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사옥이지만 건물의 60% 이상을 임대해야 하는데 바로 옆에 5배가 넘는 규모의 미래에셋 센터원이 들어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명확한 브랜드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동국제강은 대중적인 회사는 아니지만 55년간 외길을 걸어온 점에 착안해 ‘장인정신’이란 콘셉트에 맞는 상업시설만 들여왔습니다. 폐쇄적 오피스에서 탈피해 건물 곳곳을 이웃에게 개방했고 딱딱한 이름 대신 세련되면서도 동국제강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페럼(라틴어로 철)’이란 단어를 들여왔습니다. 결과적으로 높은 임대료로 거의 100% 임대에 성공했고, 동국제강 역시 사옥 하나로 광고비 100억 원을 집행한 것 이상의 효과를 봤다고 자신합니다.”
고 대표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공간 브랜딩’은 한마디로 “공간의 가치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건물 하나를 완성할 때 건축주, 설계자, 건축가, 인테리어 전문가 등이 주먹구구로 해서 합쳐놓는 게 아니라 하나의 주제와 줄거리에 맞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고 대표는 프로젝트를 맡으면 부지 선정부터 건축, 설계, 조경, 상업시설 선택까지 공간에 대한 모든 일을 맡는다. 고 대표는 강원도 정선의 폐광 ‘삼탄’을 새로운 테마파크로 기획해 올 10월 공개할 예정이다.
“삼탄 광부의 아들들이 ‘문화전달자’로서 관광객에게 탄광을 소개하고, 탄광 이곳저곳에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탄광 분위기를 살린 근사한 호텔도 만들 겁니다. 탄광 내 조차장(수레 정거장)에 나이트클럽을 만들까 고민 중이에요. 우리 산업 역사의 ‘쓰레기’로 남은 폐광이 오히려 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거예요.”