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호

구자철 KPGA 회장 “스폰 구하러 발품, 활력 충전…위기가 기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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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1-06-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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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년 만의 기업가 출신 수장 탄생

    • ‘일체유심조’와 ‘사불범정’의 깨우침

    • 13년 만에 LG전자를 스폰서로 영입

    •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전환

    • 골프 잘 치는 건 구씨 유전자

    • 골프 사수는 구자열 LS그룹 회장

    •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폭 빠져들어

    • 수동적 관행 벗고 사업 다각화

    구자철 KPGA 회장은 “자기 자신과 승부를 내는 스포츠라는 점이 골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구자철 KPGA 회장은 “자기 자신과 승부를 내는 스포츠라는 점이 골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지난 5월 중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이경훈 선수가 미국 진출 6년 만에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최근 1년 반 동안 PGA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는 임성재, 김시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에서 남자골프대회가 4개나 신설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여강남약’ 구도인 한국 골프계에서 남자골프가 이처럼 활기를 띠게 된 데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수장인 구자철(66) 예스코홀딩스 회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골프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는 위기 속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해 KPGA 코리안투어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LG그룹이 13년 만에 골프계의 스폰서로 돌아온 것도 그가 올린 성과 중 하나다.

    그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이자 5선 의원을 지낸 구태회 전 LS그룹 명예회장의 4남2녀 중 막내아들이다. 그럼에도 든든한 집안의 울타리 안에 안주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일궈냈다. 1983년부터 10년간 LG상사(옛 럭키금성상사)에서 사회 경험을 쌓은 후 1993년 플랜지(전선 감는 나무통) 생산업체인 세일산업을 창업해 건설과 자동차부품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성공을 이어갔다. 2009년에는 세일산업을 통해 인수한 기업 한성의 지분을 LS계열 도시가스회사인 예스코(옛 극동도시가스)에 넘기고 2013년 1월 예스코 회장에 취임한다. 예스코와 지주회사 예스코홀딩스가 오늘날의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도 함께했다.

    살아온 이력으로 뚝심과 추진력을 증명한 그는 2019년 11월 KPGA 제18대 회장에 당선됐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후 9년 만에 탄생한 기업가 출신 수장이다. 게다가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들어가면 한국남자프로골프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각별한지 알 수 있다. 아마추어 중에는 적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퍼트 실력도 수준급이다. “역대 어느 회장보다 잘 해낼 인물”이라는 기대 속에서 KPGA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를 5월 24일 아침, 서울 용산구 예스코홀딩스 회장실에서 만났다. “권위주의와 거리가 멀고, 이리저리 재지 않으며,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 솔직함이 매력”이라는 주위 사람들 평이 허튼 말이 아니었다.

    9년 만에 나온 기업가 출신 수장

    - 장식장에 진열된 엘튼 존의 명반이 눈길을 끕니다. 팝송을 좋아하나요.

    “아내가 꾸며준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우리 가요, 트로트를 좋아합니다(웃음).”



    - 지난 주 PGA투어에서 이경훈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어요. 한국에선 새벽에 경기가 방송됐는데 TV 중계를 보셨나요.

    “1라운드부터 지켜봤어요. 이경훈 선수가 우승을 확정 지은 순간에는 감정이 복받쳐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고요. 국내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는데도 미국 2부 리그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온 선수거든요, 이경훈 선수의 우승을 축하해 주려고 18번 홀 그린에서 오랜 시간 기다린 최경주 선수와 강성훈 선수의 모습도 중계 화면에 잠깐 나왔는데 참으로 자랑스럽더군요. PGA투어에서 성공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이경훈 선수와 그의 곁을 묵묵히 지켜준 만삭의 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 또한 감동이었어요. 그날 저녁 만난 지인들도 이경훈 선수의 우승으로 들떠 있었죠. 그 덕분에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 기업인이 KPGA 회장이 된 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후 9년 만이라 업계의 기대가 큽니다. 한국남자골프 수장 자리에 도전한 동기가 궁금합니다.

    “프로선수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남자프로골프대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회장을 맡았어요. 기업가로서 경험과 운용 능력을 발휘해 골프협회를 발전시킬 복안도 갖고 있고요. 오랫동안 선수 출신 회장이 협회를 이끌다 보니 조직문화가 관료적이고 경직돼 있었거든요.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성장을 추구하기보다는 주문자생산방식(OEM)의 비즈니스에 머물며 현상 유지에만 급급했다고 할까요. 그렇게 안일한 의식을 바꾸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프로골프선수는 아이돌 가수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팬들이 열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필요가 있어요. 팬레터 한 장 오지 않는 아이돌 가수가 무슨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한국남자골프의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예요. 남자골프선수들이 얼마나 멋진 플레이를 하는지 더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 기업 회장과 KPGA 회장의 닮은 점, 다른 점은 뭔가요.

