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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주룽지’ 경제라인 숙청 시작됐다

중앙파 vs 지방파·유학파의 파워게임

‘장쩌민-주룽지’ 경제라인 숙청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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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경제정책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그간 중국경제를 주도해온 ‘콴쑹학파’에 대한 지방파와 유학파의 도전이 시작된 것.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등 4세대 지도부는 이들의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험을 감행하고 있는데…
‘장쩌민-주룽지’ 경제라인 숙청 시작됐다

중국 4세대 지도부인 쩡칭훙 부주석과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왼쪽부터). 배경은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인 상하이시.

2004년 4월28일 유럽 순방을 앞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강력한 성장세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중국은 물론 전세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같은 날 중국 금융감독위원회는 자국내 민영은행의 신규대출을 5월1일까지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며 원자바오의 발언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했다. 그 파장은 실로 엄청났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식시장은 급락을 면치 못하며 이른바 ‘차이나 쇼크’의 서막을 알렸다.

그러나 세계 실물경제시장의 이런 즉각적인 반응과 달리 중국의 경제학계는 원자바오의 발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정부 정책에 즉각 지지논평을 쏟아내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중국경제가 ‘과열’이라는 평가에 대해 그들 내부의 입장 차이가 컸던 것이다.

원자바오의 이날 발언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급격한 성장세에 있는 중국경제에 처방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중국 안팎에서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원자바오 발언의 모체가 된 것은 4월9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발표된 ‘1분기 경제운영과 추세에 대한 결과보고’였다.

당시 회의에서 원자바오는 최근의 과열현상에 대해 “거시조절 기능을 강화해 투자과열을 억제하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하면서 다음 두 부분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먼저 경제효율성 강화, 농업생산 지원, 무역 강화와 재정수입 확대, 소득 확대, 개방가속화, 지속적인 사회복지사업 등을 지시했다. 이어 “신규사업항목이 과도하게 많고 규모도 크며 투자구조가 불합리한 상황에서 일부 지역의 맹목적인 투자로 투자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신규사업뿐 아니라 금융대출관리와 엄격한 토지관리를 통해 위법적인 경제상황 전반에 대해 관리를 강화할 것을 시달했다.

이런 원자바오의 시각은 4월26일 보아오포럼에서 나온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발언에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후진타오는 이날 포럼의 문답시간을 통해 “고정자산의 과잉투자, 지방정부의 ‘묻지마’ 투자 및 중복투자 등이 중국경제의 새로운 문제점들이다”라며 “결과적으로 석탄, 전기, 석유 및 운송에 부족현상을 겪고 있고 대출도 과잉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진타오는 이어 “이러한 문제들이 중국경제의 발전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시의적절하게 다루어지지 않을 경우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원자바오의 4·28 발언은 중국경제 과열의 원인이 ‘과잉투자’에 있다고 본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고, 중국이 경제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장정(長征)에 오를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과잉투자’에 대한 처방을 내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중국이 인플레이션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었지만, 중국 경제학계 내부에서는 이미 ‘인플레이션 상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세였다.

중국경제 과열 원인은 과잉투자

그동안 중국의 실물경제는 ‘경제가 과열돼 있으며 그것이 중국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방해한다’는 경고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었다. 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경기예측보고서인 중국사회과학원의 ‘2004년 중국경제 발전 및 추세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GDP) 8.7%로 여전히 고성장을 구가할 것이며, 그중 중공업과 경공업의 부가가치 총액 증가율은 각각 11.6%, 10.2%나 돼 여전히 2차산업이 중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사회고정자산 투자규모가 6조6420억위안으로 중국의 거시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실질성장률 15%, 명목성장률 20.5%로 잡아 투자증가 속도는 지난해에 비해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았다.

한편 GDP에 대한 고정자산 투자 비중은 50%에 달해 2003년 상승국면으로 전환된 물가와 함께 중국경제가 과열국면에 들어서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2004년 투자급증, 식량수급상황의 변화, 국제 원유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같은 해 소매가격지수와 소비가격지수는 각각 1.6%, 3.5%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과열국면의 심화를 예고한 것이다.

주목되는 대목은 이 보고서가 과열상황을 예측하면서도 중국 정부가 올해에도 일정 수량의 국채발행을 계속하는, 이른바 확대재정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올해 예상되는 중국의 재정수입은 2조4920억위안인데 비해 재정지출은 2조8120억위안에 달한다. 단순 재정적자만 약 3200억위안이나 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확대재정정책에 따라 예정돼 있는 2조9350억위안 규모의 신규대출이 이뤄질 경우 중국경제는 자칫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더욱이 중국경제에 디딤돌 역할을 하던 대외무역의 증가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수입 증가율은 21.3%인데 반해 수출 증가율은 16.2%에 그쳐 무역흑자 규모가 9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위기의식이 ‘인플레이션 및 투자 억제를 통해 중국경제의 과열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 지도부의 확고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중국 경제학계 내부에 원인과 처방은 물론이고 ‘과열’ 자체에 대한 시각 차이가 현격하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문제에 대한 중국의 전통적인 의사소통구조를 고려할 때 특기할 만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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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현구 홍익대 동북아기업경영연구소 연구위원 beh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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