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회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내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의학박사 출신으로 제약회사 회장을 하고 있으니 회사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할 터. 그는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로 건강을 유지한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일을 보고, 골프장에서는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다닌다.
2003년 손길승 회장이 SK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사퇴하자 전경련 정관에 따라 부회장단에서 연장자이던 그가 회장직(29대)을 물려받았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 회장을 30대 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해 승지원(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에 있는 삼성 영빈관)을 두 차례 방문했으나 뜻을 못 이루고 다시 회장을 맡았다.
1961년 5·16 쿠데타 세력은 기업인들을 부정축재자로 몰아 수감했으나 얼마 안 가 재계(財界)와 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뜻에 따라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만든 단체가 바로 전경련이다. 그 뒤 정주영, 구자경, 최종현, 김우중 등 쟁쟁한 재벌기업 오너들이 회장을 맡았다. 중간 중간에 유창순, 손길승 같은 전문경영인이 재임한 적도 있고 김각중, 강신호 등 중견기업의 오너가 나서기도 했다.
강 회장은 지금도 4대 그룹 회장이 전경련을 이끌어야 힘이 실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의 회장은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자동차의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회장이다.
“도요타는 사실상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입니다. 일본의 가전회사 히타치, 도시바, 소니, 산요 등 11개사에서 내는 이익을 다 합쳐도 도요타의 3분의 1밖에 안 돼요. 도요타 사람들이 모두 나서 게이단렌 일을 회사 일처럼 도와줍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전경련 세미나가 열렸는데, 오쿠다 회장이 자가용 비행기로 와서 강의했어요. 세계 어디를 가도 일본의 경제대통령 같은 대접을 받지요.
한국의 나 같은 전경련 회장은 알아주지도 않아요. 누가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희 회장이 맡아야지요. 처음에는 할 듯하다가 두 번째 찾아갔더니 건강 때문에 안 되겠다고 그러더군요. ‘폐암으로 수술한 지 5년이 안 돼 재발할지도 모르니까 못 한다’고 했습니다. ‘강 회장이 대신 해주면 협조를 다하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정주영 회장에게서 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한테 해달라고 했더니 그 양반도 대외활동엔 자신이 없어 안 나가겠다고 했어요.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경련에 뭔가 삐쳤는데 그게 너무 오래갑니다. 구 회장도 롯데의 신격호 회장처럼 대외활동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 다음에 SK 최태원 회장인데 나이가 젊죠.
하지만 4대 그룹에서 회장을 안 맡는다고 해서 전경련이 일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일을 잘해 4대 그룹 회장이 전경련에 더 관심을 갖게 해야죠.”
이건희 회장에게 보낸 편지
마침 인터뷰를 하던 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사재(私財)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고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 회장이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이죠. 사회에 더 공헌하는 분위기가 다른 기업에도 전파됐으면 좋겠습니다. 삼성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기업입니다. 수출도 제일 많이 하잖아요. 세금을 그렇게 많이 내니까 정부도 그 돈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할 수 있지 않습니까. 애국자가 어디 따로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