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호

“지금 바로 투자할 베트남 기업요? HPG FPT VIC 추천합니다”

베트남 출신 1호 증시 애널리스트 부 쑤언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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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2-09-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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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대 석사 출신… ‘코리안 드림’ 이룬 베트남人

    • 성장잠재력 큰 보험, 철강, IT 분야 투자 유망

    베트남 출신 1호 증시 애널리스트 부 쑤언 토. [홍중식 기자]

    베트남 출신 1호 증시 애널리스트 부 쑤언 토. [홍중식 기자]

    깔끔한 정장 차림에 백팩을 메고 마스크를 쓴 모습은 서울 여의도 증권맨 그 자체였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칼과 초롱초롱한 눈망울만 보이는, 마스크 쓴 그를 길거리에서 마주쳤다면 십중팔구 한국 사람이라고 여겼을지 모른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니 비로소 그가 한국어를 잘하는 베트남 사람이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베트남 출신 1호 증시 애널리스트

    부 쑤언 토. ‘베트남인 1호 증시 애널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자동차로 50분 정도 떨어진 하이증(Hai Duong)성에서 태어났다. 국영기업 고위직을 지낸 아버지와 대학교수 어머니 사이에서 아들 넷 중 막내로 태어났다. 고교 졸업 때까지 고향에서 자란 그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 국립대에 진학, 한국어를 전공했다. 졸업 후 대우버스 베트남법인과 한국계 투자컨설팅사에서 일했고, 2008년 청운의 꿈을 품고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국민대 경영대학원에서 금융보험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원 졸업 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베트남 시장과 이머징 시장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베트남 사람 중 한국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일한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입사 후 처음 6개월은 연구원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이후 베트남 시장과 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본격적으로 작성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한 덕에 수석연구원으로 승진했다. 8년간 한국투자증권에서 일한 그는 2018년 삼성증권으로 스카웃돼 2년간 베트남 시장 분석 및 투자 전략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베트남 정부기관 산하 회사에서 한국투자 관련 프로젝트 관리를 맡고 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한국 증권사에서 일하는 그의 꿈은 ‘홍강 기적’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홍강은 베트남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수도 하노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이다. 서울을 동에서 서로 흐르는 한강처럼 베트남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강이다.

    부 쑤언 토 전문위원은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처럼 베트남도 언젠가 한국처럼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해외 자본을 투자받기 원하는 베트남 기업과 베트남 기업에 투자하려는 한국인 투자자를 잇는 가교 역할로 양국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에서 회사 생활은 어땠나.

    “노력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신념으로 힘껏 일했다.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주변 사람한테 친절하고, 동료를 열심히 돕는 것이 회사 생활을 즐겁게 하는 비결”이라며 “남을 열심히 돕다 보면 결과적으로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원 졸업 후 증권사에 입사한 계기는.

    “경영대학원에서 금융보험학을 공부했다. 대학원 졸업할 때 한국에서 베트남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래서 베트남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애널리스트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입사 후 처음 6개월은 연구원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그 뒤 리포트를 쓰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매일같이 리포트를 썼다. 열심히 일한 덕에 수석연구원으로 승진했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이후 삼성증권으로 옮겼다.

    삼성증권으로 이직한 이유는.

    “삼성증권에서 베트남 애널리스트가 필요하다며 어느 분이 함께 일하자고 찾아왔다. 한곳에서 계속 일하는 것도 좋겠지만, 더 성장하려면 일하는 곳을 바꾸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옮겼다.”

    이직하면서 연봉도 더 많이 받았나.

    “당연히 이직을 하니 더 나은 대우를 받았다.”

    꿈의 연봉

    그는 자신의 정확한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몸담았던 증권사의 직급별 임금체계를 예로 들며 우회적으로 연봉이 상당한 액수였음을 시사했다.

    한국어가 가능한 베트남 내 대학 졸업생이 현재 베트남에 있는 한국 기업에 취업했을 때 지급받는 월 급여가 적게는 100만 원, 많아야 200만 원이다. 한국 샐러리맨도 꿈의 연봉이라고 여길 만한 급여를 받는 그는 ‘코리안 드림’을 이룬 베트남인이라고 할 만하다.

    요즘은 주로 어떤 일을 하나.

    “기업 분석도 하고 투자 설명회도 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투자 관련 프로젝트 관리를 하고, 한국경제TV 전문위원으로 투자 설명회도 진행한다. 고려대, 연세대, 한국외대, 단국대 등 여러 대학교 최고위 과정에서 경영자를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다.”

