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호

즉흥 내기에 1000만 원 거는 초부유층 엄친아

‘오바마와 박빙’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롬니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2-06-21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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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가 민주당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롬니에 대한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
    • 그가 몇 달 뒤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롬니에 대한 심층 보도가 거의 없다. 현지 자료를 바탕으로 롬니라는 인물을 철저하게 탐구해봤다.
    즉흥 내기에 1000만 원 거는 초부유층 엄친아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2012년5월 29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155명의 대의원이 걸린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텍사스 주 경선에서 71%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로 최종 낙점받은 순간이다. 8월 말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 참여할 대의원 2286명 중 과반인 1144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날로 선을 넘은 것이다.

    미트 롬니! 2008년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이 그러했듯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11월 미국 대선에서 집권 가능성을 점점 더 높이고 있는 공화당의 대선주자다.

    6월 선거자금 모금에서 그는 오바마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미국은 거의 무제한인 TV 선거유세가 대선 향배를 가르는 변수다. 이 때문에 광고를 집행할 선거자금 모금액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선 롬니가 오바마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타 언론 여론조사에선 오바마가 여전히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

    우리는 미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얼마 뒤 미국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계속 무관심할 수는 없다. 차기 미국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운명이 달라지고 우리의 일상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롬니를 제대로 알려면 기본적으로 몇 가지 키워드를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첫째 모르몬교, 둘째 솔트레이크, 셋째 사모펀드 투기, 넷째 초부유층, 다섯째 가족, 여섯째 말실수, 일곱째 동성결혼 반대다. 이제부터 한 가지씩 점검해본다.



    1. 모르몬교(Mormon)

    롬니의 가족은 전통적인 모르몬교 집안이다. 롬니 자신도 대학 시절 모르몬 선교사로 프랑스에서 활동했을 정도다. 그의 부인 앤 역시 모르몬교도인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앤은 본래 성공회 신자였지만 롬니와 사귀면서 모르몬교로 개종했다. 개종 당시 롬니의 아버지 조지 롬니가 그녀에게 세례를 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말일성도교회’‘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로 불리는 모르몬교는 1830년 미국에서 조지프 스미스가 창립했다. 미국 내에서는 4대 종교에 속한다. 미국 내 교인은 대략 550만 명. 특히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의 경우 도시 인구의 65%가 모르몬교도다. 이 도시는 모르몬교의 본거지인 템플스퀘어가 소재한 곳이기도 하다.

    일부다처제에 미국인 거부감

    비록 모르몬교가 미국 내 4대 종교이긴 하지만 미국인의 편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르몬교는 일부다처제, 종교적 신비주의, 가부장적 위계질서로 유명하다. 기존 기독교계로부터 이단으로 간주돼 박해를 받은 바 있다.

    조지프 스미스가 박해를 극복하겠다면서 1844년 직접 대선에 도전했다 살해되고 난 이후 2대 교주인 브리검 영이 1만여 명의 교도를 이끌고 로키산맥을 넘어 솔트레이크 시를 세웠다. 1857년 모르몬교도들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간주한 연방정부가 군대를 투입해 진압한 ‘유타전쟁’의 역사까지 있다.

    이러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롬니가 과연 잘 극복할 수 있을지, 반대로 미국인들이 ‘모르몬교도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지에 관해 설이 갈린다. 모르몬교 내에서도 170년 만에 유력 대선후보를 배출한 사실에 반색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불필요한 관심으로 롬니가 불리해질까 우려하기도 한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 저널’과 ‘NBC TV’가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모르몬교 대통령의 탄생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솔트레이크

    롬니가 정치에 입문한 것은 1994년이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롬니를 성장시킨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이다. 1994년 롬니는 8선의 에드워드 케네디(민주당)가 터를 잡고 있는 매사추세츠 주에서 상원의원에 도전한다. 32년 아성에 도전한 결과는 석패였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는 데 성공했다.

