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 “한-베는 전략적 동반자이자 진정한 친구”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 기념 브엉 딩 후에 의장 특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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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1-12-13 10: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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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2년 수교 이후 30년 만에 한-베 무역량 140배 증가

    • 한국은 베트남의 네 번째 수출국이자 두 번째 수입국

    • 723억 달러 투자한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

    • 2019년 430만 명의 한국인과 50만 명의 베트남인 상호 방문

    • 6만5000여 쌍 베트남-한국 다문화 가정은 양국 친선의 가교

    • 베트남은 한국의 ‘신남방 정책 플러스’의 핵심 파트너 국가

    • 입국 조건 유리하게 조성해 코로나 상황 속에도 한국 투자자 활동 보장

    • ‘월드 트래블 어워즈’, 지속 가능한 아시아 최고 여행지로 베트남 선정

    • 2022년 초, 백신 여권 상호 인정으로 한-베 국제선 운항 재개 기대

    • 베트남 국회, 외국 기업 비즈니스에 유리한 법과 제도적 환경 조성할 것

    12월12일부터 15일까지 방한한 브엉 딩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 [주한베트남대사관 제공]

    12월12일부터 15일까지 방한한 브엉 딩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 [주한베트남대사관 제공]

    2022년은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한 세대 만에 양국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격상됐고, 한해 수백 만 명이 왕래하는 이웃국가가 됐다. 괄목할만한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가 됐다는 점이다. 양국이 수교한 1992년 4억 9300만 달러에 불과했던 교역 규모는 2010년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이후 교역량이 급속하게 증가해 2017년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최대 교역량은 2019년 기록한 692억 달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 주춤했던 교역량은 2021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7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트남은 2020년 우리나라가 수출을 많이 한 국가 가운데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고, 수입 측면에서는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 국가다. 베트남에게도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 국가다. 수출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네 번째를 차지하고 있고, 수입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미중 무역 분쟁이 첨예해질수록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경제협력 필요성은 갈수록 증대될 전망이다.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미래 협력 전망을 브엉 딩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에게 들었다. 후에 의장은 재무부장관과 부총리를 지낸 뒤 하노이 당서기를 거쳐 2021년 4월부터 국회의장으로 재임 중이다. 후에 의장은 박병석 국회의장 초청으로 12월12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방한 중이다. 후에 의장과의 인터뷰는 방한 전 주한베트남대사관을 통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신남방정책 플러스의 핵심 파트너

    2019년 6월 21일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브엉 딩 후에 당시 베트남 부총리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한-베트남 경제부총리 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6월 21일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브엉 딩 후에 당시 베트남 부총리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한-베트남 경제부총리 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한국 방문이 이번이 처음인가요?

    “저는 한국과 한국 국민에 대해 항상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9년입니다. 당시 부총리 자격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함께 제1차 베트남-한국 부총리급 경제대화를 공동으로 주재했습니다. 이번에 베트남 국회의장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1차 한-베트남 경제부총리회의는 2019년 6월 21일 서울에서 열렸다. 당시 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한국 정부는 아세안(ASEAN) 및 인도양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신남방 정책을 추진 중이며 그 중에서 베트남은 가장 핵심적·전략적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당시 회의는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을 계기로 경제 분야 고위급 협력 채널 신설에 합의한 이후 처음 열린 것이다. 브엉 딩 후에 당시 부총리는 한-베트남 경제부총리 회의에서 “베트남과 한국은 경쟁이 아니라 보완적 관계로 국제무대에서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산과 유통, 소비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양국 기업들은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이 협력하고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 2022년은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아주 오래 전부터 깊은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이용상(Ly Long Tuong) 왕자(베트남 고대국가 ‘안남국’의 왕자)가 8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려 국민과 함께 몽골의 침략을 두 차례나 물리쳤다는 것은 양국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1992년 수교 이래 지난 30년 동안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는 세계 어느 국가 못지않게 급속하게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2009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양국 관계가 격상된 이후 경제와 투자는 물론 정치와 문화, 관광 분야에서도 교류와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양국 고위급 인사들의 방문과 중앙부처와 지방에서의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이 크게 늘어 양국 간 신뢰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베트남 주요 협력 분야에서 한국은 주요 파트너이며, 베트남은 한국의 신남방정책 플러스의 핵심 파트너입니다.”

    신남방정책은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천명한 정책으로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 등 ‘3P’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미‧중‧러‧일 등 한반도 주변 4대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정부는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국제 환경과 협력의 수요를 반영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국제환경 변화를 반영, 3P의 비전을 유지하는 가운데 7대 이니셔티브로 구성된 ‘신남방정책 플러스’를 발표했다.

    한국은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국가

    - 수교 이후 경제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경제 협력은 양국 관계를 급속도로 발전시켜 온 핵심 분야입니다. 2015년 12월 베트남-한국 자유무역협정(VKFTA)이 발효됨으로써 양국은 경제협력은 물론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훨씬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한국은 현재 723억 달러를 투자해 910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국가입니다. 또한 2020년 기준으로 650억 달러의 교역량을 기록한 베트남의 두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 국가입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함께 참여하고 있고, 베트남이 가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한국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과 베트남은 양국 경제협력은 물론 다자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함께 참여해왔습니다.”

    - 양국의 인적교류도 크게 늘었습니다.

