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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코

효율성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 행복한 기업

일본 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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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1일 환경박람회에서 리코의 친환경 경영을 설명하는 도우미와 고이치 가루베 홍보부장(오른쪽).

-친환경적 경영 추구가 어떻게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1970년부터 복사기 제조에 친환경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제품이라면 에너지 절감, 지구온난화 가스 감축 등으로만 생각하는데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환경 경영에 대해 리코는 환경오염 예방, 자원 절감,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 세 부문에서 친환경적 제품 개념이 완성됩니다. 이것이 또 어떻게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지는지를 알려면 먼저 리코의 경영 역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적자인데도 리사이클링 해야 하나’

일본에서는 1960~70년대 급격한 공업화로 인한 오염문제가 대두됐다. 일반적으로 화학공장이나 재료 제조 공장은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므로 공업화시기에 리코는 오염방지에 주력했다. 1970년대 복사기가 대규모로 보급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복사기를 사용하는 사무실 공간이 좁고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았다. 더욱이 복사기는 작동하면서 코로나방전에 의해 오존을 발생시킨다. 그래서 리코는 오존이 복사기에서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열을 올렸다. 흑백 복사기의 경우 탄소 토너를 사용하는데 이것이 또 발암물질이라는 논문이 1980년 스웨덴에서 발표돼 관련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사카이 전무의 말이다.

“이 시기에 리코는 토너 원료를 선택할 때부터 비발암성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리코가 비발암성 토너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1981년 논문을 발표한 그 과학자를 스웨덴으로 찾아가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토너나 오존 발생 문제 외에도 복사기에는 소음과 열풍 처리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리코의 경우 제품 판매가 최종 단계가 아니다. 생산하는 제품이 주로 50만~100만엔대의 고가 사무기기이므로 리스 방식으로 고객에게 판매된다. 더욱이 수리와 교체도 지원해야 한다. 고객이 사용 제품을 신형으로 바꾸고자 할 때는 리스회사에서 제품을 거둬간다. 언젠가 반드시 제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내부에서 자원절감 문제가 대두됐다.

“구형 제품을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직원들 사이에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재료를 리사이클해야 이익이 커진다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싹텄지요. 1992년 리코는 담당 임원을 두고 상품설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친환경적인 개념의 제품을 설계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실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리사이클링 사업 10년 만에 흑자

일반적으로 리사이클링이나 친환경적 제품 개발은 판매부서에서 먼저 생각하게 된다. 고객들의 필요를 인식하고 그것을 제품 개발부서에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리코의 경우 기술진이 먼저 이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환경적 도덕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술자들이 관심을 갖고 제품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리사이클의 경우 시장에서 제품을 어떻게 회수하고, 분해할 것인가, 분해 장소는 어디로 하고, 관련 기술과 인원은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였지요. 1996년 리사이클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초기엔 적자폭이 컸습니다. 사내에서도 경영진들이 적자인데도 꼭 이 사업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를 했지요. 당시 저는 실무진으로서 제안하는 입장이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경영진은 장기적으로 환경보전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로 결심하고 실무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경영진은 리사이클의 양이 많아지면 언젠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것이 10년 만에 사실로 확인됐다. 리사이클 사업은 2006년 흑자로 돌아섰다. 사카이 전무는 2007년엔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총 비용과 흑자 액수는 영업 비밀이라면서 공개하지 않았다.

리코의 세 번째 화두는 에너지 절감이었다. 물론 최근 에너지 절감은 기업들에 가장 큰 화두가 되어 있다.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화되면서 대안에너지 개발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리코가 친환경 제품 제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40년 전만 해도 기계 자체의 에너지를 절감하려는 노력은 드문 경우였다. 개인 취향이 판매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자동차나 생활가전제품은 크고 화려한 제품이 인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직장에서 사용하는 복사기 등은 기계가 작고 에너지를 적게 쓴다면 그만큼 상품으로서 가치가 크게 마련이다.

“우리는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아주 행복한 기업인 셈이죠.”

‘페이퍼리스’ 사무실

지구에 대한 환경부하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절감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일본에서도 1990년 후반에 가서야 확산되기 시작했다. 선진 각국이 환경보호 제품 인증제를 실시하고, 일본 경제산업성에서도 기업의 환경보호운동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환경 탑러너’ 제도를 도입해 선정기업에 대해서는 ‘에코 퍼스트 마크’ 등을 홍보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1997년 퍼스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 화면을 슬립모드로 전환할 경우 전력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권고를 했고, 현재 대부분의 컴퓨터에선 슬립모드가 작동된다. 그런데 이 개념이 복사기나 프린터 등 다른 기기에도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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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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