    베트남 기업에 직접 투자도 하나

    “개별 기업에도 투자하고, ETF 투자도 한다.”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하나.

    “부동산 40%, 주식과 채권 30%, 예금 20%, 현금 10%다.”

    애널리스트치고는 부동산 비중이 높다.

    “고향에 땅을 샀다. 베트남 사람도 한국 사람처럼 땅을 좋아한다.”

    베트남 사람들도 아파트를 선호하나.

    “그렇지는 않다. 마당이 있는 집, 땅을 더 선호한다. 아파트 인기는 한국처럼 높지 않다.”

    호랑이 기세로 베트남에 투자하라

    화제를 그의 주특기인 베트남 투자로 돌렸다. 증시 애널리스트 출신이라는 직업 특성 때문일까. 그는 “올해는 호랑이해인 임인년”이라며 “호랑이 기세로 베트남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환경도 좋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베트남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보나.

    “변동성이 큰 건 사실이다. 베트남 경제도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올해는 베트남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에는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대로 저조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는 GDP 성장률이 6.4%를 기록했다. 베트남 정부 목표치를 달성했다.”

    베트남 경제 회복을 낙관하는 이유는.

    “베트남 경제는 해외 자금 유입과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으로 제조업 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뚜렷하다. 국제적으로 물가상승에 따른 불안정성이 크지만 베트남은 필수품 가격 안정화 조치 등 정부 노력으로 물가가 안정돼 있다. 더욱이 소비 욕구가 큰 젊은 층 인구 비중이 높아 내수 수요도 크다. 그만큼 경기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는 “베트남 젊은이들은 최신 오토바이를 선호한다. 고급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등 소비 성향도 무척 강하다”며 “소비 성향이 너무 큰 탓에 저축률은 한국에 비해 많이 낮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전년 대비 3.8% 감소한 소매판매율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한 올 상반기에 11.8%로 올라선 것도 베트남 경제 전망을 밝게 한다”며 “외국인 직접투자액이 올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잠잠해져 관광객이 많이 유입되고 소비가 활성화하면 베트남 경제는 코로나 이전 수준, 아니 그 이상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재 셋, 악재 셋

    그는 올해 VN지수(베트남 종합주가지수)에 영향을 끼칠 호재 3가지와 악재 3가지가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호재로는 △유가 상승 △경기 부양책 △EM 승격을, 악재로는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코로나 상황을 꼽았다.

    유가 상승이 VN지수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뭔가.

    “베트남이 원유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면 원유 수출기업의 실적이 개선돼 에너지 관련 기업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다. 또한 원유 수출기업 실적 개선은 정부 재정수입 증가로 이어져 경기부양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그만큼 커진다.”

    그는 “9월 베트남 시장이 영국 FTSE러셀(FTSE 100 지수, 러셀 2000 등을 운용한다)의 2차 신흥시장으로 편입될 예정”이라며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가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 기준으로도 베트남은 프런티어 지수 구성 상위국이어서 향후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 등 악재가 VN 지수를 끌어내릴 위험성도 있지 않나.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인플레이션도 베트남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 다만 코로나 대유행이 지속될 우려는 남아 있다. 그렇지만 2020년과 같은 대유행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산업별로는 어느 분야에 대한 투자가 유망하다고 보나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성장잠재력이다.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는 것에 따라 함께 성장할 산업 분야를 찾는 게 좋다.”

    예를 들면?

    “보험 분야 전망을 밝게 본다. 지금까지 베트남 사람들은 보험 가입을 꺼렸다. 가입률이 10% 정도도 안 됐다. 그런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예상 못 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다음으로는 철강 분야다. 베트남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이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등 IT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 이들에게 어떤 회사를 추천하겠나.

    “각 분야 1위 업체에 투자하는 게 좋다.”

    개별 종목을 추천한다면?

    “1위 철강업체 HPG와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FPT, 부동산업체 빈그룹 VIC를 추천하겠다. 이들 세 기업은 시가총액도 크고 해당 분야에서 1위를 달리는 경쟁력 있는 회사다. 이들 외에도 베트남 기업 중에는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이 많다. 임인년에는 호랑이 기세로 베트남에 투자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앞으로 어떤 활동 계획을 갖고 있나.

    “투자받기 원하는 베트남 기업과 한국 투자자를 돕는 일을 하려고 한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할지는 고민하고 있다. 베트남과 한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잘해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 [Gettyimage]

    베트남 수도 하노이. [Gettyimage]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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