    “우리 회사는 잘못되면 물질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지만, 골프협회는 제 명예만 훼손되죠. 언뜻 데미지가 더 적은 것 같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제 명예를 걸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렵습니다.”

    ‘일체유심조’와 ‘사불범정’의 깨우침

    - 힘들 때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생의 나침반 같은 좌우명이 있나요.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의미를 지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제 경영철학이자 인생철학이에요. 마음만 다스리면 모든 것을 다스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시험에 떨어져서 굉장히 방황한 적이 있어요. 경기고를 나오면 90%가 서울대를 가던 시절이라 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인생에 회의를 많이 느꼈어요. 그러다 군대에 갔어요. 최전방에서 복무하며 온갖 부류의 사람을 만나다 보니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놈이 왜 행복을 모르면서 살았을까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더군요. 그때부터 일체유심조가 제 인생의 화두가 됐죠. 그 덕분에 제대하고 나서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다시 마음잡고 공부해 대학에 들어가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 요즘도 일체유심조가 화두인가요.

    “최근 ‘사필귀정(事必歸正)’과 ‘사불범정(邪不犯正)을 추가했어요. 사필귀정은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이고, 사불범정은 악한 게 정당한 걸 침범할 수 없다는 의미예요. 불화가 생기더라도 올바른 게 항상 이긴다는 믿음이 있어요. 제3자 입장에서 결정을 내릴 땐 사필귀정을 떠올리죠,”

    - 지난 1년 반 동안 KPGA를 이끌면서 가장 잘한 일을 꼽는다면요.

    “LG그룹이 13년 만에 다시 골프계의 메인 스폰서로 돌아오게끔 한 거요. 2007년 KPGA 엑스캔버스오픈 이후 모든 후원을 중지했던 LG전자가 지난해 KPGA 코리안투어 최종전을 주최했거든요. 이는 골프계의 큰 경사예요. 그런 점에서 제게도 자랑할 만한 일이고요. 다음 목표는 삼성이에요. 저 혼자만의 짝사랑일지 모르지만 10년이 걸리더라도 삼성을 다시 스포츠계의 키다리 아저씨로 모시고 싶어요.”

    발품 팔아 얻은 영광의 성과

    지난 3월 ‘KPGA 시니어 마스터즈’ 대회에 선수로 출전한 구자철 회장. [KPGA 제공]

    지난 3월 ‘KPGA 시니어 마스터즈’ 대회에 선수로 출전한 구자철 회장. [KPGA 제공]

    구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KPGA 코리안투어 대회 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자 직접 수혈에 나섰다. 사재를 출연해 ‘KPGA 군산CC 오픈’을 지원하고 ‘KPGA 오픈 with 솔라고CC’를 새롭게 개최했다. 또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스폰서 영입에도 공을 들여 LG전자와 LF, 웹케시그룹, 전자신문 등이 후원하는 3개 대회를 더 신설하는 데 성공했다. 코리안투어의 대미를 장식한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헤지스골프 KPGA 오픈 with 일동레이크골프클럽’,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with 타미우스’가 그것이다.

    - 처음 찾아간 사람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바로 직구를 날렸죠. ‘내가 LG가의 일원인 걸 다 아는데 LG에서 후원하는 대회가 하나도 없으면 어느 회사에서 스폰서로 나서겠느냐. 하나만 후원해 달라’고요. 그랬더니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LG전자가 대회를 열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 요즘도 스폰서를 찾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파시나요.

    “엄청 팔아요(웃음). 면담이 성사돼도 후원을 거절당하기 일쑤지만 그동안 접점이 없어 만나지 못했던 분들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큰 소득이라고 생각해요. 발품을 계속 팔다 보면 웹케시그룹의 석창규 회장처럼 남자골프대회를 반기는 분도 만날 수 있고요”

    - 지난해 사재를 털어 개최한 ‘KPGA 오픈 with 솔라고CC’가 국내 최초로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을 도입했어요. 성과는 어땠나요.

    “미국에선 이미 예전부터 존재한 경기 방식인데 국내 대회에 적용한 건 처음이에요. 우리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경기 방식이죠.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버디(한 홀에서 기준 타수보다 1타 적은 타수로 홀인)를 해도 가산점을 1점밖에 안 주지만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2점을 더 줘요. 이글(한 홀에서 기준 타수보다 2타 적은 타수로 홀인)을 하면 5점을 더 주고요. 그러다 보니 경기가 흥미진진하고 순위가 언제 뒤집힐지 몰라요. 솔라고CC에서도 나흘 동안 1802개의 버디와 77개의 이글이 나오며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했어요. 선수들의 공격적인 경기에 골프 팬들도 좋은 반응을 보여줬어요. 당시 최고 시청률이 1%까지 올라갔죠. 국내 골프 중계 시청률이 1%를 넘긴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거든요.”

