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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 들고 골리앗과 맞선 다윗의 심정”

대기업에 도전장, 안혜진 시티면세점 대표

“자갈 들고 골리앗과 맞선 다윗의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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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유과, 춘천 옥비누…

▼ 출국심사대를 지나면 공항 중앙의 대기업 면세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서편 탑승동이라는 위치도 대기업 면세점보다 불리해 보인다.

“시티면세점이 있는 서편 엔틀러(30번 ~ 41번 게이트)에는 공항 전체 이용객의 약 10%가 오갈 뿐이다. 대개 고가 제품은 출국장 중앙의 대기업 면세점이 운영하는 부티크 매장에서 사고, 라면이나 팩 소주 같은 소소한 물품을 게이트 인근 주변 면세점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불리한 건 사실이다. 화장품은 이미 대기업 면세점에서 구매해서 들어오니 수요가 없다. 그나마 힘들게 노력해서 로레알(랑콤,비오템) 엘카(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랩시리즈) 등의 유명 화장품 제품을 입점 시켰다. 국내 대기업 화장품 브랜드는 해외 톱 브랜드 제품이 입점하지 않으면 자사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는 생각에 화장품을 넣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겐 대기업 면세점과 차별화한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안 대표는 시티면세점 운영 전략이 담긴 문건을 건넸다. ‘대기업과 차별화된 포지셔닝 구축-중소기업 상생안’이라고 쓰여 있다.

▼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전략? 공항면세점은 보통 명품으로 손님을 끄는데….



“전체 5개 매장 중 향수·화장품, 주류·담배 매장 외에 인천공항 내 타 면세점에 입점하지 않은 명품 브랜드인 베르사체와 신흥 명품 브랜드로 부상하는 레베카 밍코프, 모스키노 등 수입 브랜드 중심의 패션 부티크 매장을 마련했고, 국내 중소기업 제품 중심의 ‘아임쇼핑’ 매장에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국내 중소기업들을 발굴해 신상품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었다. 명인·명품관과 토산품 중심의 지자체 홍보관으로 대기업 면세점과 차별화할 계획이다. 유명 브랜드 제품은 그대로 판매하되 가령 강릉 유과, 서산 한과, 춘천 옥비누 같은, 외국인도 관심을 보일 만한 우수 토산품을 찾아내려고 MD(상품기획)팀을 강화했다. 최근 전라북도 특산품 홍보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정관장’에 밀린 홍삼·흑삼 제조 기업들의 입점 문의도 잇따르고, 중소기업 유통센터가 운영하는 서울 목동 행복한백화점에는 성능 좋은 국내 중소기업 히트제품도 많다. 대기업과 외국 톱 브랜드에 끌려가는 면세점이 아니라 이런 ‘소총부대’들과 함께 ‘펀(fun)’하고 ‘유니크(unique)’한 면세점을 만들고, 고객이 찾아주는 면세점을 만드는 게 목표다.”

▼ 마오쩌둥(毛澤東)의 ‘홍군(紅軍)은 물고기요, 인민은 물’이라는 비유가 떠오른다.

“그렇다. 우리는 대장정(大長征)을 시작했고, 국민의 응원을 받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고객들이 껌 한 통이라도 팔아주고 싶어 하는, 국민이 원하는 면세점을 만들겠다.”

“자갈 들고 골리앗과 맞선 다윗의 심정”

인천 운서동 시티플러스 본사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안혜진 대표와 임직원. 박해윤 기자

“수익은 직원에게 투자”

▼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기업 면세점을 상상하며 입사한 직원들이 ‘옥비누’ 찾으러 지방에 다녀오는데.

“‘진정성 있게 손님을 생각하는 직원’ 200여 명을 뽑았다. 면세점 안내데스크에도 ‘키 크고 예쁜 미인 직원’ 대신 진심어린 미소로 따뜻이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을 배치했다. 어렵지만 직원복리는 대기업 수준으로 맞출 거다. 수익이 얼마가 나오든 첫해 수익의 30%는 무조건 직원에게 투자하고, 단계적으로 직원들과 이익을 공유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수익의 30%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위해, 나머지 30%는 회사 미래를 위해 재투자하겠다.”

▼ 신생기업이 수익금을 직원에게 재투자한다?

“잘 알다시피, 공항면세점 사업은 큰 수익이 나질 않는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도를 벗어나 치열하게 싸우기 보다는, 다소 이익이 적더라도 과욕을 버리고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다.”

기업의 궁극 목표가 이윤 추구라는 점에서 안혜진 대표의 말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사실 그는 정통 기업인 출신이 아닌 수학교사 출신이다. 고교 수학교사와 유명 입시학원 강사, 원장을 하다가 2003년 친환경 벤처기업의 멤버로 합류하면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후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중견 건설업체 임원, 중국계 해외투자법인 한국 대표 등을 지냈는데, 그 중국계 회사가 한국에서 ‘투자 사기’를 당했을 때 안 대표가 나서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이때 인연을 맺은 사람이 (주)탑솔라의 오형석 공동대표다. 안혜진 대표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한 오 대표의 제의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안·오 대표가 재투자를 강조하는 것도 법인도 사람과 같아서, 올바른 자양분을 듬뿍 주면 잘 자란다는 믿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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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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