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창업한 고려이엔시는 직원이 11명에 불과한 데다 전남 화순에 본사가 있다. 언뜻 영세업체처럼 생각되지만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리모델링 보강전문기업이다. 특허등록을 14개나 가지고 있으며, 국제특허도 있다. 국토해양부로부터 기초보강기술(JP)개발 건설신기술(2011), 기둥보강기술(BT) 개발 건설신기술(2013), 구조보강기술 녹색기술(2012, 2013)을 인증받았다. 2006년 대통령 표창, 2009년 진단학회 기술상, 2014년 시공학회 기술상 등도 수상했다. 변항용(62) 고려이엔시 대표를 만났다.
리모델링 시대
▼ 신축 공사가 아닌 리모델링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20년 가까이 건설현장 소장으로 일하면서 특화된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우리나라보다 10년, 20년 앞선 나라들을 살펴봤는데, 리모델링 사업이 일본은 전체 건설시장의 15%, 유럽은 30~40%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5% 미만이었다. 10년 후엔 우리나라도 시장성이 있겠다고 확신하고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5년 정도 늦기는 했지만 이젠 우리 사회도 리모델링 시대에 접어든 것 같다.”
▼ 왜 리모델링인가.
“건물은 수명과 용도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잘 지어진 건물은 잘 지어진 대로, 잘못 지어진 것은 잘 고쳐서 수명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건물도 그 시대의 용도에 맞게 고쳐야 가치가 올라간다. 건물 수명을 연장하고 시대 흐름에 맞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 가치를 상승시켜주는 게 리모델링이다.”
한쪽으로 기울어 사용이 불가능한 건물을 똑바로 세우면 계속 사용할 수 있으니 그보다 가치 있는 리모델링 공사는 없을 듯하다. 그런데 무게가 수천, 수만 톤이나 되는 대형 건물을 똑바로 세울 수 있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건물이 기울면 바닥 보강공사를 통해 기운 부분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건물을 옆으로 옮겨놓고 보강작업을 할 수가 없다. 더구나 보강공사를 위해 땅을 파고 진동을 주는 순간 건물은 더 많이 기운다. 건물 안에서 땅을 파지 않고 말뚝을 박아야 한다. 그게 우리가 가진 신기술이다. 우리 기술로 피사의 사탑은 물론 지구상의 어떤 건물이든 기울면 다 똑바로 세울 수 있다.”
고려이엔시에서 진행한 리모델링 공사 중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게 많다. 건물을 그대로 옆으로 옮기거나 회전시키고, 지하층을 더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지하 4층이던 것을 10층까지 새로 만들어줬다. 백화점 측으로선 땅을 추가 매입하지 않고 매장을 2배로 늘린 셈이다.
지하층을 늘리거나 지상층을 늘리는 것은 물론 지하층과 지상층을 동시에 늘리는 공사도 여러 건 수행했다. 요즘은 부산의 한 병원을 공사 중인데 지하 1층, 지상 5층인 건물을 지하 2층 지상 14층으로 증축한다. 그런데 이 정도 공사면 소음이나 진동 때문에 공사 기간에 건물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병원 업무가 건물 안에서 아무 문제없이 이뤄진다. 심지어 신생아와 산모들도 입원 중이다. 3무(무소음, 무진동, 무굴착) 상태로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이뿐 아니다. 건물 한 층의 높이(층고)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4층 건물의 1층 층고가 3m이던 것을 6m로 높인 경우도 있다. 1층과 2층을 트는 공사를 한 게 아니라 1층 높이를 올린 것이다. 쉽게 말해 2층부터 건물 전체를 3m 위로 들어 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