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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태국 정국혼란 미스터리

‘입헌군주제 vs 공화정’ 갈등이 진짜 이유…아직은 ‘찻잔 속 태풍’

현장에서 본 태국 정국혼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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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국민은 푸미폰 국왕을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한다. 즉위 62주년이 된 그는 입헌군주제 국왕 가운데 재위 기간이 세계에서 가장 길다. 법적인 권한은 거의 없지만 국민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유럽 왕실을 선정적으로 다루는 데 익숙한 외부인에게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즉위 이후 그는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정치, 사회적 격변기마다 위기관리자 역할을 해왔다.

푸미폰 국왕은 1927년 12월5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 부친인 마히돌 왕자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마히돌 왕자는 당시 하버드대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유아일 때 부친을 잃은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청년기를 보내며 조국 시암 왕국이 입헌군주국 타이로 변해가는 소용돌이를 지켜봐야 했다. 1946년 국왕으로 즉위한 형이 의문의 총상을 입고 사망하자 왕으로 선포된 그는, 4년 후인 1950년 공식 즉위하면서 제9대 라마라는 왕명을 받았다. 그의 이름은 ‘땅의 힘 - 비할 바 없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태국에서는 택시와 사무실, 상점 등 어디서든 그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영화관에서도 관객은 화면에 비친 국왕 모습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기립한다. TV와 라디오에서 하루 2차례씩 국가가 연주되면 시민들은 가던 길과 하던 일을 멈춘다.

푸미폰 국왕의 재위 기간에 총리는 20여 명이나 바뀌고 헌법이 15차례 개정됐으며 19차례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국왕의 지위는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의 개입은 위기 때마다 극적인 효과를 발휘해왔다. 태국 출라롱콘 대학의 티티난퐁 수드히라크 정치학 교수는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국민은 국왕이 탈출로를 찾아내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그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태국 정부청사를 점거해 무정부 상태의 상황을 연출하며 향후 정국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로 몰고 가는 ‘태풍의 눈’ PAD는 2005년 결성됐다. 현재는 언론인, 관리, 노조 대표, 교수 등 출신 배경이 다양한 인물 다섯 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 중 PAD의 최근 시위를 이끌어가고 있는 양대 지도자는 손티 림통쿨과 잠롱 스리무앙. 위성TV와 라디오 방송국 등 다수의 언론기관을 소유하고 있는 손티는 탁신과 절친한 사이였으며 탁신이 2001년 총리직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후 사이가 벌어져 반(反)탁신 세력의 중심인물로 변신했다. 한국에 청백리로 널리 알려진 잠롱도 한때 탁신의 멘토 역할을 했다가 등을 돌린 인물이다.



PAD가 탁신과 사막을 비롯한 탁신의 추종세력에게 강한 적의(敵意)를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 PAD는 탁신 등이 인기를 바탕으로 입헌군주제를 공화정으로 바꾸려는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를테면 PAD가 푸미폰 국왕과 입헌군주제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PAD는 특히 1인1표제의 서구식 민주주의가 자국에 걸맞지 않다고 여긴다. 1인1표제로 유권자 매수 행위와 함께 포퓰리즘이 성행해 오히려 민주주의를 해친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PAD는 하원의원 480석 가운데 70%는 직능대표인 임명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30%만 선출직으로 남겨두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태국 사회는 친-반 탁신 세력으로 양분돼 있다. 탁신은 도시 노동자와 농민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으며 지역으로는 고향인 치앙마이 등 북동부와 북부지방이다. 반 탁신 세력은 수도 방콕의 중산층과 왕정주의자, 국왕에 대해 절대적 충성을 보이는 군부 등에 기반을 두고 지역으로는 중 남부지방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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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옥 연합뉴스 방콕특파원 sung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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