    이런 그에게 1999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임무가 부여됐다. 그는 이 일을 아주 잘 해냈다. 당시 이 위원회는 개최 도시 선정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매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IOC와 FBI의 수사가 진행됐다. IOC 위원과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조직위 고위 간부가 잇따라 사임했다. 후원업체의 계약 취소가 이어졌다. 대회는 적자 위기에 몰렸다.

    이때 조직위원장 롬니는 공격적으로 후원업체들을 끌어들이고 대회 경비를 대폭 절감해 흑자 올림픽을 일궈냈다. 전국적 인지도를 획득한 롬니는 우호적 여론을 등에 업고 2002년 11월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에 도전해서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8년 와신상담 끝에 확고한 정치적 기반을 닦은 것이다.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도 성공적이었다. 매사추세츠 주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서 민주당이 주 의회를 장악한 상태였다. 그는 협력을 이끌어낸 결과 전 주민 의료보험을 관철시켰다. 예산 삭감, 수수료 인상, 세제 개혁을 성공시켰다. 주의 재정을 적자에서 흑자로 바꿔놓았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롬니는 대선에 도전장을 낸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오바마와 더불어 떠오르는 신진 대선주자로 거명됐다.

    그러나 주지사 경력이 반드시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건 아니었다. 지난 5월 31일 롬니는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 솔린드라를 방문한다. 연방정부로부터 5억3500만 달러를 지원받고도 결국 지난해 말 파산한 회사다.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실정(失政)을 비판하려는 의도였다. 롬니는 솔린드라가 오바마 정실 자본주의의 대표적 사례라고 맹공격했다. 하지만 주지사 시절 주정부 보증으로 150만 달러를 대출받아 같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던 코나카가 파산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곤경에 빠졌다.

    3. 사모펀드 투기

    롬니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가운데 하나는 성공한 사업가다. 그는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고등학교 졸업 후 롬니는 스탠퍼드대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재학 중 선교사가 되어 프랑스로 갔다. 다시 미국으로 온 후에는 모르몬교에서 설립한 브리검영대학교를 졸업한다. 부인인 앤도 이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이후 롬니는 하버드대학교에 진학해 법학 박사 학위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롬니는 학력에 걸맞은 회사인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소재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베인 앤드 컴퍼니에서 일했다. 1984년 베인 앤드 컴퍼니의 자회사인 베인 캐피털의 5인 공동 창업주가 되면서 큰 실적을 올렸다. 이후 1990년 모회사인 베인 앤드 컴퍼니로 되돌아가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미트 롬니는 이런 경력을 내세워 경제 대통령으로서 이미지를 부각하는 중이다. 자신만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경제 대통령 vs 경제 흡혈귀

    즉흥 내기에 1000만 원 거는 초부유층 엄친아

    미국 솔트레이크 시 모르몬교 교회 예배 광경.

    하지만 이 경력 역시 호재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베인 캐피털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다. 현재 운용 중인 자산 규모는 270억 달러 정도다. 도미노 피자, 스태이플스, 버거킹, 제약회사 워너 칠콧, 벌링턴 코트 팩토리 웨어 하우스, 병원 운영업체 HCA, 선가드 데이타 시스템, 토이저러스 던킨 브랜드 등에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베인 캐피털은 신자유주의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다분히 약탈적인 자본인지라 오히려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바마 캠프는 베인 캐피털이 1993년 캔자스 시의 철강회사 GST를 사들인 다음 이익만 챙기고 파산시켰다고 주장한다. 오바마 측은 “미트 롬니가 ‘일자리를 잡아먹는 경제 흡혈귀’”라고 공격한다.

    롬니를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르몬교계 기업들도 논란의 대상이다. 롬니를 위한 무제한 모금이 가능한 슈퍼팩(super-PAC)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익명으로 거금을 기부한 회사들이 유타 주에 기반을 둔 모르몬교계 다단계 기업인 뉴스킨(NU-Skin)과 관련이 깊다는 내용이다.