    - 지난해 미국 ‘마스터스’ 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화제가 됐어요. 코로나19로 대회장을 가지 못해 아쉬움이 컸을 것 같아요.

    대회를 보지 못한 아쉬움보다 세계 골프인들과 교류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더 커요. KPGA 코리안투어가 7대 투어에 들어가려면 교류를 많이 해야 하거든요. 지금은 한국에서 우승하면 세계 랭킹 9점, 일본에서 우승하면 17점을 배정받아요. 일본보다 한국 선수들이 실력도 좋고 인원도 많은데 코리안투어가 7대 투어에 들지 않아 배정되는 점수가 낮아요. 7대 투어 진입이 시급한 이유예요. 한국여자골프대회인 KLPGA투어는 일본과 동등한 대접을 받거든요.”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전환

    - 코리안투어의 7대 투어 진입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이 있습니까.

    “코로나19 상황이 좀 나아지면 해외 투어와 제휴를 맺는 프로그램을 가동할 겁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요. 특히 한국과 일본 양국의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열린 한일 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을 부활하거나 현재 유럽에서 2년마다 개최되는 유럽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해외 골프투어와 KPGA가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간다면 7대 투어로 진입하기가 한층 수월해질 거예요.”

    - 지난 3월 시니어 선수들의 무대인 챔피언스투어 ‘시니어 마스터즈’ 대회에 직접 출전하셨습니다. 프로골퍼들과 경기를 치른 감회가 남달랐을 듯해요.

    “그때를 되돌아보니 동화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신선 세계 보고 오니 100년이 넘었다’는 문장요. 꿈만 같은 세계를 경험했어요. 보통 사람이 발 디딜 데가 아니었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대회장이던 태안 솔라고CC에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불고 몸이 휘청거릴 정도여서 견디기 힘든 날씨였어요. 게다가 경기가 6시간 넘게 진행됐는데도 흐트러짐 없이 골프에 집중하는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아, 이분들은 사람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존경과 경이로움 자체였어요. 현재 챔피언스투어에는 최상호, 최광수, 김종덕, 신용진, 박남신, 박노석, 강욱순 등 그야말로 한국프로골프의 ‘레전드’ 선수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4~5년 후에는 양용은, 장익제, 허석호 같은 선수도 챔피언스투어의 데뷔 자격을 갖추게 돼요. 그때 챔피언스투어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골프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경기 장면을 지켜보면 가슴이 벅찰 것 같아요.”

    구 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골프 마니아다. 핸디캡 7에 지금까지 올린 가장 좋은 성적은 69타요, 홀인원을 기록한 횟수가 4회에 이른다. 골프를 잘 치는 비결을 묻자 “성이 구씨라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구씨들이 골프를 다 좋아하고 잘 친다”며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을 떠올렸다. 골프와 친해진 건 아버지(구태회 전 LS그룹 명예회장)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골프를 무진장 좋아하셨어요. 6남매 중 막내인 저를 데리고 서울대 인근 관악골프장에 자주 가셨죠.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가면 큰 벙커가 있어서 좋았어요. 그 벙커가 거인 발자국 같았거든요. ‘저 정도 발을 가진 거인은 얼마나 클까?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다’고 생각하던 기억이 나요.”

    골프 잘 치는 건 구씨 유전자

    1965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구자철 회장(오른쪽)이 서울대공원 인근 서울컨트리클럽에서 아버지 구태회 전 LS그룹 명예회장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자철 제공]

    1965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구자철 회장(오른쪽)이 서울대공원 인근 서울컨트리클럽에서 아버지 구태회 전 LS그룹 명예회장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자철 제공]

    - 구태회 전 명예회장도 골프 실력이 대단했나요.

    “제 기억으로는 ‘싱글 디지트 핸디캐퍼(Single-Digit Handicapper·평균 72타부터 81타까지 스코어를 기록하는 아마추어 골퍼에게 붙여주는 호칭)’였던 것 같아요. 골프를 아주 잘 치셔서 유치원 선생님이 ‘너희 아버지는 뭐하시노?’ 하고 직업을 물으셨을 때 ‘골프칩니다’라고 답했거든요. 하하.”

    - 처음 골프채를 잡은 건 언제인가요.

    “1984년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 뉴욕주재원으로 근무할 때요. 당시 제 사수가 구자열 LS그룹 회장이었어요. 저보다 먼저 입사해 그때는 과장으로 일하고 계셨죠. 제가 가자마자 그분이 골프채를 쥐여주며 여긴 골프 치기 너무 좋으니까 연습해 보라고 하셨어요. 주변 골프연습장에 마침 아웃도어 레인지가 있었는데 처음부터 너무 재미있었어요.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폭 빠져들었어요.”

