 도취해 실제 전문가의 조언이 얼마나 맞는지를 확인하려하지 않았다. 미국의 증권회사들이 무더기로 상장된 것도 바로 이즈음, 증권사와 자문가에 대한 투자자의 믿음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이런 믿음은 이후 1974년 주가 대폭락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 사이 증권시장의 기술적 분석방식에 대해 ‘조용하게’ 회의를 제기한 이들도 있었다. ‘워킹’도 그중 한 사람. 그는 당시 모든 투자자가 믿고 있던 ‘모든 가격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가설을 실제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무작위로 뽑은 수열과 실제 거래된 밀의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패턴에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밀이나 금, 은,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믿고 있던 추세, 트렌드, 패턴, 파동의 정상적 가격 그래프와 그가 무작위로 추출한 수를 연결한 그래프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같은 모양으로 일치한 것.

1/6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연재

‘시골의사’박경철의 증시 뒷담화

더보기
목록 닫기

‘기술적 분석’의 명과 암 下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