    뉴스킨의 공동 설립자인 스티븐 런드는 롬니가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시절 20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후원해 흑자에 기여한 인물로 알려진다. 또 뉴스킨의 창시자이자 의장인 블레이크 로니는 2007년 롬니가 공화당 대선 경선을 치를 당시 거액을 후원한 것은 물론 당시 롬니의 선거운동을 주관한 정치 컨설팅회사(Rainmaker Sports and Entertainment)의 파트너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모르몬교-다단계-롬니의 3각 커넥션 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커넥션의 도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롬니는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768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아 6000만 달러를 모금한 오바마 대통령을 처음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4. 초부유층

    미트 롬니는 부잣집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 조지 롬니는 디트로이트에 소재한 아메리칸모터스 회장으로서 미시간 주지사를 거쳐 1968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인물이다. 닉슨 행정부 시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도 지냈다. 어머니 르노어 롬니도 1970년 미시간 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다.

    아버지 때부터 부자였던 롬니의 현재 재산은 1억9000만∼2억5000만 달러 선으로 추산된다. 9100만 달러는 채무증권에, 5200만 달러는 다양한 벤처 사업에, 2300만 달러 정도는 뮤추얼 펀드에, 1800만 달러 정도는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뉴햄프셔의 자택은 800만 달러, 보스턴 외곽의 별장은 80만 달러, 샌디에이고의 별장은 1200만 달러 정도로 알려진다.

    “성공한 것도 죄냐”

    롬니는 이번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2010년 재산신고서를 수정했는데 스위스 은행 계좌를 비롯해 일련의 해외투자 재산도 드러난 상황이다. 더구나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구글, 애플, JP모건 같은 우량주 600만 달러 정도를 팔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롬니가 대통령에 선출된다면 역대 최고의 부자 대통령일 것으로 전망된다.

    롬니는 그냥 부자가 아니라 초부유층(UHNW·Ultra High Net Worth)이다. 부잣집 아들이면서 스스로도 돈을 많이 벌었다. 그는 “성공한 것도 죄냐”고 반문한다. 물론 아니다. 그는 “성공한 것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겠다” “돈 버는 노하우를 국민을 돕는 데 활용하겠다”고 말한다. 유권자의 생각이 어떨지는 두고 볼 일이다.

    5. 말실수

    롬니 후보가 자주 공격받는 것 가운데 하나는 말실수다. 그 내용을 뜯어보면 초부유층이라는 출신 성분과 관련이 깊음을 알 수 있다. 그가 고향이나 다름이 없는 디트로이트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이곳에서 본 자동차들이 대부분의 디트로이트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사실이 매우 기쁩니다.” “나는 무스탕과 쉐보레 픽업을 몰고 있고, 아내 앤은 캐딜락 두 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 자동차를 사랑한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부자 티 내느냐’는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중산층 표심을 의식해 “나는 극빈자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의 ‘데이토나 500 카레이스’ 대회에 참석해서는 “친구들이 경주용 자동차(NASCAR)의 차주들”이라고 공개했다.

    또한 실업자들에게 “나도 실업자”라고 위로했다. 즉흥 내기에 1만 달러(약 1170만 원)를 걸기도 했다. 이렇듯 롬니의 말실수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다.

    말실수를 많이 하기에 롬니는 즉흥 연설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이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즉흥 연설뿐만이 아니라 즉흥 대화에서도 사람들은 롬니의 부유층 스타일의 대화 내용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점이다. 그래서 롬니는 가능하면 즉흥 발언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대화 상대방이 한 말을 반복하는 습관이 생겨 또 지적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이런 점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주변의 요구사항이다.

    부잣집 엄친아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다.