    - 골프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골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정말 엄청 좋아합니다. KPGA 회장직을 맡은 것도 골프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죠. 골프는 남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수 없는 운동이에요. 자기 자신과의 승부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야구나 테니스는 상대방에게 공을 왜 잘 주지 않느냐는 식으로 시비 걸 수 있지만 골프는 잘하면 잘한 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자신의 공과가 드러나고, 신상필벌이 확실하거든요. 경기 자체가 상대적이지 않고, 모든 룰이 상대를 방해하지 않는 에티켓을 기본으로 해서 공을 치는 데 온전히 몰두하도록 돕는 것도 여느 스포츠와 차별되는 지점이에요. 이 얼마나 신사적이고 멋있는 운동인가요.”

    - 국내 골프 시장에 젊은 층 유입이 활발해지고 있어요. 남자골프가 이러한 바람을 타고 인기를 끌 수 있을까요.

    “그동안 젊은 세대가 골프를 가까이하지 못한 것은 진입 장벽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비싼 라운드 비용과 골프 장비 가격이 걸림돌이었지만 스크린 골프의 인기와 퍼블릭 골프장의 증가로 골프를 즐기는 젊은이가 점점 늘고 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용이한 야외 운동이라는 점도 한몫했죠. 아빠 손을 잡고 야구장을 갔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야구팬이 되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가족 단위로 KPGA 대회를 관람하러 오는 갤러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거예요. 골프장에서 골프를 구경한 아이들이 나중에 결혼해서도 자녀를 데리고 갤러리로 참관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책임

    -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국내 남녀 프로골프대회 모두 갤러리 입장이 불가했습니다. 올해 하반기엔 가능해진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사실 갤러리가 입장하면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요. 지난해에는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러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죠. 하지만 갤러리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대회가 훨씬 활기가 넘쳐요. 갤러리 입장이 허용되면 각 대회 주최 측의 색상을 달리해 저마다 개성을 살리려고 합니다. PGA투어 ‘피닉스오픈’처럼 특정 홀을 지정해 갤러리가 마음껏 소리치며 응원하게 할 수도 있고요. 한 홀을 스타디움으로 만들어 치킨이나 맥주를 무제한 공급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어요. 그 구역에선 누구나 축제를 즐기는 기분이 들 거예요.”

    - SNS 계정이 한국남자프로골프 얘기로 가득하더군요. KPGA 코리안투어 외에도 다양한 투어가 있다는 데 놀랐습니다.

    “시니어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는 챔피언스투어, 2부 투어인 스릭스투어, 골프 꿈나무들을 키우는 주니어대회도 해마다 엽니다. 챔피언스투어가 11~12개 대회를, 스릭스투어가 20개 대회를 진행해요. 스릭스투어의 스폰서가 던롭스포츠코리아(주)인데 홍보 효과가 엄청나죠. 투어마다 매력이 다 달라요. 앞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각 투어 대회의 특색과 관전 포인트를 흥미롭게 알릴 계획이에요. 방송중계권 협상도 다 따로 할 거고요. 제가 회장을 맡은 이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돼 온 불합리한 계약은 근절할 겁니다. 한국남자프로골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요.”

    - KPGA 수장이자 한 기업의 대표인데, 재벌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제가 재벌 범주에 들어가나요. 그냥 고소득자 정도죠. LS그룹도 중견 그룹 수준이에요(웃음). 저는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고, 집에서 독립해 제 사업도 해보고 해서 지금껏 ‘재벌입네’ 하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다만 조직의 수장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항상 갖고 있죠.”

    - 안전한 길을 두고 왜 굳이 독립해 창업에 도전했나요.

    “제가 원래 사서 고생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웃음).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는 것 또한 인생의 재미 아닌가요. 구체적인 동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는 창업에 대한 열망이 간절했어요. 인천에 공장을 하나 지어 거기서 시작했죠. 그 덕에 좋은 경험을 쌓고 성과와 보람을 맛봤어요. ‘좋은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모자란 게 항상 모자란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고요,”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요.

    “일자리 창출과 조직원의 행복 추구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기업이 돈을 잘 벌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해요.”

    - 일자리가 많이 부족한 시대입니다. 인생 선배이자 기업인으로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세대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

    “‘쉽게 포기하지 말고 야망을 가져라.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야망을 가져라. 언젠가 기회는 온다. 노력하면 기회가 열린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다양한 경험을 해라. 마음이 시키는 일을 많이 하라’는 얘기도요. 제가 살아오면서 얻은 값진 교훈입니다.”

    #구자철 #KPGA #코리아투어 #신동아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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