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멘토-멘티 잇는 ‘스마트 네트워크’구축 나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 글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사진 / 조영철 기자

    입력2012-03-21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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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토-멘티 잇는 ‘스마트 네트워크’구축 나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2월 23일 탈북인이면서 여자 복싱 세계 챔피언인 최현미(22) 선수와 포즈를 취한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지난해 12월 청와대를 떠나기 직전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소통이 약하다는 질타를 들어왔다. 현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그 역시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런 그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소통하는 일에 빠져 있다.

    “제도권에선 SNS 하는 이들을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여긴 게 사실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정치하는 사람이나 행정 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가 복잡하고 숨은 전문가가 많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사회는 저만큼 앞으로 나가 있는데 저를 포함한 제도권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도권이 기성의 틀에 갇혀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그는 “국회의원 세 번(16~18대), 여당 정책위의장, 장관, 대통령실장을 하면서 오히려 민심에서 멀어졌다”고 반성했다.

    “재무부에서 18년을 일했습니다. 처음 공무원 할 때는 ‘봉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문턱을 넘어온 사람에게만 서비스하는 것이었습니다. 중앙부처 문턱을 넘는 사람은 한국의 0.1%입니다. 공복으로 일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찾아가는 사람이 돼보려고요. 정부나 정치권을 상대로 한 소통 채널에 제가 가까이 있으니 저를 도구로 쓰시라는 겁니다.”

    그는 △사회적 기업 △농업 벤처 △청년 창업 △다문화가정 △탈북인 문제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창조마을, 창조캠퍼스에 찾아갔더니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반짝해요. 농업 벤처를 하는 분들은 밤늦게까지 함께 공부하더군요. 그런데 창조적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만들기가 힘듭니다. 행정부 문턱이 높고, 은행을 찾아가는 게 어렵습니다. 하나같이 경험을 알려주는 멘토(mentor)가 절실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공직이나 사적 영역에서 일한 분들과 함께 멘토링,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전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넷, 스마트폰이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그런 일이 늦었습니다. 다른 나라가 한 일을 우리가 못한 게 없어요. 한국을 더욱 스마트한 나라로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그는 창조카페라는 모임을 통해 멘토-멘티(mentee)를 잇는 스마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호사가들은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한 것이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겠으나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물론 저는 정치인입니다. 하지만 표를 얻으려고 그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렇게 가지 않으면 수년 내에 갈등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한국이 편안하고, 넉넉하게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될 소지가 커요. 마음을 열고 포용해야만 넉넉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다문화가정, 탈북인을 끌어안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있을 때 탈북자 관련 통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북한에서 오신 분이 2만 명 남짓인데 그중 3700명이 한국에서 못살겠다는 겁니다. 북한이 싫어 천신만고 끝에 넘어온 동포를 껴안지도 못하면서 무슨 통일을 하겠다는 겁니까? 한국에 오신 분들이 북쪽에 남은 가족에게 한국 사정을 전할 텐데 북쪽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이 울먹울먹하면서 말하기를 교사가 아이를 부를 때 이름이 아니라 ‘다문화가정’이라고 부른답니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그는 200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회동을 갖고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일부 언론은 그가 올해 2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관리들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오보라고 한다. 중국 인사를 만났다고 한다. 2월 7일 그는 페이스북에 주중 북한대사관 사진과 함께 “북한과 미국이 배구경기를 하면 우린 누굴 더 응원할까? 우리와 중국이 경기를 하면 북한사람들은 누굴 더 응원할까? 생각을 하며 베이징에 있는 북한대사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왔다. 올해는 동서남북이 모두 화해와 교류 그리고 함께 번영하는 동진대성의 해가 되길 소망한다”는 글을 올렸다. 남북문제에서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살짝 끄떡였다.

    한편 임 전 실장은 3월부터 서울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경영학과에서 리더십을 가르친다. 초빙 형식이라고 한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는데 서울대에서 강의를 맡아달라고 제안이 왔습니다. 얼마간 생각한 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정치권을 떠나 있으려고 해요. 그렇게 하는 게 맞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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