    6. 가족

    롬니의 공식 인터넷 사이트 이력란에는 러브 스토리라는 제목의 비디오 홍보 자료가 등장한다. 내레이터는 그의 아내 앤이다. 그녀가 5명의 자녀와 11명에 달하는 손자 이야기,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성공 드라마, 자신의 투병과 남편의 헌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롬니를 타고난 리더라고 치켜세운다. 아내에게 인정받는 남편. 미국 보수 성향 남성의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조용히 내조하는 주부’

    롬니는 1947년 3월 12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다. 앤을 초등학교 시절에 처음 만났고 1969년 22세 되던 해에 결혼했다. 앤은 1998년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고 최근에는 유방암으로 투병 중이다. 가족과 여성의 전통적 역할을 중시하는 모르몬교의 전통에 따라 그녀는 주부로서 조용히 내조해왔다. 이 점이 보수 세력의 호감을 사고 있다. 1994년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 당시 에드워드 케네디를 맹추격할 수 있었던 것도 실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건실한 가정을 가진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덕이었다. 이혼 경력에 여비서 변사 사건까지 불거진 에드워드 케네디와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들들의 후원 활동 역시 빛난다. 존경받는 남편일 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아버지이기도 한 롬니는 정말 완벽한 가장이자 모범시민으로 비친다. 그러나 가족관계의 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이러한 전통적 가장의 모습에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공감할지는 미지수다.

    7. 동성결혼 반대

    롬니를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또 다른 계기는 동성결혼 합법화 논란이다. 그가 주지사 시절이던 2003년 11월 매사추세츠 주 대법원은 동성결혼을 금지한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매사추세츠 주가 미국 내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주가 됐다. 롬니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주 대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동성결혼 법제화를 막겠다고 나섰다. 동성결혼을 허용한 주는 7개로 늘어났지만 논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롬니는 모르몬교도답게 강력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고 이로써 전국의 공화당 지지 세력에게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성공 신화에 이어 강한 정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동성결혼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5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롬니가 바라던 바대로 오바마가 불에 기름을 끼얹어준 셈이 됐다. 오바마는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성결혼 합법화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가 찬성으로 돌아선 데에는 미국 내 여론이 점차 동성결혼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었다. 지난 5월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당원 중 65%, 무소속 유권자 중 57%가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적으로도 50% 정도가 찬성을 표했다.

    이런 속에서도 롬니는 여전히 반대론을 펼치고 있었다. 그는 동거할 경우 부부에 준하는 혜택을 주거나 배우자로서 병문안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정도는 관계없지만 그 이상은 불가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롬니가 동성결혼에 반대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많다. 무엇보다 기독교계 지지를 얻는 데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모르몬교도로서 한계를 극복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쟁점이 없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결혼 찬성 의사 표시는 롬니의 이런 전략을 크게 도와준 셈이 됐다.

    “북한에 당근보다는 응징을”

    오바마 발언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뉴욕타임스와 CBS TV가 5월 11~13일 미국 성인 6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오늘이 대선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46%가 롬니를, 43%가 오바마를 선택했다. 동성결혼 지지 선언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오바마 지지자 중 26%가 ‘투표하고 싶지 않아졌다’고 대답했다. 물론 11월 대선 투표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즉흥 내기에 1000만 원 거는 초부유층 엄친아
    이종훈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국회도서관 연구관

    前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자

    現 아이지엠컨설팅(주) 대표

    現 시사평론가

    저서 : ‘정치가 즐거워지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 ‘사내정치의 기술’


    이상과 같이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롬니라는 인물을 탐구해봤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의 한반도 정책일 것이다. 롬니는 기업인 시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또한 2008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서기 전인 2006년 12월 6일부터 7일까지는 매사추세츠 주지사 신분으로 방한했다. 그는 당시 한명숙 총리,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만나 한미관계, 북핵문제, 남북관계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롬니의 공식 사이트는 북핵문제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언급하고 있다. 더 이상의 당근은 없다. 응징, 다시 말해 더 강력한 제재로 북한의 의지를 꺾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강경한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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