    “문화와 관광, 인적교류는 양국을 서로 이해하고 양국 협력을 심화시키는 견고한 토대가 됩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매달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2000여 편에 이를 정도로 양국의 교류가 활발했습니다. 2019년 한해에만 430만 명의 한국인과 50만 명의 베트남인이 상호 방문했습니다. 현재 양국에는 약 20만 명의 국민이 상대국에 거주하며 공부하거나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6만5000여 쌍의 베트남-한국 다문화 가정이 양국 친선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양국은 상호 지원을 통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양국 발전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장비와 백신 지원 등 한국은 코로나19 예방사업을 통해 베트남을 지원하는 최초의 국가들 중 하나입니다.”

    후에 의장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베트남은 수만 명의 한국 전문가와 관리자가 입국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 베트남에서 한국 투자자의 경제 활동을 보장했다”며 “앞으로 보건과 디지털 등 새로운 분야로 양국 협력 분야가 더욱 확대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후에 의장은 “수교 30주년이 되는 2022년은 베트남과 한국 관계가 양적 교류 확대에서 질적으로 관계를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며 “이번 방한을 통해 양국 협력의 새로운 발전 단계를 여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의 선택이 미래의 삶을 바꿀 것

    - 코로나19가 한국과 베트남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까.

    “코로나19는 개인의 삶 뿐 아니라 각국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폭풍은 결국 지나가겠지만 오늘의 선택이 우리 미래의 삶을 바꿀 것이다’라고 한 이스라엘 역사가 유발 하라리의 얘기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코로나19라는 질병의 심각성이 아니라 그 질병에 우리가 어떻게 함께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베트남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많은 도전이 제기됐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베트남과 한국간의 많은 교류와 협력 활동이 연기되거나 취소됐습니다. 그러나 양국 고위급 지도자들의 결단으로 베트남과 한국은 새로운 상황에 맞게 유연성을 발휘하는 형태로 교류 활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베트남 정치 지도자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외국기업, 특히 한국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 또는 한국 기업이 있는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토록 지원했으며 한국 기업들의 공급망 지체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에서 발생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지원 매커니즘을 구축했습니다. 응웬 쑤언 푹 국가주석과 팜 민 찐 총리는 한국 기업 대표자들과 대면 면담을 가졌습니다. 베트남 국회 역시 한국을 포함한 외국 투자자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 중앙과 지방이 외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도록 지도자들과 외국 기업간 직접 대화 매커니즘 구축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12월5일에는 국회 경제위원회가 중앙경제위원회, 과학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회복 및 지속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베트남 경제 포럼’을 주최했습니다. 이를 통해 국회는 경제적 어려움을 조속히 해결하고 경제적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뉴노멀 상황에 더 잘 적응해 세계 발전 추세의 ‘비트’를 놓치지 않기 위한 지원정책을 공식 논의했습니다.”

    스마트 기술 확보 위한 법률 지원책 마련

    - 베트남 국회 차원에서 한국 기업 등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법적 제도적 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단기적으로는 재정적 의무 완화나 연기 같은 재정 도구를 통해 기업 활동과 비즈니스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첨단 기술과 디지털 경제 관련 스마트 기술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법률적 지원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양자 협력 매커니즘 외에도 2022년 초부터 발효되는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한 비준 절차를 완료함으로써 무역 및 투자 파트너로서의 위치가 한층 심도있게 발전할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관세 특혜와 표준 완화, 그리고 수출 절차 축소 등을 통해 양국 기업들의 투자 협력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베트남 기업들도 RCEP를 통해 한국에 대한 수출이 증대돼 무역적자폭이 축소되기를 희망합니다.”

    - 베트남은 코로나19 이전에 한국인이 즐겨 찾는 해외 관광지였습니다. 언제쯤 한국인이 베트남을 다시 여행할 수 있을까요?

    “2019년에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이 430만 명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같은 통계는 양국 문화 교류와 관광협력이 그만큼 활발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호이안과 다낭, 푸꾸옥, 나트랑 등 베트남 일부 관광지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습니다. 세계여행기구인 ‘월드 트래블 어워즈’는 2021년 지속 가능한 아시아 최고 여행지로 베트남을 선정했습니다. 지금은 ‘백신 여권’을 소유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부 시범 관광 프로그램을 운용중입니다만 2022년 초에는 백신 여권의 상호 인정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국제선 운항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앞으로 한국과 베트남 양국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합니까.

    “우리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됐고 서로 진정한 친구가 됐습니다. 오늘날 베트남과 한국 양국 관계는 정치, 경제, 문화, 관광, 교육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발전을 이뤘습니다. 저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됐을 뿐 아니라 아름답고 독특한 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영화와 음악, 음식 등을 통해 세계 국민에게 알려지는데 성공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엑소 등 K팝 스타들을 배출했고, 오징어게임과 기생충 등 한국이 만든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한국 문화는 지역 문화를 넘어 이제 세계 문화의 한 ‘현상’이 됐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베트남 축구의 훌륭한 성공을 이끈 한국인 출신 박항서 감독님을 잘 알고 사랑합니다. 박 감독님의 활약으로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고, 양국간 긴밀한 인적 교류를 촉진하는데 기여했습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역사와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강화, 발전시켜 미래에 더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양국 국민의 공동 이익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세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국회의장 #브엉 딩 후에 #신동아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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