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폭탄으로 위협하다
핵 테러는 ‘핵물질 혹은 방사능물질을 직접 무기로 사용하거나, 이것을 사용하는 시설을 공격해 인명을 살상하고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는 모든 행위’를 가리킨다.‘공격행위에 대한 협박으로 광범위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특정 개인과 단체, 공동체, 그리고 정부의 인식 변화와 정책의 변화를 유도하는 상징적 심리적 폭력 행위’로 정의할 수도 있다. 핵 테러는 메가 테러의 대표다.
핵 테러 유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방사능 무기나 더러운 폭탄(Dirty Bombs)을 사용한 공격이고, 둘째는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다.
핵무기와 방사능무기는 다르다. 방사능무기는 재래식 화약의 폭발력으로 방사능물질을 살포해 사람과 장비, 시설, 지역을 오염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방사능물질이 살포돼 피폭된 사람은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방사능물질은 독성 화학제와 다를 바 없다.
방사능무기에는 크게 폭발에 의해 살포되는 것과 폭발 없이 분사되는 것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일반적으로 방사능 살포장비를 더러운 폭탄(Dirty Bomb)이나 방사능무기로 부른다.
더러운 폭탄은 통상의 화약을 순도가 낮은 핵분열 물질이나 사용후핵연료에서 얻은 핵폐기물 등으로 둘러싼 다음 발파해 핵분열 효과가 아닌 방사능물질의 살포 효과를 얻는 급조 폭발물의 일종이다. 핵물질이 아닌 방사능물질이기에 핵폭발은 일어나지 않으나 지역 일대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수 있다.
더러운 폭탄은 핵폭탄에 비해 고도의 제조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제조비용도 높지 않고, 소규모 시설로도 제조할 수 있다. 준(準)국가 수준으로 진화한 게릴라나 테러조직이라면 제조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급조된 더러운 폭탄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성공한 사례가 없어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다. 휴대하기 용이한 크기의 더러운 폭탄이 함유하는 방사능은 소량에 불과하고, 확산 범위도 제한된다. 그 방사능에 오염되려면 오랫동안 방사능물질에 노출되거나 섭취·흡입해야 한다.
따라서 더러운 폭탄은 대량살상무기와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더러운 폭탄에 의한 한두 번의 방사능 피폭으로는 치명적 해를 입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더러운 폭탄 테러가 발생하면, 방사능 공포로 인한 심리적인 충격과 방사능을 제거하기 위한 예산 투입 등으로 입는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것이다.
원전을 공격한 사례
원자력발전소는 핵분열에 의한 발열(發熱)을 이용해 증기를 발생시키고, 이것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원자력발전소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가공할 에너지원을 다루는 시설이다. 이 때문에 보안대책은 상대적으로 잘되어 있다. 그럼에도 핵시설에 대한 테러가 간헐적으로 발생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1976년 5월 12일, 미국 북동부의 메인 주(州)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에서 두 개의 폭탄이 폭발했다. 테러를 자행한 조직은 프레드 햄튼 인민군 부대(Fred Hampton Unit of the People‘s Forces)로 알려졌다. 이 조직은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폭탄테러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1978년 3월 17일 스페인에서도 유사한 테러가 발생했다. 레모니즈 원자력발전소에서 폭탄이 터져 2명의 인부가 사망하고 14명이 부상했다. 이 사건은 스페인 바스크 분리주의 조직이 자행한 테러로 밝혀졌다.
하지만 원자력시설에 대한 공격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다른 유형의 테러와 비교해서 사상자 규모가 크지 않았고, 언론에 모든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원전 시설은 방사능물질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이중 삼중의 방호벽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일반적인 폭탄으로는 파괴하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의 원자력발전소 공격에 대한 우려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불거졌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테러리스트의 공격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항공기 등으로 원자력발전소에 자살테러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용후핵연료(Spent Fuel) 저장고에 대한 공격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일반적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방사능물질의 외부 유출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에도 견딜 수 있도록 다중 방호벽을 구축해놓고 있다. 따라서 테러리스트가 원자력발전소 침투에 성공하더라도 시설을 파괴해 방사능을 누출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9·11테러가 발생한 이후 원자력 선진국인 미국은 원자력발전소가 비행기를 쓰는 자살테러 공격에 취약하며, 원자로 격납용기가 항공기 충돌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2007년 미국 원자력에너지협회는 원자력시설에 대한 항공기 충돌 사고 시 파괴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미국 전력연구소 주관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9·11테러 당시 펜타곤 건물에 충돌한 민항기와 동일한 기종이 같은 속도로 원전에 충돌한다는 조건하에 진행됐다. 그 결과 비행기의 충돌로 격납용기는 붕괴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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