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한국 상륙 1년 애플페이, 변화 일으켰으나 갈 길 멀다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4-03-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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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카드 EMV 컨택리스 도입 1년

    • 9년 만에 이뤄진 한국 아이폰 사용자 숙원

    • 도입 후 신규 회원수·해외 결제액 1위

    • 추가 도입 지지부진… 수수료 부담·NFC 개방이 과제

    지난해 3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애플페이 한국 론칭 행사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소회를 밝히고 있다. [애플]

    지난해 3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애플페이 한국 론칭 행사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소회를 밝히고 있다. [애플]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애플페이는 애플이 2014년 선보인 결제 서비스로 국내 아이폰 이용자의 숙원이나 다름없었다. 갤럭시 이용자는 ‘삼성페이’를 이용해 일찍부터 지갑 없이, 휴대전화만 들고 다니면 되는 편의를 누려왔지만 애플페이가 론칭되기 전 아이폰 이용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없었다.

    현대카드, 애플페이 최초 도입

    현대카드 애플페이 활성화 화면.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Gettyimage]

    현대카드 애플페이 활성화 화면.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Gettyimage]

    애플페이의 한국 도입 논의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애플은 국내에 애플페이를 도입하기 위해 한국 카드사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 카드결제 단말기 보급 문제와 국내 카드사가 애플에 내야 하는 수수료 때문이었다.

    애플페이는 단말기 가까이에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가져다 대면 결제되는 NFC 방식 결제를 지원한다. 우리가 흔히 찾는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단말기는 대부분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방식이다. 애플페이는 NFC 결제만 지원하는 반면, 삼성페이는 NFC와 MST 결제 방식의 단말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삼성페이가 빠르게 확대된 이유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중 NFC 결제 단말기가 보급된 곳의 비중이 상당히 낮았고 애플과 국내 카드사, 결제망 기업 가운데 누가 NFC 결제 단말기를 보급할지도 의견이 갈렸다. 애플은 카드사에 한 대당 10만~15만 원인 NFC 결제 단말기에 투자를 요구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수수료에 대한 이견도 좁혀지지 않았다. 국내 카드사가 결제 건당 0.15%가량인 애플의 수수료에 난색을 표했지만 애플은 한국에만 다른 수수료를 적용할 수 없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2015년 협상이 불발된 이후 2020년대에 접어들자 다시 애플이 한국 시장에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2022년 4월 애플은 한국과 일본의 애플페이 서비스를 맡을 고위 임원 채용 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정보기술(IT)업계는 당장 애플페이의 한국 출시가 이뤄지진 않더라도 애플이 언젠간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했다.



    같은 해 9월 현대카드가 낸 채용공고에 신규 지불 서비스 ‘크림페이’의 모바일 앱 테스트 및 가맹점 모집 영업 담당 인력이 포함되면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출시를 준비한다는 설이 빠르게 퍼졌다. 해당 공고에서 담당 업무로 ‘NFC Acceptance 오퍼레이션 지원 및 현장 테스트’가 명시돼 크림페이가 곧 애플페이를 의미하는 은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결국 지난해 3월 21일 현대카드는 애플과 손잡고 국내에 애플페이를 론칭했다. 여기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정 부회장은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이사와 1년 동안 몇 차례씩 미국 출장을 나서면서 이해관계자 간 이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 첫 도입 기념 간담회에서 “애플페이 국내 도입으로 이젠 조깅을 하다 애플워치로 물을 사는 평범하고도 위대한 일이 가능해졌다”며 “이번 애플페이 도입과 함께 한국에 NFC 결제 시스템이 확산된 것에 대해 큰 숙제를 마친 느낌”이라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로 애플페이를 도입하며 아이폰과 현대카드를 보유한 소비자는 호환 단말기가 설치된 매장에서 카드 실물 없이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애플페이 카드 등록 수는 서비스 개시 첫날 오전에만 17만 건을 기록했고, 소비자가 꾸준히 몰리며 출시 당일 10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애플페이는 소비자의 카드 번호가 아닌 고유의 기기 계정 번호를 생성한 뒤 암호화 과정을 거쳐 단말기 내부 보안 칩에 저장하는 방식을 쓴다. 애플페이를 이용할 때 소비자의 카드 번호는 애플 서버엔 물론 개인 단말기에도 저장되지 않는다. 만약 소비자가 카드 1개의 정보를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2개의 기기에 등록했다면 각각 애플페이 토큰이 발행된다. 즉 카드 등록 수는 곧 카드 정보를 등록한 애플의 기기 수를 의미한다.

    애플페이가 출시된 이후 한 달간 신규 발급된 현대카드는 약 35만5000장으로 2022년 같은 기간(13만8000장) 대비 1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신용카드가 23만7000장, 체크카드가 11만8000장 발급됐다. 현대카드 신규 회원 가운데 애플 기기 이용자의 91%가 애플페이를 등록했다. 해외에서도 애플페이 이용이 시작돼 전체 결제 금액의 9%가 해외에서 결제됐다. 일반 카드 결제 금액의 해외 결제 비중이 2% 수준인 것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현대카드 회원 수(본인 기준)는 1178만 명이다.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 가운데 4위로 중위권이지만 회원 수 증가 폭은 현대카드가 가장 컸다. 현대카드 회원 수는 2022년 1월 대비 15.3%, 지난해 1월 대비 6.3%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누적 기준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국세 및 지방세 포함)은 126조7547억 원으로 전년(113조9693억 원) 대비 11.2% 증가했다. 이 가운데 현대카드 개인 신용카드 회원이 지난해 12월 누적 기준 해외에서 일시불로 결제한 금액은 2조5276억 원이다.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NH농협) 가운데 1위다. 2022년 12월의 그것(1조4335억 원)과 비교하면 76.3%나 늘어난 수치다.

    애플페이發 나비효과, EMV 컨택리스 결제액 9배 ↑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하며 국내 최초로 국제 간편결제 규격인 EMV(유로페이·마스터·비자카드) 컨택리스(비접촉 결제) 방식이 가능해졌다. 이는 카드업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주요 카드사들은 교통카드처럼 단말기에 카드를 대면 바로 결제가 되는 컨택리스 카드 도입에 속도를 냈다. 이는 국내에 애플페이 도입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과도 맞물린다.

    신한카드는 2022년 10월 이후 새로 출시된 모든 해외 겸용 카드에 EMV 기반 컨택리스 기능을 탑재했다. 삼성카드도 2022년 중순부터 모든 해외 겸용 카드에 EMV 규격을 지원했다. 하나카드도 2022년부터 대부분 해외 겸용 카드에 EMV 규격을 지원했고, 현대카드 역시 지난해 발급한 해외 겸용 카드에 일괄적으로 EMV 결제 기능을 탑재했다.

    국내 소비자의 인식도 달라졌다. 지난해 3월 28일 비자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5대 광역시의 만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 가운데 70%가 “1년 내 컨택리스 카드를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컨택리스 카드를 사용하고 싶은 가장 큰 요인으로 결제 편의성(46%)과 빠른 결제 속도(18%)를 꼽았다. 위생(13%), 보안 안전성(9%)이 뒤를 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도 편리하게 자국 카드로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 상륙과 맞물려 해외 관광객의 컨택리스 결제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해외 발행 비자·마스터카드의 국내 결제액은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1.5배 증가했다. 그 가운데 EMV 컨택리스 결제액은 약 17배 수준으로 크게 뛰었다.

    이를 두고 업계는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바라본다. 지난해 6월 비자·마스터카드의 국내 결제 건수는 애플페이 도입 전인 3월 대비 약 1.3배 증가했는데, EMV 컨택리스 결제 건수는 2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6월의 그것과 비교하면 무려 9배 이상 성장했다.

    실적 악화·적은 실익, 추가 도입 카드사 無

    이처럼 애플페이 효과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추가로 애플페이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카드사는 아직 없다. 금리 상승, 조달 비용 부담 증가, 연체율 상승, 대손비용 증가 등으로 실적이 나빠진 카드사들이 추가 사업을 벌일 여력이 없는 탓이다.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 시 신용판매 비율·회원 수 확대 등 편익과 비용을 저울질한 후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5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삼성) 합산 순이익은 총 1조8642억 원으로 2022년(2조393억 원)에 비해 8.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체율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카드사들은 올해도 고물가·고금리 상황 지속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규모 신용 사면까지 더해져 중·저신용자 대출 수요가 늘 것을 감안하면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더 중점을 둘 것이 자명하다.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망설이는 주요 이유는 수수료 부담 및 인프라 부족이다. 현대카드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결제 건당 0.15%의 수수료를 애플에 지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중국(0.03%)이나 이스라엘(0.05%)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NFC 결제 단말기를 갖춘 가맹점도 다소 부족하다. 애플페이 도입 이후 한국에서도 NFC 단말기 보급이 늘고 있으나 지난해 기준 보급률은 1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기준 △호주(99.4%) △싱가포르(99.3%) △영국(96.7%) △홍콩(96.6%) △캐나다(93.7%) 등 주요국의 EMV 컨택리스 결제 비중은 90%를 웃돈다.

    교통카드 기능이 없다는 점도 애플페이의 사용 편의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애플페이 교통카드 기능은 국내 소비자가 가장 기다리는 사안이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지난해 11월 ‘애플페이에 추가됐으면 하는 기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1.9%(557표)가 “교통카드 기능 추가를 원한다”고 답변했다.

    현재 애플은 보안상 이유로 아이폰과 다른 결제 애플리케이션의 NFC 연동을 제한했다. 아이폰의 NFC에는 오직 애플페이만 연동된다. 삼성페이에서 교통카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NFC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 교통카드 기능 활성화를 위해선 지하철 개찰구나 버스에 설치된 단말기를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EMV 규격 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교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반면 교통카드 사업자가 애플페이를 수용했을 때 얻는 기대이익은 크지 않다. 굳이 EMV 규격 단말기로 교체하면서까지 애플페이를 도입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해외에선 1월 유럽연합(EU)이 애플의 결제 방식 독과점 이슈를 지적하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그러자 애플은 “EU 지역 사용자가 애플페이나 지갑을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3월부터 애플 운영체제인 iOS에 대한 제3자 모바일 결제 서비스 접근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EU 지역 소비자는 애플페이가 아닌 다른 NFC 결제 서비스 앱을 내려받아 결제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이 한국에서도 NFC 개방을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은 EU와 달리 애플페이의 독과점 양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애플이 NFC를 개방하더라도 국내에서 애플페이가 더 활성화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애플페이는 간편결제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반면 가맹점은 적어 소비자가 애플페이를 이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

    지난해 카드업계에서 애플페이는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찻잔 속 태풍’ 우려 속에서도 가장 먼저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는 소기의 성과를 얻었지만 축배를 터뜨리기엔 이른 듯 보인다. 애플페이로 촉발된 변화가 이어지기 위해선 수수료와 NFC 개방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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